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총장이 10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 선고를 받으러 출석하고 있다. 법원은 김 총장이 박무용 목사에게 건넨 2000만 원이 '청탁'에 해당한다며 이날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총신대학교 김영우 총장이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이상주 재판장)은 "총회장에게 2000만 원을 건네며 부정하게 청탁한 점이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김영우 총장이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이었던 박무용 목사에게 건넨 2000만 원이 청탁에 해당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김 총장을 고소한 박무용 목사는 "김영우 총장이 부총회장 후보 자격을 총회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청탁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장은 박무용 목사 주장을 인정했다. "박무용 목사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고인이 대구 베니키아호텔에 찾아와 부총회장 자격 문제를 선관위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며, 당시 선관위 15명 중 10명이 피고인의 후보 자격을 인정해 달라고 한 상황이라, (피고인으로서도) 선관위가 결정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피고인이 대구까지 찾아와 부탁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했다.

2000만 원을 청탁 대가가 아니라 병원비와 선교비로 쓰라고 주었다는 김 총장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박무용 목사와 김영우 총장의 친분이 2000만 원을 줄 만큼 두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당시 권 아무개, 양 아무개 씨를 만나 2000만 원을 주려 했는데, 갑자기 박무용 목사를 만나 돈을 줬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둘은 만나지 않고 올라왔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장은 "이런 사정을 종합했을 때 김영우 총장이 박무용 목사가 중립을 어기고 부총회장 자격 문제를 선관위에서 처리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임증재 양형 범위는 징역 1개월에서 2년이다. 재판장은 김 총장이 26년 전 자동차 관련 벌금형 외에 전력이 없고 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이지만, 김 총장이 적극적으로 돈을 건네고 총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해 불공정한 결의를 이끌어 내려 한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면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우 총장에게 곧바로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통지하고 법정 구속했다.

구속 사실을 통지할 사람을 지정하라는 판사의 말에, 김영우 총장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내가 통지받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제삼자를 지정해야 한다는 판사의 말에, 김 총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법정에 나온 전 재단이사회 감사 주진만 목사(성현교회)를 지목했다.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친한 후배"라고 답했다. 김영우 총장은 담담하면서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마치고 법원 경위의 안내에 따라 구속 절차를 밟으러 퇴정했다.

결과가 나오자 총신대 학생들은 재판 결과에 기뻐하면서도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이렇게 되기 전에 총장이 학생들과 잘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총신대 내부대책위원회 하재송 교수도 "착잡한 마음"이라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곽한락 신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눈물을 흘렸다.

김영우 총장 측은 징역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뉴스앤조이>는 선고를 앞두고 법정으로 들어서는 김 총장에게 심경을 물었지만, 김 총장은 웃으며 "무심경"이라고 답했다. 선고 후 주진만 목사는 "배임증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는데, 판사가 (범죄를) 모두 인정했다"며 "지금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지금으로서는 항소 여부도 어떻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행 비서 역할을 했던 오 아무개 목사도 "구속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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