[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여성 교인을 성추행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감옥에 다녀온 목사가 교단에서는 '정직 1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서울강북노회(공지태 노회장)는 11월 1일 서울 덕수교회에서 열린 39회 정기노회에서 "이OO 목사를 정직 1년에 처한다"고 판결한 노회 재판국(이상무 재판국장) 보고를 그대로 받았다.

대안 목회를 표방하며 카페교회를 운영하던 이 아무개 목사는 여성 교인 김영희 씨(가명·24)를 성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2017년 1월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10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두 달 뒤, 대법원이 이 목사의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뉴스앤조이>가 지난 4월 이 목사의 범죄행위를 보도한 뒤, 그가 속한 예장통합 서울강북노회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절차를 밟았다. 노회 임원회는 우선 이 목사를 기소위원회에 고발했고, 노회 재판이 끝날 때까지 회원권을 정지하고 자의 사직을 받지 않도록 했다.

기소위원회의 기소를 거쳐 노회 재판국에 회부된 이 목사는 정직 1년 판결을 받았다. 서울강북노회 재판국은 9월 14일 "이 목사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국가 재판의 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노회 재판국은 이미 국가에 의해 범죄행위에 따른 6개월 징역이라는 실형을 살았다는 점, 초범이라는 점, 자신의 지혜롭지 못한 부분에 대한 후회와 재판 결과에 따른 후유증 등을 감안해 정직 1년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강북노회는 11월 1일 열린 39회 정기노회에서 이 목사에게 '정직 1년' 판결을 내린 노회 재판국의 보고를 그대로 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재판국장 이상무 목사는 예장통합 국내선교부가 103회 총회를 앞두고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참고해 양형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추행'으로 징계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 '정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 조항에는, 성추행을 저지른 목사의 형량은 '시무 정지 이상'이라고만 나온다. '시무 정지 이상'이면 면직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상무 목사는 "면직은 성폭행 시 형량이다. 정직이 성추행 시 가장 높은 형량이다"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정직은 6개월 이상 2년 이내다. 재판국은 정직 2년이라는 최대치 대신 1년을 택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 기준이 높아졌는데, 정직 1년이면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국장 이상무 목사는 "1년이나 2년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정직 처분을 내렸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무 목사는 "개인적으로 더 엄격한 제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징계와 회복이라는 면을 생각하면 총회에 상정된 형량은 나름대로 기준점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정직은 이미 목회자에게 치명적인 중형이다. 이 목사는 이미 사회 법에서 행위에 대한 실형을 선고받았고 우리는 목사로서 그의 자격 문제를 따지는 것이다. 교회도 이미 폐지 청원이 올라오는 등 앞으로 목회 활동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피해자는 '정직 1년' 처분 소식을 듣고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 목사가 시무하던 ㅇ교회는 현재 임시당회장이 파송된 상태다. 노회 임원회가 ㅇ교회 폐지 청원을 올렸으나 교회 폐지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공동의회 혹은 시찰회여야 한다는 헌법 해석에 따라 당시 시찰장이었던 전 아무개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세웠다.

실형까지 산 성폭력 가해자가 정직 1년 처분에 그쳤다는 소식을 들은 피해자 김영희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1년만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목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판결을 내린 목사들은 자기 딸이 같은 일을 당했다고 해도 그렇게 결정했을지 궁금하다.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하지 않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편, 이 목사는 피해자 김 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패했다. 김 씨는 이 목사에게 성폭력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고,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이 목사가 김 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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