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일부 개신교인은 동성애 찬반 여부로 그 사람의 신앙을 평가한다. '동성애 반대'를 외치면 과거 행적에 상관없이 같은 편이 될 수 있다. 독재·학살의 주인공도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둔갑한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는 2015년 5월 9일 열린 '동성애 저지를 위한 서울시청 광장 한국교회 연합 기도회'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간다가 동성애금지법을 통과시키고 나서 미국이 연간 4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원조를 끊겠다고 했다. 유엔에서도 압박했다. 그러자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우린 미국의 원조를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동성애금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우간다를 살리는 것은 미국의 원조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고도 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나서 우간다로 이민 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 반대할 것인가."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이 같은 내용은 같은 해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 설교에도 등장했다. 2015년 6월 28일 대한문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반동성애 집회에서, 최낙중 목사(해오름교회)는 "'우리는 미국의 4억 달러 원조로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한 무세베니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뉴스앤조이>는 이 같은 논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무세베니의 행적을 짚어 보면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칭송을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세베니는 30년 넘게 장기 집권을 이어 온 독재자이며 '자국민 대량 학살의 주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 여러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구원파'의 한 계열 기쁜소식선교회 박옥수 씨와도 친분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교회에서 무세베니는 동성애 반대에 앞장선 믿음의 사람으로 회자된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그럼에도 반동성애 진영은 지금까지 무세베니 대통령을 "동성애 독재를 막기 위해 4억 달러 원조도 마다한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가 올린 해명 글을 보자.

7. 무세베니 하나님 사람

기독교 신자인 우간다 대통령 무세베니는 동성애 행위를 하는 자를 처벌하는 법안에 2014년 서명하였다. 이에 대하여 미국 백악관과 오바마 대통령은 비난하였다.
https://edition.cnn.com/2014/02/24/world/africa/uganda-homosexuality-interview/index.html?fbclid=IwAR2Uas7EuaCY5hQIb-PDbIo7iaK8PfyArHZN_TyC7_4pkq-MlMU026Mpxaw

한가모가 자료로 제시한 CNN 기사는 2014년 2월 24일 자 무세베니 대통령의 인터뷰다. 그는 이 인터뷰를 '반동성애법'(anti-gay law)이라 불리는 법안에 서명한 뒤 진행했다. 그는 "(우간다 과학자들이) 동성애는 유전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으로 '배우는' 것이라 했다. 동성애자들은 역겹다. 그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최근에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안은 성인 사이에 합의한 동성 간 성행위도 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경우에 따라 종신형에 처할 수도 있다. 동성애를 '범죄화'(criminalization)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미국은 물론 서유럽 여러 국가가 우려를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HIV/AIDS 관련 원조를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여러 인권 단체도 '반동성애법'이 우간다 인권 수준을 수십 년 전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현실에서 실행되지 못했다. 우간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8월 1일, 법안을 국회에서 인준할 당시 회의를 진행했던 국회의장이 정족수 부족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법안 상정을 지시했기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내용을 문제 삼은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법안은 무효가 됐다.

미국이 2014년 이후 우간다에 원조를 중단하지도 않았다. 미국 국제 원조 담당 기관 국제개발처(USAID)가 발표한 자료에는, 2014년 한 해 우간다에 지원한 돈만 3억 1162만 9518달러(한화 약 3509억 원)라고 나와 있다. 이 중 HIV/AIDS 프로그램에 들어간 돈이 1억 8000만 달러(한화 약 1216억 원)다. 2015년에도 원조는 계속됐다. 2014년보다 조금 줄어든 금액이긴 하지만 3억 312만 4782달러(한화 약 3413억 원)을 지원했다. 이후 원조가 점점 증가해 2017년에는 한화 약 4254억에 해당하는 돈이 미국에서 우간다로 갔다.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하는 무세베니 대통령의 말, "우간다 국민들을 살리는 길은 미국의 원조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워딩은 찾을 수 없었다. 한가모가 출처로 제시한 CNN 인터뷰에도 이 같은 내용은 없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공식 문서에도 이런 내용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2월 16일, 우간다의 반동성애법 통과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6일 후, 이에 응답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는 "동성애는 유전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선천적인 것도 아니다. 우간다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다. 우리 사회를 존중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미국과 우간다는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우간다미국대사 데보라 말랙(왼쪽)과 건배하는 무세베니 대통령. 주우간다미국대사관 홈페이지 갈무리

한가모가 출처로 제시한 인터뷰 기사만으로는 그동안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해 왔던 '무세베니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주장을 해명하지 못한다. 이제 무세베니 대통령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자.

무세베니 대통령은 우간다의 오랜 독재자 이디 아민과 맞서 싸우던 저항군 수장 중 한 명이었다. 1978년 저항군이 아민을 축출하는 데 성공한 후, 무세베니는 권력 다툼을 거쳐 1986년 집권에 성공했다. 10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던 그는 1996년 치른 첫 대선에 당선되며 민주주의 외형을 갖춘 우간다의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후 2016년 다섯 번째 대선까지 내리 승리하면서 3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이다.

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의혹이 뒤따랐다. 2005년 11월, 이듬해 열리는 대선에서 무세베니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키자 베시그예(Kizza Besigye)가 갑자기 체포됐다. 이후 영국·네덜란드·스웨덴 등은 우간다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해 원조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야당 대표 베시그예는 지금도 가택 연금 중이다.

2011년 대선에서는 부정 선거 의혹도 있었다. 무세베니는 투표에서 유권자 68%의 지지로 당선됐는데, 그중 59%가 선거 전 투표를 마친 상태였다. 2011년에도 무세베니의 경쟁자였던 베시그예는 이를 가리켜 "(무세베니는) 표를 사들이는 데 엄청난 돈을 썼다. 이런 환경에서 치른 선거는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투표 결과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을 감시한 EU 선거감시팀은 "선거 당일 거리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하는 행위는 유권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요소가 충분했다. 이 같은 행위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정당한 경쟁이 불가능하도록 만든다"고 밝혔다.

자국민을 대량 학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제 문제 전문 격월지 <포린폴리시 Foreign Policy>는 2009년 10월, 전 우간다 외무부장관이자 1997년부터 2005년까지 UN 사무차장, 분쟁 지역 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올라라 오눈투가 쓴 '비밀스러운 인종 학살'이라는 글을 실었다. 오눈투는 이 글에서 무세베니가 반대 세력 아콜리족을 남녀 관계없이 학살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전체 아콜리족의 95%에 달하는 200만 명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고 했다.

엽기적인 내용도 있었다. 오눈투는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2005년 작성한 '북부 우간다에서의 면책과 인권침해'라는 보고서를 인용했는데, 이 보고서는 우간다 북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은밀한 인종 청소 작업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보고서에는 "우간다 정부군 중 HIV 양성 평가를 받은 사람은 아콜리족 수용소가 있는 북부로 자대 배치를 받는다. 그들의 사명은 지역 여성들에게 최대한 혼란을 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콜리족 여성의 HIV 감염률은 0%에서 30~50%까지 급증했다. 우간다 전국 감염률 평균은 6.4%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군인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해 아콜리족 여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3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이다. 그는 지난해, 여섯 번째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사진 출처 플리커

무세베니는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장기 집권자다. 현재 73세인 그는 지난해, 대통령의 연령을 75세로 한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차기 집권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국내외 정치적 맥락이 있다. 무세베니의 반인권적 행보에도 서구 여러 나라가 강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은 우간다가 미국의 주요 군사동맹 중 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동성애법'에 서명한 것도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2012년부터 정부 내 부정부패 사건이 드러나 외부 원조가 임시 중단되고 정부를 향한 불신이 고조되자, 국면 전환 용도로 반동성애법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85%인 우간다는 반동성애 정서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을 평가하려면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은 그가 동성애를 범죄화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세베니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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