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간이 언제나 균일하게 흐르며 누구에게나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항상 변함없이 흘러왔고 앞으로도 끝없이 그렇게 흐를 것이라 믿는다. 시간의 이런 보편성, 절대성, 그리고 불변성은 근대 과학이 완성된 뉴턴(Isaac Newton, 1642~1727) 이후로 과학에서도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보편적이고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간에 대한 이해를 바꾸어 놓은 연구들이 나왔다. 행성이나 별과 같은 아주 무거운 것과 빛과 같이 아주 빠른 것을 연구하면서 생긴 결과들이다. 아주 무겁거나 아주 빠른 세상에서는 시간이 절대적이며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시간의 상대성이 실생활에 반영된 예로서 우리가 휴대폰으로 위치를 찾거나 자동차로 길을 찾아갈 때 널리 사용하는 내비게이션(GPS, 티맵이나 구글 지도 등)을 들 수 있다. 내비게이션 기기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빠르게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의 통신을 통해 작동한다. 그런데 그 개발 과정에서 인공위성 속의 시간이 우리가 사는 지상의 시간과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공위성에서의 시간이 지상보다 하루에 38마이크로초만큼 빠른 것이다. 그 차이는 아주 작지만 지상과 인공위성의 시간은 분명히 다르다. 이 작은 차이를 보정해 주지 않으면 실시간으로 방향을 알려 주는 내비게이션에서 하루당 10km라는 큰 위치 오차를 내게 된다. 즉, 내가 가려는 목적지에서 10km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안내한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은 인공위성 속의 시간이 이렇게 지상과 다른 것은 인공위성 속 시계의 기계적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본성임을 밝혔다. 상대성이론(혹은 상대론)이 그것이다.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처음 주장한 이론이다. 1905년 처음 발표된 특수상대성이론은 운동하는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빠르게 움직일수록) 그 물체가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이 늦어진다고 주장한다. 10년 뒤 발표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별과 같은 무거운 물체는 주위 공간을 휘게 하고 시간을 늦춘다. 작년 개기일식 때도 확인되었는데, 지구로 오는 별빛이 태양을 지날 때 휘어서 오는 것이 관찰된다. 무거운 태양이 태양 주위의 공간을 당겨 휘는 것이고 이로 인해 그곳의 시간도 느려진다. 인공위성 속의 시간이 지상의 시간과 다른 것도 이 상대성이론 때문이다. 현대 과학은 이 상대성이론에 기초해 시간은 절대적이 아니라 변한다고 주장하며, 또한 시간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이 시작될 때 빛이나 물질과 함께 만들어졌다고 한다.

위의 내비게이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상대성이론은 현재 여러 과학적 증거들을 통하여 검증됨으로써 단지 이론이 아닌 사실로 인정받는다. 즉 우리가 무거운 물체 가까이 있거나 아주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즉, 수명이 길어진다. 최근 상영된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중력이 강한 어느 별에 몇 시간 더 머물다 왔을 뿐인데, 지구 시간으로는 수십 년이 흐른 장면이 나온다. 중력이 아주 강하게 당기면 마치 시간도 당겨지듯 느리게 흐르는 것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이다.

흔히 성경에 따르면 이 세상은 6000여 년 전에, 과학에 따르면 138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성경과 과학이 세상의 기원 문제에 대해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성경의 날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려 한 과학자들도 있다. 미국 MIT 교수였던 유대인 과학자 슈뢰더는 상대성이론에 기초해서 창세기 1장의 날들을 설명한다. 그는 현대 과학의 빅뱅 이론(이 세상이 138억 년 전 대폭발로 시작되었다는 이론)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창세기 1장의 날들을 믿는다고 말하며, 창세기 1장의 첫째 날의 하루 24시간은 지금 우리 시간으로는 80억 년, 둘째 날은 40억 년, 셋째 날은 20억 년이라고 주장한다. 우주 초기에는 모든 우주가 한 점에 모여 있었기에 중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서 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간이 그렇게 아주 느리게 흘렀다는 것이다.

그의 요지는 시간의 간격이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창세기 1장의 하루가 24시간인 건 맞지만 그 24시간을 꼭 지금의 24시간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 문제에서 과학의 오랜 시간 이론과 창세기 1장의 엿새 기술을 조화롭게 설명하려는 이런 주장들에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과학 이론들이 늘 변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런 주장들을 그대로 다 받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내가 믿고 붙들고 있는 것도 불완전할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 또한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성경은 시간이 영원하거나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또 고대로부터 아우구스티누스 등 많은 신학자들도 시간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라고 말해 왔다. 이는 현대 과학이 밝힌 상대적인 시간 개념을 더 풍성히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성영은 /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행하는 '좋은나무'에 실린 글입니다.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원문 바로 가기).
* '좋은나무'는 우리 사회의 여러 현안을 바른 시각과 관점으로 해석하는 글을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에게 제공합니다.

* '좋은나무' 뉴스레터 구독 신청 바로 가기(클릭)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