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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과 한국교회
발칙한 상상 - '소확익' 침해 통한 개혁 동지 만들기
  • 신재용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8.10.31 19:34

유치원 문제 해결,
학부모로부터

유치원 비리 문제가 전 국민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한 달 전인 9월 초만 해도 관심 밖이었다. <노컷뉴스>가 '고삐 풀린 사립 유치원, 학부모의 품으로'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연재했지만, 일상 기획 기사인 줄만 알았다. '누리 과정 예산'으로 연간 2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유치원의 회계 부정으로 학부모의 원비 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기사를 관심 있게 본 학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0년에도, 2016년에도, 지난해에도 '유치원 회계 시스템'이나 '유치원 교육 종합 정보 시스템' 등을 구축하려 했지만 시행을 앞두고 유치원 단체들이 반발해 번번이 좌초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유치원 단체들은 그때도 집단 휴업을 하겠다며 학부모와 교육 당국에 읍소하면서 정부의 시행 의지를 좌절시켰다니 이번이 처음이 아님은 분명했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관련 기사를 보기는 했던 것 같다. 유치원 회계 부정 문제가 반복되는 보도로 기억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정작 학부모 대다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새 교육부장관이 국회 인준을 받던 지난달만 해도 교육부의 주요 현안 중 하나인 유치원 문제는 청문회 질문지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 아이를 둔 학부모의 주요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국회의원이 10월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치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치원 관계자들 시위로 토론회가 정상 개최하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제야 대중은 유치원에 문제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부터도 그랬다. 처음 듣는 보도인 것처럼 잠시 관심을 뒀다.

파행된 정책 토론회나 비리 유치원 명단 일부가 공개되었을 때도 그랬다. 그렇게 끝났다면 옛날처럼 기억 한구석에 처박아 놓고 수년을 잊고 지냈을 것이다. 유치원생의 교구재와 식대, 교사의 보조 수당 등으로 집행해야 할 '누리 과정 예산'이 원장의 사치품과 공과금, 심지어 성인 용품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93명의 아이에게 달랑 계란 3개를 푼 국을 먹였다는 등 유치원의 먹거리 관련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비리 명단에 포함된 유치원 중 유통기한을 훌쩍 넘긴 달걀을 보관하고 있던 곳도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학부모들은 분노를 쏟아 냈다. 유치원 재정 비리가 내 자식이 먹는 당장의 부실한 식사와 직결되면서 학부모는 단체로 유치원을 찾았고, 거리로 나왔으며, 이 문제가 국민의 공분까지 사자 정부는 구체적 대책을 내놓았다.

그제야 10년 넘게 곪아 있던 문제가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고 있다. 솔직히 유치원 문제의 해결은 '에듀파인' 사용에 있지 않다. 과거와 달리, 당사자인 학부모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감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자 동력이다.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급식짤'이나 그것을 퍼 나르는 '맘카페'의 '몇 컷'이 부실한 학교 급식을 해결할 최선인 것처럼 말이다.

발칙한 상상①
- 세법 개정안, 건국 이래 최대 개혁?

2018년 10월 사립 유치원 비리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국가 재정수입과 지출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점을 마련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세법개혁TFT'를 구성했다. 관련 부처 실무 담당자와 세무 정책 전문가들은 2년간의 광범위한 분석과 연구, 논의를 거쳐 '새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무회의와 국회를 통과하면 본 세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새 개정안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공평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고 세출이 있는 곳을 철저히 감사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 직접세를 늘리고 간접세를 줄이기 위해 세목을 단순화하고 면세와 감세 범위를 축소하여 세원을 확충하며 이를 복지 및 교육 예산 충당을 위한 재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 중 각종 조세 감면 혜택으로 17.56%(2017년 기준)에 머물러 있는 초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을 법인세율인 25%에 근접하도록, 조세 감면 혜택을 5년에 걸쳐 축소 폐지하고, 29%에 머물고 상속세 실효세율도 같은 기간 동안 현실화하여 최고 세율(50%)을 정한 법의 취지가 실현되도록 강력하게 실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1원이라도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 또한 강화하여 면세 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저소득자 조세 부담은 일부 가중될 전망이다. 세법 개정을 통해 세입 확대가 분명한 만큼 확충된 재원은 보편 기본 소득(UBI) 지급을 위한 재원과 저소득자·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 교육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종교계가 발끈할 내용도 들어 있다.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확대 차원으로 시행되던 '종교 단체 지정 기부금 세액공제'를 '조건부 세액공제'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법인세나 상속세 개편이 공정 과세 공평 과세를 통한 세입 관련 개편안의 예라면 '조건부 세액공제'는 세출 감시와 감사 강화의 일환이다. 이미 정부는 종교 단체 지정 기부금에 대한 세액 감면을 통해 교회에 간접적으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

2020년 회계연도부터 교회는 외부 회계법인의 정기적인 감사를 받아야만 한다. 감사 결과는 국세청에 보고되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된다. 핵심은 회계감사를 거부하거나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감사 결과 부적격 의견이 제시된 경우 해당 단체에 기부한 개인이나 단체의 세액공제가 취소된다. 그 범위는 해당 연도를 포함해 과거 3년이며, 소급하여 환급할 수 있다. 교계의 반발을 넘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9년 8월 20일 석간신문 기사)


발칙한 상상을 해 봤다. 사법 개혁이나 정치 개혁보다도 세제 개혁이 국정 최우선 과제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치 생명을 걸고 이를 추진할 정치인 또한 없다. 무엇보다도 교회를 겨냥한 법을 만든다는 것 무엇보다도 세금으로 교회의 돈줄을 묶어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발칙하다. 그런데도 이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은 교회 문제의 핵심인 돈 문제를 개선할 교회 자체의 동력을 생산하는 데 이만한 묘약이 있을까 싶어서다. (최소한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다.)

'민주주의'라는 방패

유치원 비리 문제가 학부모의 관심 사안이 되고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 정책 수립을 위한 동력을 마련하도록 유도한 건 개인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이익이다. 요샛말로 '소확익小確益'이다. 본인의 이익이 직접 침해를 당하지 않는 한 누구도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건 경험적 진리다. 안타깝지만 사회는 점점 더 그렇게 되어 갈 것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유치원 사건처럼, 내 자식의 먹을 것을 빼앗았다는 사실만큼 학부모를 자극한 것은 없었다. 유치원 설립자들은 사유재산이라며 이익 추구권을 주장하지만, 이는 더 큰 분노를 일으킬 뿐이다. 그럴수록 (내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의 모든 것은 학부모 관심사가 된다. 이것이 유치원 개혁을 위한 가장 큰 동력이다. 견제와 감시만이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공정과 공평의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비리 핵심이 돈 문제이듯 교회 문제 핵심도 돈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학력을 위조하고 불법적으로 안수를 받아 가면서까지 기를 쓰고 목사가 되려는 것도, 대형 교회 담임목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표절 설교를 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강단을 비우면서도 거액의 목회 활동비와 급여를 챙겨 가는 것도, 사회의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는 추태를 보이는 것도 모두 그 배후에 맘몬이 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민주적 절차를 언급한다. 건축할 때도, 세습할 때도, 심지어 부적격 회계감사 결과를 거부할 때도 교회는 다수결이 동의했다는 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선거나 투표는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아니다. 어떤 경우 선거나 투표가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될 수 있을까. 권력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 견제와 감시를 위한 실질적 장치의 존재, 그리고 권력 분산의 현실적 장치가 마련된 민주적 공간에서 작동한 행위여야 한다. 교회는 이 같은 기본조차 모르고 있다. 없는 정당성을 주장하려니 고귀한 민주적 도구들을 도용하는 우를 범한다.

방치하면 '공범자'

나는 연말이면 꼬박꼬박 헌금 납부 증명서를 떼어 가는 평범한 작은 교회에서 자랐다. 대형 교회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교회 사무실에서 찾아가던 증명서를 교회 홈페이지에서 손쉽게 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지금껏 나는 '13월의 보너스'인 세액 환급을 앞두고도 헌금 납부 증명서를 멀리하는 교인을 보지 못했다. 자기 이익 앞에서 누구도 방관자로 남아 있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나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종교 단체가 지정 기부금 세액공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세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NGO나 복지 단체도 마찬가지다(종교 단체 외 지정 기부금). 유치원 원장들의 로비와 다양한 영향력 행사로, 실무를 책임진 교육부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모두 2조 원 넘게 지원되는 '누리 과정 예산' 집행을 수년간 방관해 왔다. 종교 권력도 비슷한 방식으로 정부와 언론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마비시켰을 것이다. 수년간 지정 기부금 세액공제를 통해 헌금액 증가와 같은 실질적 시혜를 누렸는데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이 법 시행을 통해 교회가 얼마큼의 세제 지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치도, 헌금은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추정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 알기 쉬운 방법으로 공시하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면 최소한 언론이라도 이를 심층 보도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접한 바 없다(내 기억이 잘못되었기를 바란다). 그렇게 방치된 기간에 기부금 세액공제로 늘어난 헌금은 교회를 타락하게 하는 땔감이 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작금의 교회 타락에 정부가 기여한 바는 지대하다.

발칙한 상상②
- 소심한 저항자와 개혁 투사 사이

이쯤하면 '조건부 세액공제'의 여파가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교회는, 신성한 교회를 세속의 잣대로 판단하려 한다며 외부 회계감사를 거부할 것이다. 종교 탄압이라며 교인을 선동해 거리로 나올 것이다. 세법 개정안 철폐를 위해서라면, 가짜 뉴스를 동원해 혐오스러운 집단으로 매도하던 이슬람과도 연대할지 모른다. 이렇게 수개월 소요에 가까운 정국 불안이 동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 다수는 찬성할 것이다. 늘어난 세수가 복지와 교육 재원으로 사용되고, 특히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으로 일자리를 잃어 가는 다수를 위한 보편 기본 소득(UBI) 재원으로 사용되리라는 기대는 현재의 삶뿐 아니라 미래의 삶이 개선되리라는 희망과 연결되어 정책을 향한 확고한 지지 이유가 될 것이다. 법안 통과 및 실행까지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국민적 지지로 법이 시행될 수만 있다면, 법 시행 이듬해 2월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 대리는 십일조와 각종 헌금으로 소득의 상당액을 헌금해 왔기 때문에 종교 단체 지정 기부금 세액공제에 따라 약 15% 세액공제를 받았다. 아버지가 있는 요양 병원에 대한 지출, 가족 병원비 세액공제 등 매년 상당액을 환급받아 빠듯한 가계에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출석하는 교회의 회계감사 거부로 당해 연도부터 종교 단체 지정 기부금 세액공제를 못 받게 되고, 과거 2년 치 환급금 환수 조치까지 더해져 환급은 고사하고 그간 받은 환급금까지 분납할 상황에 처했다고 해 보자. 설상가상 옆 부서 신우회 동료 김 대리는 출석하는 교회가 당당히 외부 회계감사를 수용해 적격 의견을 받았고, 종교 단체 지정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아 예년처럼 짭짤한(?) 보너스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았다고 하자.

이럴 경우 최 대리가 교회의 재정 투명성 재고를 위한 투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내 밥그릇을 건드렸으니 어떻게든 반응하는 게 본능이다. 투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3월부터 세액공제도 못 받는 헌금을 줄일 것은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교회 재정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질 것이 분명하다. 투사가 되어 회계 투명성을 부르짖으며 헌금을 적게 내든 전혀 내지 않든 교회 재정이 감소하는 기대 효과는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교회 문제 핵심인 돈의 위력은 감소한다. 목사 비리 문제는 신경 쓰고 싶지 않겠지만 내 환급금이 없어진다는 문제는 심각하다. 그렇게 교회 문제가 내 문제가 되면 개선을 위한 자생적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아닌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예요"

점잖은 항의든 분노에 찬 외침이든 상관없다. 지금까지 교회 재정 문제가 교회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없는 문제도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데, 명확하게 보이는 문제도 전 교인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그것이 자기 이익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확익'은 다수 속에 익명으로 숨으려는 개인을 전사로 끌어낼 뇌관이다. 결국 교회 개혁은, 어떤 소확익을 찾아 그것을 매개로 교인들을 어떻게 개혁에 동참하게 할 것인가 하는 선동 기법으로 결판이 날지도 모른다. 순전히 방법론적 측면에서만 볼 때는 말이다.

이렇게 개인주의 신앙과 이기적 본성을 건드리지 않고는, 교회 개혁을 위한 교회 내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최근 유치원 사태와 한국교회 현실이 교차되다 보니 이런 발칙한 상상에 이르게 되었다. 지극히 세속적인 상상에 대한 변명이다.

신재용 / 약사, 한국라브리공동체 이사회 감사,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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