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에서 교계 언론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설교 예화에 등장하거나 반동성애 진영에서 주로 인용하는 해외 사례는 대부분 교계 언론이 쓴 외신 기사가 근거다. <한겨레>가 동성애·난민·이슬람 관련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목한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나 '가짜 뉴스 유포자'로 지목된 교계 반동성애 활동가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것도 기독교 언론이 보도한 외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언론은 사실을 검증하고 정제된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다. 교계에 가짜 뉴스가 만연한 가운데, 기독교 언론은 이런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그렇다면 종종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올라오는 외신들은 과연 모두 사실일까. <뉴스앤조이>는 해외 기독교 소식을 더러 보도하는 교계 언론들의 기사를 살펴봤다. 외신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기독교인이 신앙을 이유로 핍박을 받았다거나 기독교인이 위기 상황에 기적을 경험했다는 유형이 많았다.

하지만 이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 기사들은 보수 개신교계가 반동성애·반이슬람을 주장하는 데 이용됐다. 교계 언론들이 어떤 방법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특정 집단의 입맛에만 맞게 기사를 짜깁기했는지 몇 가지 예를 통해 살펴보자.

원래 기사 취지와 다르게 편집
편향된 견해만 인용하거나
크로스 체크 불가능한 내용 다수
아예 사실관계 틀린 기사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국민일보)는 2018년 2월 28일 "反기독교 공세에…10여년 전통 '교회 졸업식' 포기한 美 공립고교'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의 한 공립 고등학교가 그동안 인근 대형 교회에서 졸업식을 열어 왔는데, 교내 반기독교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졸업식을 인근 컨벤션 센터로 옮겼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만 보면 '반기독교' 세력이 학교를 압박하고 기독교인들이 핍박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인용한 <릴리전뉴스서비스> 2월 26일 자 기사에는 '반기독교'라는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원래 기사는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성장을 보인 이 지역에 다양한 종교·인종이 모이다 보니, 이전에는 기독교인 교장이 직원 기도회·졸업식 등을 교회에서 진행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해졌다는 내용이다.

원 기사에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독교인의 입장은 물론, 긍정적으로 보는 기독교인의 입장도 담아, 현 상황을 균형 있게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기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다 생략하고 '반기독교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맥키니고등학교 릭 맥대니얼 교장(가운데 양복 입은 사람)이 인근 교회에서 열린 직원 모임에서 기도하고 있다. 맥키니고등학교는 공립이다. 맥키니 학교 영상 갈무리

<크리스천투데이>가 올해 1월 18일 보도한 "나이지리아 무슬림 女 대학생, 기독교 개종했다가 체포돼" 기사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개종이 불법이 아닌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무슬림 여학생과 기독교를 소개한 남성이 둘 다 경찰에 체포됐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을 지도한 목사도 사라진 상태라고 기사는 전한다. 마치 기독교로 개종해서, 개종을 권해서 체포됐다는 식으로 썼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인용한 매체는 <월드워치모니터>다. 이 매체는 전 세계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의 모습만 중점적으로 보여 준다. 문제는 <월드워치모니터>도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을 때가 있는데, 이 기사에만 의존하면 또 잘못된 기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일은 '기독교로 개종한 여학생이 체포'된 사건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19세였던 나빌라에게 28세의 다풋이 기독교를 소개했다. 다풋의 도움으로 나빌라는 기독교 계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나빌라와 다풋은 4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나빌라의 부모도 다풋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빌라가 부모에게 기독교로 개종하겠다고 선언하고 사라진 것이다. 이에 놀란 부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다풋이 나빌라를 감금하고 강제로 개종시킨 게 아닌지 의심해 그를 체포했다. 이 같은 내용은 나이지리아 일간지 <더선>에도 나온 내용이다. 다풋은 3주 뒤 풀려났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10대와 20대 중에 영국 교회를 찾고 있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런던 세인트폴대성당.

<기독일보>가 내보내는 외신 관련 칼럼은, 칼럼이 주장하는 바와 실제 내용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기독일보>가 2018년 9월 11일 보도한 "영국 교회들은 왜 술집이 되었나"는, 영국 교회가 인본주의를 따르고 세속화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소개한다. 자유주의 신학을 받아들인 영국에 이어 한국·미국 교회도 쇠락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해야 하고, 이런 곳들은 큰 부흥을 겪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교회가 왜 문을 닫았는지'는 한국교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문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다양한 관점이 소개됐다. 단순히 '자유주의 신학을 받아들여서 망했다'고만 말할 수 없다.

일례로,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가 2017년 6월 17일 보도한 내용은 <기독일보> 칼럼 내용과 조금 다르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영국 젊은이 사이에서 기독교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명 중 1명은 기독교인이며, 나이대가 내려갈수록 그 비율이 더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기독일보>는 2018년 8월 17일, 기독교 국가였던 레바논이 이슬람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다문화주의 정책을 편 뒤 이슬람 국가로 바뀌었다는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의 글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레바논은 '기독교 국가'였던 적이 없다. 이는 이미 <뉴스앤조이>가 팩트 체크한 바 있다.

위험에 처한 목사가 사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다른 매체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외신에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기적 체험도 종종 등장한다. 특히 이슬람이나 외부 세력에 핍박받던 기독교인이 기적적으로 위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사의 내용은 크로스체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가 2016년 7월 11일 보도한 '맹견 무리에 던져진 기독교인, 다니엘의 기적 체험' 기사는,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7월 10일 자 기사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또 다른 개신교 인터넷 매체 <베리타스> 역시 이를 그대로 번역해 '개종한 무슬림, 사자굴에 던져진 다니엘 기적 체험'이라는 기사로 7월 13일 내보냈다. 이 같은 내용은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아닌 다른 경로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17년 5월 10일 "중동에서 또 한 번 일어난 '다니엘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동 지역에서 무슬림을 위해 사역하던 목사가 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서 탈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는 <월드넷데일리>라는 인터넷 매체를 인용했는데, 이 역시 다른 곳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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