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자유연구소가 '자본주의, 그 다음'이라는 이름으로 11월 5일부터 5주 동안 토지+자유 아카데미를 시작합니다. 남기업 소장과 김종철 교수(서강대학교), 이태경 사무처장(헨리조지포럼)이 각각 토지제도와 금융 질서, 기업 지배 구조를 두고 질문을 던집니다. 남기업 소장, 김종철 교수 글에 이어 이태경 사무처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악마의 맷돌'처럼 부자를 더 부자로,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구조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분명 이들의 지적이 옳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룬 빛나는 경제적 성취와 생산력의 비약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소수의 사람이 독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소수의 사람들은 호사스럽기 그지없는 생활을 즐기는데, 대다수의 사람이 끼니를 근심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이런 체제가 장기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 혁명의 기운이 도처에서 꿈틀거렸고, 대안을 궁리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대안의 형식은 경제학일 수밖에 없는데, 기존의 고전주의 경제학을 발전적으로 지양하려는 야심 찬 포부를 지닌 대가 2명이 출현했다. 마르크스(1818~1883)와 헨리 조지(1839~1897)가 그들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 모순을 임금노동과 자본에서 찾았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은 임금노동이라는 상품을 임금노동자에게 구입하고, 임금노동자에겐 생존에 필요한 임금만 지급하고(생존비임금론), 임금노동자가 생산한 가치 중 생존비를 상회하는 가치는 자본이 빼앗아 간다(잉여가치론)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과 임금노동의 관계가 존속하는 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영원히 불의한 제체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헨리 조지 생각은 마르크스와 달랐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신뢰했다. 다만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가 토지를 소유한 지주계급이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자본과 노동이 생산한 가치를 지대(rent)의 형식으로 약탈하는 것에 있다고 봤다. 따라서 헨리 조지는 지주들이 부당하게 전유하는 지대(불로소득)를 세금으로 환수하고 다른 세금을 없애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헨리 조지.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이미지

나는 마르크스가 틀렸다고 자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헨리 조지가 옳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토지 등 자연 자원은 자연이 인류에게 베푼 선물이며, 자연 자원이 지닌 가치는 만인이 평등하게 누리는 것이 마땅하다. 단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자연 자원의 가치를 독점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토지 같은 경우, 토지 가치의 증가는 거의 전적으로 소유자가 아닌 사회의 역할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인 시민들이 이를 향유하는 것이 옳다.

이런 이치가 잘 이해되지 않으면 강남을 생각해 보면 된다. '영동'(영등포의 동쪽)으로 놀림당하던 강남이 지금처럼 대한민국 1번지가 된 것은, 국가가 세금을 투입해 각종 인프라를 구축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유동 인구와 거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다 보니 강남의 토지 가치(지대)가 천정부지로 뛰었던 것이다. 토지 소유자는 토지 가치 상승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단지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를 지대 형식으로 가로챌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가 지향할 방향이 명확하다.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증세를 하되, 토지 등을 위시한 자연 자원에 먼저 과세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재원도 마련된다. 그뿐 아니라 경제에 충격을 덜 주는 방식으로 지대를 제거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정의로움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나는 우리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효율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정의로울 수도 있다. 우리가 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기획하고 제도화할 수 있다면 말이다. 특히 지주들의 나라에서 농지개혁을 통해 자영농의 나라가 된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뒤 다시 지주들의 나라로 회귀해 사회 통합과 미래가 위협받는 대한민국에는 헨리 조지의 재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태경 /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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