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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항문 성교 가르친다'는 주장의 진실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 동성애 관련 해명 분석①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10.05 23:27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가짜 뉴스를 "오락적 기능보다는 허위 정보를 전달해 수용자가 현실을 오인하게 만들면서 경제·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기만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라고 정의했다.

황 교수 정의에 따르면, 그동안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를 비롯한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이 유통해 온 메시지 중 상당수가 가짜 뉴스에 속한다. 그들이 전파하는 메시지에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한 '허위 정보'가 담겨 있다. 그뿐 아니라 실제 발생하지 않은 일을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비약해 대중에게 공포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겨레>는 에스더를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목하면서 그동안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이들 역시 가짜 뉴스를 유통해 왔다고 지목했다. 지목된 사람 25명은 10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겨레> 기사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한겨레가짜뉴스피해자모임'(한가모)를 결성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가모는 인터넷 포털 '다음'에 블로그를 만들어 주장하는 바를 하나씩 올리고 있다. 10월 3일에는 '동성애 관련 한겨레 신문 가짜 뉴스의 진실'이라는 글을 올려 자신들이 그동안 주장해 온 바가 가짜 뉴스가 아니라는 점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한가모 입장을 담은 전단지에도 이 글의 링크가 함께 들어가 있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이야기다. <뉴스앤조이>는 이들이 올린 해명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봤다. 일부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원하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잦았다. 한가모가 해명한 동성애 관련 가짜 뉴스는 총 11개. <뉴스앤조이>는 앞으로 이를 분석해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살펴볼 예정이다.

한국교회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우리 학교에서도 캐나다처럼 '항문 성교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해 왔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한가모가 다음 블로그에 올린 '동성애 관련 한겨레 신문 가짜 뉴스의 진실' 해명 글 첫 번째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캐나다 항문 성교 교육

캐나다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항문 성교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을 가짜 뉴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이 사실인 것이 대한민국 교육부 공식 블로그와 캐나다한국일보 기사에 자세히 나와 있다.

대한민국 교육부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이 정도로 '리얼한' 성교육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올 1월 교육부 웹사이트 공개된 성교육 새 교재는 초등 1학년에게 성기 등 신체의 이름을, 3학년에게 동성애(homosexuality), 6학년에게 자위(masturbation), 7학년에게 구강성교와 항문 성교, 성병(MITs)을 가르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출처: http://if-blog.tistory.com/938
https://www.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47481 (캐나다한국일보)

그동안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한 "학생인권조례 통과되면 캐나다에서처럼 유치원 때부터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배우게 된다"는 내용을 <한겨레>가 가짜 뉴스로 지목하자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용희 대표는 2017년 11월 영락교회에서 열린 '한국 장로교 여성 대회'에서 "캐나다에서는 항문 성교와 구강성교를 학습한다. 교육을 거부할 시 '차별금지법'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일까. 먼저 한가모가 출처로 제시한 링크를 따라가 보자.

교육부 블로그 링크는 '블로그 기자단'이 2010년 취재·작성한 내용이다. 글쓴이는 캐나다에 체류하면서 목격한 학교 성교육을 소개하고, 이를 한국과 비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수년간 커리큘럼을 짜고 교재를 만드는 등 성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의 성교육은 너무 디테일하지 못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 골자다.

조금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는 온타리오주의 성교육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캐나다한국일보> 기사의 핵심이다. LGBTQ(성소수자)의 존재를 언급하고, 성폭행이 미치는 심리·법적 영향 등을 설명하는 게 한국 성교육과 다르다는 내용이다.

이 두 가지 소스가 어떻게 "캐나다에서는 항문 성교를 가르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는지 살펴보자. 한가모가 말하는 '캐나다'는 주로 온타리오주를 가리킨다. 캐나다는 주마다 독립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2015년, 1998년 이후 한 번도 개정하지 않은 성교육 지침서를 전면 개정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교육부가 2018년 8월 발표한 '성교육 지침서' 개정안. 온타리오주 교육부 홈페이지 갈무리

'건강과 신체 교육'(Health and Physical Education) 지침서는, 1학년(만 6세)부터 8학년(만 13세)까지 사용하는 것과, 9학년(만 14세)부터 12학년(만 17세)까지 사용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2015년, 이 지침서가 공개되자 캐나다 내 보수 기독교인과 무슬림 등이 반발했다. 이들 역시 지침서가 항문 성교와 구강성교를 가르친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당시 온타리오주에서는 학부모들이 주 교육부의 성교육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야외 시위를 이어 갔다. 반대하는 쪽은 "학교에서 항문 성교와 구강성교를 가르친다"고 주장했지만, <글로브앤더메일>·<허핑턴포스트캐나다>·<토론토스타> 등 캐나다 언론은 팩트를 체크한 후 "항문 성교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의 팩트 체킹에 따르면, 교사들은 7학년 학생들에게, 항문 성교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성관계를 원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는 '노민스노'(no means no), 동의(consent)와 부동의를 가르치는 과정의 일환이다. 또 성병 전염의 다양한 경로를 알려 주는 차원에서 항문으로도 성기 삽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언급할 수 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온타리오주 교육부는 최근 일시적으로 개정안을 내놨다. 2018년 8월 발표한 최신 개정 지침서도 학습 목표를 바꾸지는 않았다. 이 지침서 7학년 부분에도 2015년과 같이 "7학년 학생들은 이 교육을 마칠 때쯤이면 성병 전염의 다양한 경로를 알고 성병의 증상과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고 적혀 있다.

"항문 성교 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말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지침서의 핵심은 '성행위'가 아니라, '성관계 시 동의 여부'와 '성병 전염 경로'다. 학생들이 성폭력과 성병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에서 동성 간 성행위가 언급되는 것이다. 2005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캐나다에서, 동성애를 인간 성애性愛의 한 범주로 언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동성애를 가르친다"는 반동성애 진영 주장도 '성행위'가 아니라 '차별'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침서에는 9학년(만 14세, 한국에서는 중학교 2학년)부터 '호모포비아', 즉 동성애 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돼 있다. 인터넷과 학교 등지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의 따돌림 및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호모포비아를 줄이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지 토론하는 시간도 있다.

100% 거짓말보다 거짓과 진실을 섞어 놓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에스더 이용희 대표와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사회적 맥락과 성교육 지침 목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정보만 발췌해 자신들 입맛에 맞게 지속적으로 유포했다. 특히 각 지방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고 할 때, 이 같은 '허위 정보'는 개신교인들의 소셜미디어를 타고 더욱 빠르게 확산돼 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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