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여성 총대들이 성폭력 혐의에도 감독에 당선된 서울남연회 전준구 목사(로고스교회)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0월 16일 열린 '여성 총대 워크숍' 참석자들은 '성폭력 가해 혐의 감독 선출에 대한 여성 총대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전준구 목사에게 감독 당선증을 반납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준구 목사가 성폭력 가해 혐의를 받고 있고, 혐의를 벗기 위해 성폭력 사건 경찰 조사에서 '간음을 저질렀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이것만으로 감리회 정회원 자격인 '20년 무흠'에 위배된다"고 했다. 따라서 전 목사는 스스로 감독 당선인 자리에서 내려오고 감독 자격을 문제 삼지 않은 감리회와 총회특별재판위원회는 전 목사의 자격을 재심하고 당선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그럼에도 총회에서 전준구 목사의 감독 이취임식이 진행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여선교회전국연합회·전국여교역자회는 10월 30~31일 인천 계산중앙교회에서 열리는 33회 총회에 제안할 안건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각종 위원회에 성별 할당제 의무 적용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 성 윤리와 교회 성폭력에 대한 정책과 지침 연구 등 두 건을 확정했다.

감리회 여성 총대들은 10월 30일부터 열리는 33회 총회에 제안할 안건 두 개를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총회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별·세대별 할당제 의무 적용'은 감리회 여성 단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건이다. 33회 총회에 참석할 여성 총대는 167명으로 주요 교단 여성 총대 중 가장 많은 수다. 감리회는 2016년 1월 열린 총회 임시 입법의회에서 '성별·세대별 할당제 의무화'를 통과시켰다. 통과 전 여성 총대 비율은 약 3%였으나 이번 총회에서는 약 15%까지 껑충 뛰었다.

여성 참여가 늘었다고 마냥 고무적으로 볼 수는 없다. 남성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최소영 총무는 "전체 총대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이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최 총무는 "여성 총대가 증가한 건 평신도 총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성 정회원, 즉 교역자 총대는 할당된 만큼 뽑지도 않았고 여성에게 할당된 자리마저 '적당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남성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감리회 총회 내 각종 위원회 위원과 전국 지방회 감리사 등 당연직 총대 수는 약 500명인데, 여기에는 성별 할당제 적용이 불가능하다. 최소영 총무는 '성별·세대별 할당제'는 감리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과 50대 미만의 이야기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것이라 했다. 최 총무는 입법 취지에 맞게 할당제를 전체 위원회 구성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성폭력 가해 혐의 감독 선출에 대한 여성총대 입장"

"또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 (마가복음 9:42)
"감독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책망 받을 일이 없고 제 고집대로 하지 아니하며 … 의로우며 거룩하며 절제하며 미쁜 말씀의 가르침을 그대로 지켜야 하리니"(디도서 1:7a, 8b-9a) 

제33회 감리회 총회 여성 대표인 우리는 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성 총대 워크숍'으로 모였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양성평등한 감리회'를 위해 감리회 여성의 현실과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하기로 다짐했다. 

지금 우리 귀에 들려오는 건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의 신음소리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신음하며 아픔을 호소했으나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저질러온 잘못이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삶을 열어 피해자들 곁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곳은 고통스런 신음소리에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함께 계시는 자리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성폭력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목사의 감독 단독 출마와 무투표 당선 소식을 마주하고 있다. 목회자는 상처 입은 단 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회개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겸허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더구나 수십 년 동안 여러 여성에게, 심지어는 친척인 미성년 자매에게까지 성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는다면, 그 피해자가 지금 공의를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감독의 직임을 맡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전준구 목사는 감독에 출마했다. 이것이 목회자의 양심이고 목회자의 성 윤리인가! 

전준구 목사로부터 성폭력 가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되고 있다. 전준구 목사는 이것이 자신을 향한 정치적 음해와 시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로 알지도 못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도 않은 여성들이 서로 다른 시기, 서로 다른 지역에서 피해를 고발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23년 전 미국에서, 10년 전 대전에서, 8년 전 서울에서 피해를 당했다. 이를 정치적 음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목적에 의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전준구 목사는 일부 혐의를 벗기 위해 성폭력 사건 경찰 조사에서 '간음을 저질렀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건번호 2010년 형제40934호에 대한 의견서' 등 2건의 사건자료 - 2010. 09. 14.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 피의자[전준구]는 진실 반응으로 판단되는 등... 피의자와 고소인은 서로 애인 관계로 만남을 가져왔던 것으로 확인되므로...) 이것만으로도 감리회 정회원의 자격인 '20년 무흠'에 위배된다. 성폭력 대신 '간음'을 인정함으로써 사회법의 심판을 벗어났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는 결코 무흠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여성 총대들은 제33회 총회에서 전준구 목사의 감독 취임식이 거행된다면 이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전준구 목사는 즉시 감독 당선증을 반납하고 사퇴하라!
2. 감리회와 총회특별재판위원회는 전준구 목사의 자격을 다시 심사하고 당선을 무효화하라!

2018년 10월 16일
제33회 감리회 총회 여성대표 워크숍 참여자 일동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