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박종철 총회장) 청주 ㅇ교회 교인들은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수십억대 은행 부채를 갚지 못해 예배당이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교인들은 당황했다. 수년 전부터 재정이 어렵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ㅇ교회는 현 대표목사 고 아무개 목사가 1988년 전도사 시절 개척한 교회다. 지하 20평 예배당에서 시작한 ㅇ교회는 30년이 지나면서 1100평 대지에 건물 네 동을 보유한 중형 교회로 성장했다. 어린이집·홈스쿨·요양원 등을 운영하며 지역 교계에서 복지 사역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ㅇ교회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 위에 쌓은 성이었다.

ㅇ교회가 현재 갖고 있는 은행 부채는 약 50억 6000만 원. 재정부 ㄱ 집사는 "고 목사가 교회 자산을 담보로 53억 원을 빌려 현재 2억 4000만 원을 상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 목사가 빚이 있는데도 무리하게 교회 사역을 확장하다 보니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고 목사는 1996년 처음 은행에 빚을 지기 시작했다. 상가 교회를 전전하다 단독 건물을 짓기 위해 빌린 2억 7000만 원이 시작이었다. 빚은 10년 만에 수십억으로 불어났다. 2004년에 노인 복지시설을 신축하면서 2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7년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4층 규모의 예배당과 3층짜리 다목적 주택을 지으면서 50억 원으로 증가했다. 고 목사는 교회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 전환 대출을 하면서, 빚은 갚지 않고 건물만 계속 신축했다.

올해 4월에야 드러난 부채 상황
은행 부채 50억, 개인 채무 최소 10억
교회 공식 입장 "은행 처분에 맡기겠다"

ㅇ교회 채무 상황은 올해 4월에야 교인들에게 공식 확인됐다. 고 목사는 2017년 10월 말,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후임 목사를 청빙했다. 그는 대표목사라는 직함을 달고 교육관·복지시설 등을 매각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부채난을 개선하지 못하자, 고 목사는 결국 소수 교인에게 교회 상황을 공개했다.

'평신도 리더 회의'는 당황했다. 집사 7인으로 구성된 평신도 리더 회의는 올해 4월, 고 목사가 후임 장 아무개 목사에게 재정난 해결을 요청하면서 만들어진 모임이다. 장 목사는 ㅇ교회에 부임하면서 목회에만 집중하고, 부채 문제는 고 목사가 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혼자서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자, 장 목사와 교인들에게 이를 알렸다.

집사 7인은 부채가 수십억이나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ㄱ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은 100명 안팎으로, 한 해 예산이 약 1억 6000만 원에 불과하다(2017년 기준). 집사들은 다섯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교회 재정으로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기 어렵다는 판단했다.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교회 상황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힘들었으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중략) 더 이상 이 상태로 교회를 지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이후로는 은행에 일체의 처분을 맡기고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한 당장의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더 큰 고통을 막기 위해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신도 리더 회의 최종 입장문)

ㅇ교회 고 목사는 교인들에게 부채 규모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평신도 리더 회의는 교회 채무 현황을 조사하면서 고 목사가 금융권 외에도 개인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추가로 파악했다. 이들이 확인한 액수만 10억 4000만 원이다. 고 목사가 건축비·운영비 등을 목적으로 교인, 가족, 복지시설 직원 등에게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을 빌린 것이다.

집사 7인은 개인 부채가 더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평신도 리더 회의에 참석한 ㄱ 집사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고 목사에게 여러 차례 서면으로 부채 규모를 질의했다. 처음에는 개인 부채가 없다고 하더니 질문할 때마다 액수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아직 교인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빚이 더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교인들 "재정은 고 목사와 가족들 밖에 몰라"
뒤늦게 경매 소식 들은 개인 채권자들
"목사라고 해서 신뢰했는데, 속았다"

교회 부채가 수십억이 되는데도 교인들은 이를 모를 수 있었을까. ㅇ교회 교역자와 교인들은 고 목사가 30년 가까이 혼자 재정을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재정부 ㄱ 집사는 "교회 재정과 관련한 모든 사안은 고 목사밖에 몰랐다. 재정부는 헌금을 계수하고 연말 사무처리회 전에 수입·지출 내역을 정리하는 일만 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활동하면서 복지시설 사무장까지 역임한 ㅈ 목사도 교회를 비롯해 부속 시설인 어린이집, 복지시설 재정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이가 고 목사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교인들은 교회나 부속 시설 재정이 실제 어떻게 쓰이는지 자세히 모른다. 연말마다 사무처리회를 하지만 형식뿐이다. 그러니 부채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 채권자들은 올해 7월에서야 교회 예배당과 부속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처음 알게 됐다. 원금 상환이 불안해지자 이들은 고 목사에게 속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ㅇ교회 복지시설에서 근무했던 ㅊ 집사는 11년 전 고 목사에게 약 5억 4000만 원을 빌려줬다. 그는 "목사라는 말을 믿고 기꺼이 돈을 빌려줬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몰랐다. 작년부터 연락이 단절돼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하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고 목사에게 받아야 할 돈이 약 1억 4000만 원이라고 했다.

ㄱ 집사는 고 목사에게 5000만 원을 빌려줬다. 고 목사는 2009년 1000만 원을 시작으로 총 네 번에 걸쳐 돈을 꿨다. ㄱ 집사는 "목사님이 교회 사정이 어렵고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족들 돈까지 모아다 빌려줬다. 몇 개월 안에 주겠다는 말만 믿고 계속 돈을 마련해 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용당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ㅈ 목사는 2008년 부교역자로 재직할 때 고 목사에게 1억 6000만 원을 빌려줬다. 그는 "고 목사가 매달 고금리를 적용해 이자를 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제안했다. 이자가 욕심이 난 건 아니었다. 부교역자였기 때문에 담임목사였던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서너 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을 돌려받고 나머지 금액은 아직 받지 못했다. 

고 목사는 은행과 개인 돈을 빌려 무리하게 건물을 확장했다. ㅇ교회 예배당(사진 맨 왼쪽)과 요양원(사진 맨 오른쪽) 은 모두 경매에 넘어갈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고 목사, 상환 포기한 교회에 유감 표명
"일신의 영달 바란 것 아냐
한국에 빚 없는 교회 없어"

고 목사는 교인들과 채권자를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10월 18일, ㅇ교회에서 만난 고 목사는 "교회 채무 상황이 알려지면 혼란이 커질 것을 걱정했다. 혼자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까지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부채가 수십억에 달했지만 고 목사는 금방 갚을 줄 알았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헌금과 어린이집·요양원 등에서 들어오는 수익으로 이자와 원금을 잘 갚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복지시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재정난이 닥쳤다고 했다.

"교회를 신축하면서 부채가 20억에서 50억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고 목사는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복지시설 등 부속 건물을 처분해 빚을 갚으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거래가 좀처럼 성사되지 않아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상환을 포기하고 은행 처분에 따르기로 한 교인들에게는 유감을 표했다. 그는 평신도 리더 회의를 결성했을 때 교인들이 단결해서 부채난을 해결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교인들이 보인 반응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평신도 리더 회의 결정을 듣고 교인들에게 실망했다. 지금은 교인이 많이 떠나 1년에 1억 원 모으기 어렵지만, 교회가 더 성장하면 부채는 금세 갚을 수 있다. 한국교회에 부채 없는 교회가 어디 있나. 교인들이 일심하여 힘을 합치면 이 정도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수십억대 부채라는 말만 듣고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는 30년 동안 헌신했던 자신의 삶이 모두 매도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고 목사는 "30대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교회를 개척해 지금까지 왔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되어 할 말이 없지만, 결코 일신의 영달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목회를 잘하기 위해서 벌인 일인데, 사람들이 사기꾼·거짓말쟁이로 모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