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는 성명서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평통연대 윤은주 사무총장, 남북나눔 강경민 이사, 하나누리 방인성 대표,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 뉴코리아 최은상 이사.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성서한국·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연구원느헤미야·평화통일연대·하나누리 등 개신교 복음주의 단체 및 교회 54개가 한반도 종전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북미 양국이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해 노력하고, 한국 사회와 교회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루어 가는 데 힘쓸 것을 촉구했다.

발언자로 나선 남북나눔 이사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는 남북 간 화해의 징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강 목사는 "단순히 남북의 화해를 넘어 한반도를 평화의 진원지가 되게 하려는 하나님의 섭리가 나타나고 있다. 남북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평화 복원 운동 과정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 평화와 생명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8000만 겨레가 전쟁이 아니라 화해로 만나는 하나님의 섭리를 읽고, 민족 공동체와 함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마땅한 사명이다"고 말했다.

하나누리 대표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절박한 심정으로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방 목사는 "새로운 평화의 바람이 불어옴에도, 두려움과 미움과 의심을 걷어 내지 못하고 있고,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과 정치적 상황을 위해 한반도를 끊임없이 이용하는 상황이다. 또 북미 정상이 만나고 약속한 것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고 평화를 이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등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잘 이행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에는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인성 목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사항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은 그나마 움직임을 보이지만, 미국은 북한에 계속해서 압박과 제재를 가하고 있고, 정상들이 약속한 평화의 실천이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분단에 책임이 있는 미국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누리 대표 방인성 목사(가운데)는 "분단에 책임이 있는 미국이 진정성 있게 나서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이어 나갈 책임은 그리스도인에게 있다고도 했다. 방 목사는 "북쪽의 사회주의 체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쪽의 자본주의 경제 구조가 희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체제를 뛰어넘는 한반도의 새로운 대안 경제 구조가 필요하다. 진정한 평화를 드러내는 경제구조를 성경 속에서, 하나님의 희년 법에서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대안 구조를 세우는 중차대한 사명이 있다"고 했다.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은 미국의 역할을 더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이자 교전국이었던 중국·베트남과 수교를 재개하는 데 20여 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북한과는 70년 가까이 교류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의지를 보인다면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환철 사무총장은 "식민 지배와 전쟁, 이어져 온 냉전 체제에 미국의 책임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종전 선언조차 마치 선물을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평화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한다고 해도 늦었다. 또 다른 정치적 계산을 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은 "평화, 이루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한국교회가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윤환철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평화'를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윤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유독 '평화'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성경은 온전히 평화의 책인데도, 평화에 대한 고민이 교회에 없다. 강단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흔한 데 비해,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갈지는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짜 뉴스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가 '반평화운동'에 앞장서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에스더 사태에서 보듯이, '반평화'를 발전시키고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지성 사회로 만든 것이 교회였는데, 어떻게 이런 반지성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한국교회가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그런 선동들이다. 우리 교인들은 미련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성명서를 낭독하고 끝났다. "미국이 교전국이었던 중국·베트남과의 수교 과정에서 보여 준 집요하고 지혜로운 노력을 북한과의 종전 선언, 평화협정, 수교를 위해 보여 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교회가 반북 대결주의의 타성에서 벗어날 것 △북한이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체제 위협을 이유로 냉전 대결로 회귀하지 말 것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이행을 왜곡·지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한반도 종전 선언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성명서

한반도가 38선으로 분단된 지 73년이 흘렀다. 2019년은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의 건립을 선포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는 고통스러웠던 1세기를 지내고, 드디어 평화로운 한반도의 문 앞에 서 있다. 오랜 평화의 열망에 부응한 남북한 당국자 간의 전향적 결단과 노력으로 2017년 말에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의 위기 국면이 전환되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에는 군사적 긴장 완화의 구체적 조치들이 이행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의 여정은 북미 간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변곡점이 이르렀다. 일제 강점과 해방, 6·25 전쟁과 정전협정, 그 후 65년간 지속되어 온 냉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은 결정적인 행위자로서 그 역할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한다. 특히 평화의 진전을 위해 오랜 정치적·군사적 대립 체제를 재조정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싱가포르 정상 선언에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우리는 향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통해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한 비핵화의 초기 조치들을 맞교환하려는 미국의 최근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과도하게 적대시하거나 북한의 핵 위협을 구실로 동북아에서의 냉전 질서 유지로 회귀할 위험성을 우려한다. 우리는 미국이 교전국이었던 중국, 베트남과의 수교 과정에서 보여 준 집요하고 지혜로운 노력을 북한과의 종전 선언, 평화협정, 그리고 수교를 위해서도 보여 주기를 희망하고 촉구한다.

우리는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해 협력해 온 노력들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이해관계와 동북아에서의 패권 경쟁에 집착하여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을 왜곡 지연시킬 위험성을 우려한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이한 거대한 선택을 이행하는 노력들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이행 과정에서 유일 체제가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냉전 대결로 회귀하거나 평화 정착 과정을 지연시킬 위험성을 우려한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과 한국교회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반북 대결주의의 오랜 타성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며, 안보를 유지하면서도 평화와 교류를 진척해 평화롭고 정의로운 통일된 한반도를 이루어 가는 데 역량과 지혜를 결집해 줄 것을 희망하고 촉구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해 주변국들과 협력할지언정 주변국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지난날의 노력들과 실패들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기필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역사 과정을 완주할 것이다.

우리는 종전 선언뿐 아니라, 군비축소를 동반하는 실제적 종전을 희망한다. 내년 봄에는 한반도가 냉전의 굴레를 벗어난 평화 상태에서 벅찬 감격으로 3·1 운동 100주년을 맞을 것이다. 남과 북, 그리고 온 인류가 한 세기 전 세계와의 평화로운 상생을 외쳤던 '3·1 독립 선언'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볼 것이다.

2018. 10. 16. 서명자 일동(개인 721명, 단체 54개)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