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짧은 순간이었지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 씨의 책 내용을 보도할지 말지 결정할 때 말입니다. '무통 주사'라는 칼럼만 빼면, 그의 책 <말하지 않아야 할 때>(홍성사)는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뉴스앤조이> 보도 이후 이 내용은 일반 언론에도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수많은 비난 여론을 보며 저조차도 '이건 좀 과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언론사 기사와 온라인에 달리는 댓글을 제가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대신 논란이 잠잠해진 지금, 이 글을 통해 이영표 씨 보도에 대한 이야기를 찬찬히 해 보려고 합니다.

<뉴스앤조이>가 이영표 씨의 책 내용을 보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가 성경 말씀을 과하게 문자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자신이 출산의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닌데도 아내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입니다. 설령 아내가 동의했더라도, 다른 것도 아닌 지나친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을 이유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권유 내지 방조했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세 번째입니다. 이런 내용을 책에 담아 출판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신앙고백과 실천으로 끝났다면 언론이 왈가왈부할 거리가 못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책으로 출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혹시나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무통 주사와 관련해 이 씨에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잘못된 것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파급과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 댓글들을 보면서 이영표 씨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그가 해명으로 내놓은 글에서 또다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의 글은 아내의 자발적 결정을 강조하고 지나친 비난에 유감을 표시한 것일 뿐, 위의 세 가지에 대한 해명은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뉴스앤조이>가 우려하는 것은 교회와 사회의 단절입니다. 이는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심화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정화하지 못한 채 동성애와 이슬람을 공공의 적으로 삼고 총공세를 벌이는 모습, 종교의자유 침해라며 종교인 과세에 순교의 각오로 저항하겠다는 모습, 가짜 뉴스를 퍼 나르고 조직적인 힘을 발휘해 인권 증진을 가로막는 모습…. 이게 지금 비신자들이 신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고난'이라면 영광스러운 일이겠으나, 이는 그런 종류의 고난이 결코 아닙니다. 진리를 바로 세우는 것과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제로섬게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진리를 가지고서 비신자들과 대화하고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 다양한 성서 해석과 기독교 전통에 대한 열린 마음, 반지성적 행위에 대한 자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영표 씨 간증을 왜 일반 언론까지 나서서 기사화했을까요.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언론의 저열한 술수라고 단정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아닐까요. 성경 말씀을 토대로 무통 주사를 맞지 않는 것이, 일반 사회에서는 그만큼 황당무계한 일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평소 <뉴스앤조이>를 지지하시는 분 중에도, 이영표 씨 기사는 과했다는 피드백을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기사의 의도와 핵심을 조금 더 잘 전달해야 했다고 반성하게 됩니다. 모쪼록 이번 논란을 통해, 한국교회 현주소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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