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안식일을 제정하며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신다. 안식일의 목적이 마치 노동을 '금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출애굽기 23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만드신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남종과 여종, 가축들도 쉬어야 한다'는 이유다. 하나님은 노동의 수레바퀴 속에서 쉼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쉬라고 명령하셨다. 진정 안식이 필요한 노예·가축에게 안식을 주신 것이다. 이것이 해방적 관점이다. 하나님은 그들의 인간다움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주셨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노동하는 그리스도인>(대장간) 공저자이자 기독연구원느헤미야(김형원 원장)에서 조직신학과 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김동춘 교수가 말했다. 김 교수는 하나님께서 노동 자체도 명령했지만, 비인간화한 노동 현장에서의 해방도 명령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동을 '해방적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식일'은 노동하지 않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었던 피지배계급에 하나님이 내린 해방의 명령이라고 했다. 그들의 인권까지 수호하려는 하나님의 노력을 성서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1월 2일 연 '우리가 꿈꾸는 노동' 포럼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김동춘 교수는 11월 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배종석·정병오·정현구) 청년운동본부가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연 포럼에서, '노동의 신학과 노동 윤리'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노동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며, 현대사회 노동의 현실을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설명했다.

김동춘 교수는 먼저 '창조'의 관점에서 노동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한 최초의 명령 속에 '노동'이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는 창세기 1장 28절의 '문화 명령'이 하나님이 인간에게 노동을 명령한 증거다"라고 말했다.

또 모든 인간은 이미 하나님의 노동 명령을 수행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김동춘 교수는 "(하나님이 아담에게 명령할) 당시는 농경 사회였기 때문에 '땅'을 다스리라고 말씀하셨다. 현대사회를 바탕으로 한다면, 가정·국가를 형성하는 일이나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일 등 모든 삶의 현장이 노동의 장소가 된다.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창조 명령대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춘 교수는 하나님께서 노동 자체도 명령했지만, 비인간화한 노동 현장에서의 해방도 명령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노동을 인간의 타락에 따른 형벌과 저주로만 해석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예배·기도·묵상과 같은 교회 안의 일과, 일상의 노동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가, 노동을 하찮게 보는 교회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노동하는 삶을 하찮게 봤던 중세 시대에는 손님 대접을 위해 분주했던 마르다를 열등한 그리스도인으로 보고, 예수님 말씀을 들은 마리아를 '관상하는 삶'을 대표하는 우월한 그리스도인으로 봤다. 대표적인 이원론적 사고다. 그런데 당시 부엌에서 요리하는 마르다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예수님은 물론 모두가 굶어야 했을 거다. 설교를 귀담아듣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 시간에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도 꼭 필요하다. 이처럼 노동이 갖는 긍정적 의미를 생각하고, 노동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인지하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김동춘 교수는 '하나님이 노동을 명령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다 보면 현실 노동 세계의 아픔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보도된 양진호 회장의 폭행 사건을 예로 들며 실제 노동 현장에서 인간을 착취하고 비인간화하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갈등이 가득한 현대사회 노동 현실을 그리스도인들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고당하고, 임금을 체불당하고, 폭력적 상황에 놓이는 이들의 관점에서 노동을 봐야 한다. 노동을 해방의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으면, 관념적·추상적 논의에 머무르게 된다. 효율성에 의해 사람이 평가되는 비인간적 현실을 외면하는 신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청년유니온 나현우 기획팀장은 한국 사회가 열악한 노동 현실은 외면하면서 취업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만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포럼에서는 한국 사회에 '비인간화한 노동'이 얼마나 만연한지 알아보는 시간도 있었다. 청년유니온 나현우 기획팀장은 한국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지적하며, 가장 큰 문제는 '못난 개인'만 부각하는 사회라고 했다.

한국 전체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22.3%다. OECD 회원국 중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2071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최하위 독일과는 700시간이 넘게 차이 난다. 나현우 팀장은 이 같은 수치를 보여 주며, 한국 노동 시장에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노동권 보장 수준도 낮다고 했다. 한국은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의 '세계 노동자 권리 지수' 조사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아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로 분류됐다. 나현우 팀장은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78%다. 직장 내 유·무형의 폭력도 새롭게 드러나는 문제"라고 했다.

나 팀장은 한국 사회가 이 같은 노동 현실은 외면하면서 취업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만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취업 준비생들이 공공 기관과 대기업으로 몰리는 현상을 '게으르고 눈이 높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공공 기관과 대기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고 했다.

'못된 시스템'이 아니라 '못난 개인'을 부각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나 팀장은 "취업 준비생들의 공공 기관·대기업 쏠림 현상은 '질 낮은 일자리'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청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일자리 전반의 질 향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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