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신사참배 80년 회개 기도회를 취재하기 광화문을 찾은 10월 28일, 뜻밖의 광경을 보고 말았다.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10여 명이 모여 한 남성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사진 바로 아래에는 '재림 예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지상 천국이 가까웠다 재림 예수를 믿으라", "천국은 사람이 죽은 후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들어가는 것이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건 뭐 갈 데까지 갔구만.' 한동안 서서 관찰했다. 그들은 지나가는 시민에게 주보를 나눠 줬다. 주보에도 재림 예수 사진이 담겨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묘하게 복잡한 방식을 거쳐 '재림주'를 주창하는 이단·사이비는 봤지만,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게다가 보수 개신교계 연합 단체들과 대형 교회들이 주최한 대규모 기도회 근처에서 '재림 예수'를 홍보하는 이들은 처음이었다.

생경한 광경을 사진으로 찍었다. 한 관계자를 만나 "대체 재림 예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그분의 이름은 지금 알려 드릴 수 없다. 궁금하면 교회에 문의하거나 찾아오라"고 말했다. 이날 재림 예수 홍보는 2만 명이 모인 신사참배 회개 기도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거리상으로 100m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자칭 '재림 예수' 구인회 씨를 믿는 초막절교회 신자들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들이 말하는 재림 예수가 누구인지 찾아봤다. 사진 속 인물은 재림예수교회초막절회관 교주 고故 구인회 씨였다. 이미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기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1976년 1월 30일 서대문구치소에서 사망했다.

구 씨는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활동 기간은 3년밖에 안 된다. 1974년부터 서울 말죽거리를 주 무대로 활동했다. 재림 예수를 자처하며 주로 아픈 사람들을 상대했다. 병이 치유됐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교세는 부쩍 늘었다. 1975년 8월 나온 <주간경향>을 보면, 구 씨를 따르는 신도만 1만 명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구 씨는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3대 교리를 앞세웠다. 교회도 세웠지만 십자가는 달지 않았다. 당시 <주간경향>에 따르면, 구 씨는 "예수가 달려 죽은 십자가는 재수 없다. 일절 달지 말라. 대신 하나님을 상징하는 태극기만 달라"고 했다.

구 씨가 사망한 뒤로 교세는 급감했다. 재림예수교회초막절회관 측에 따르면, 현재 구 씨의 후계자인 '선지자' 최총일 씨를 비롯해 사도 12명, 교사 144명, 신자 600~7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초막절교회 찾아가 봤더니…
성경 구절 짜 맞춰 가며 설득
'돈과 세습' 문제 지적에 할 말 잃어

주보에 나와 있는 서울 양재동 초막절교회를 11월 2일 찾아가 봤다. 2층으로 된 예배당은 비교적 아담했다. 교회 입구 상단에는 초록색으로 된 초막절이라는 간판이 크게 걸렸다. 역시나 십자가 대신 태극기가 달려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한 남성이 나와 반겼다. 그는 자신을 '교사'라고 소개했다. 교사는 교회에서 살고 자비량으로 사역한다고 했다. 결혼도 하지 않는다. "재림 예수가 궁금해서 왔다"고 하니 안내실로 인도했다.

교사는 성경부터 꺼냈다. 누가복음, 에스겔, 베드로전서 등 성경 구절을 왔다 갔다 읽으며 설명했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 가듯 설명을 한 끝에 구인회 씨가 재림 예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천지나 하나님의교회 포교 방식과 유사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교사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 번 설명으로 부족하다며 5번 정도 들어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는 또다시 성경을 들추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성경에 '태극기' 관련 말씀이 나온다며, 이는 재림 예수가 한국인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창세기와 에스겔, 요한계시록을 왔다 갔다 하며 설명했다. "이렇게 작위적으로 말씀을 맞춰 가며 설명하면 (이야기가) 안 될 게 없겠다"고 하자, 그는 "혹시 신학생이냐"고 물었다. 그는 더는 성경을 펼치지 않았다.

교사는 구인회 씨가 살아생전 활동한 모습이 담긴 파일첩을 보여 줬다. 각종 신문광고, 집회 사진, 언론 보도 등이 담겨 있었다. 정작 교사는 재림 예수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 씨가 재림 예수가 틀림없으며, 그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다고 했다.

교사는 대뜸 신사참배 회개 기도회에 참가한 대형 교회 목사들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목사들이 교인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고, 돈을 숭배하고, 하다못해 세습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은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요하지 않고, 세습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결혼도 안 하기 때문에 성적 문란도 없다고 했다.

'돈과 세습' 문제를 지적하는 말에 잠잠할 수밖에 없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불현 듯 떠올랐으나, 똥이든 겨든 묻은 건 떼어 내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초막절교회가 허무맹랑한 교리를 신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통'이라는 기성 교회도 비판받을 지점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초막절교회에서는 십자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십자가보다 중요시 여기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초막절교회는 여느 이단·사이비 집단과 같이 극단적인 주장을 폈다. 교사는 "하나님과 2000년 전 예수, 재림 예수(구인회)가 오는 날 하나님나라가 임할 것이다. 그때 세상은 천국이 될 것이다. 육신은 영생을 얻는다. 죽어서 가는 천국은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런 식의 주장이 일반인과 기성 교인에게 먹히느냐고 물었다. 교사는 "일반인은 우리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교회에 항의하는 전화도 종종 온다. 그러나 재림 예수를 믿고 따르는 우리가 진리(참)이며, 기성 교회에는 구원이 없다"고 말했다. 교사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초막절교회를 벗어났다. 교사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재림 예수가 궁금해서 교회를 찾아온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단 집단을 취재할 때마다 느끼는 건, 그들은 매우 친절하고 또 간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에 미혹돼 이단에 빠져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이단 전문가는 극단적이고 초월적인 주장을 펼치는 이단 세력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전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진용식 목사는 "이미 죽은 사람이 무슨 재림 예수란 말인가. 구인회 씨는 이미 이단으로 규정됐다. 신천지와 포교 방식이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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