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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제2회 기독교공공성포럼을 앞두고] '닫힌 공동체'에서 '열린 공동체'로
  • 정재영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8.10.10 18:44

기독교공공성포럼(정재영 대표)과 <뉴스앤조이>가 11월 6일, 13일에 제2회 기독교공공성포럼 '공적인 교회, 공적인 신앙'을 엽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성석환 교수,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 (주)호성로고스 최규창 대표, 러빙핸즈 박현홍 대표, (주)늘푸른이야기 손민호 대표가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공공성을 되찾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참고 사례를 놓고 이야기 한마당을 펼칩니다. 행사에 앞서 기독교공공성포럼 대표 정재영 교수의 글을 소개합니다. 포럼 관련 자세한 사항은 http://joyproject.co.kr/ccg/index.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한국 개신교는 3대 종교 중 가장 늦게 전파되었는데도, 짧은 기간에 많은 신자를 확보했다. 성장 속도가 무척 빨랐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개신교는 1960년대까지 꾸준히 성장하다가 1970년대 산업화가 본궤도에 오른 것과 발맞추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급성장을 보였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선교 1세기 만에 전체 국민 20%에 해당하는 인구를 개신교 신자로 만들었고, 전국에 6만 개에 달하는 교회당을 세우게 되었다.

2016년 말에 발표된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개신교는 급기야 우리나라 1위 종교로 등극했다. 정부의 공식 통계조사에서 개신교가 대표 종교로 나온 것은 기뻐할 일이긴 하지만 이는 매우 의아한 결과이기도 하다. 장로교, 감리회, 성결교 등 주요 교단의 최근 통계에서 교인 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교인 수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 있느냐는 측면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성스러운 종교 영역마저도 세속 가치에 매몰되어 교회에 대한 평가를 양과 수의 측면에서만 행하려는 것은 문제다.

사회 신뢰도 조사를 포함하여 많은 개신교 관련 조사에서 개신교가 공신력을 잃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신교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개신교인들의 신앙과 삶이 일치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직으로서의 한국교회도 사회에서 기대하는 올바른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일련의 사건들에서 개신교는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과 같이 비치고 있다. 교세 확장과 교회 건물 건축, 교권 유지 등 세상과는 벽을 쌓고 자기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는 사회와 소통하려 하기보다 일방적으로 진리를 선포하고 상대방을 단순히 전도 대상자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 왔다. 절대 진리를 수호하는 입장에서는 전도 대상자와 타협하기 어려우며 도덕적 우월감으로 상대를 낮잡아 보기 쉽다. 이렇게 자기 집단 안에 매몰된 사람은 더 넓은 사회의 지평을 바라보지 못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개신교인들은 교회 생활에 열심일수록 사회에 대한 의식 수준은 더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공공성포럼(정재영 대표)과 <뉴스앤조이>가 11월 6일, 13일에 서울 중구 필동 희년평화빌딩에서 제2회 기독교공공성포럼을 엽니다. 정재영 교수는 6일 저녁 기조 강연자로 나섭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제는 '공적 신앙 상실'

개신교의 공신력 약화는 교회 활동이 공공성을 상실한 데에서 기인한다. 한국 선교 초기에 개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교회가 동네 가옥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기독교인들이 함께 모여 기도와 찬송을 하고 성경을 공부하며 설교를 들었다. 초기에는 여자 선교사는 안방에서, 남자 선교사는 사랑방에서 각각 대화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으나, 이후에 안방이라는 사사로운 공간에 갇혀 공공의 자리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여성들도 교회의 공공 공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남녀와 신분의 차별이 없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토론회가 교회 안에서 활성화했으며 자원 조직으로서의 교회가 전국 곳곳에 세워지면서 공공의 공간으로 수평적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시민들의 공간이 되었다. 그리하여 교회에 속한 교인은 공공의 공간에 참여하는 자를 뜻하였다. 초월의 가치에 자신을 이어 기존 관행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새로운 삶에 헌신하겠다며 공중 앞에서 선서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시 개신교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개신교인들은 이와 같은 기독 시민의 직분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신앙과 삶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자기 신앙이 삶의 영역에서 개신교 정신에 따라 실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공간은 그 자체의 논리와 기제에 따라 작동하고 있으며, 여기에 신앙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식사 전에 기도를 한다든지, 술·담배를 금한다든지 하는 개인 경건 생활의 영역에서만 신앙이 영향력을 발휘할 뿐이다.

그리하여 기독 정치인은 조찬 기도회는 열심히 하지만 정치판은 정치 논리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 기독 정신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한다. 기독 경제인은 아침 경건 시간을 갖지만, 자본의 논리에 짓눌려 여느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세금을 탈루하기도 한다. 교회는 교회대로, 교인들이 예배에 잘 참석하고 헌금을 잘하기만 하면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여긴다. 크리스천 각자가 자기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려면 먼저 의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한국 개신교는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이원론식 사고방식을 견지해 왔다. 곧 교회 안 생활에 일차 중요성을 부여하고 일상생활 영역에 대해서는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죄악이 가득하고 썩어 없어질 세상"으로 치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원론식 사고는 신앙인의 사회생활에 올바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여 개신교인들을 분리주의자 또는 배타주의자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한 이 사회는 비록 죄악이 넘쳐난다고 해도 포기하고 방치되어야 할 곳이 아니라, 똑같이 하나님의 영광이 구현되어야 할 공간이다. 하나님은 교회뿐 아니라 이 세상 만물의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 안의 삶에만 높은 가치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모든 크리스천의 사회생활에도 확대하여 적용해야 한다. 교회에서는 세속 사회의 모든 활동에 대하여 신앙적 가치를 부여하고 신앙인들이 따를 윤리적 지침을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회가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교회 스스로 공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제도화 및 관료제화와 함께 효율을 강조하며 무시해 왔던 의사소통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모든 구성원이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속도가 더디더라도 공동의 의식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주요한 사안들을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특정 집단 이익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이익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은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향해 열린 공동체로 이어져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노력할 때는 교회 중심 사고를 지양하고 교회 역시 지역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동등하게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지역에 있는 여러 교회가 연계하고 필요에 따라 지역사회의 시민단체와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그것이 세상에 '보냄 받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라는 인식으로 묵묵히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에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게 되고 사회로부터의 공신력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정재영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기독교공공성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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