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있는 유명 기독 대안 학교가 석면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석면은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코나 입을 통해 들어온 석면 가루는 쉽게 정화되지 않는다. 폐암·악성중피종·흉막비후 등 질병을 유발한다. 정부는 2015년, 1급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국내에서 규모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기독 대안 학교'가 석면 검출 의혹에 휩싸였다. 인천과 부천 등에 캠퍼스가 있는 ㄱ학교는 학생 수가 400여 명에 이른다.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이뤄지며 매월 학비만 100만 원이 넘는다. ㄱ학교는 올해 8월 31일 서울 서초구 빌딩 5개층을 매입하고, 서울 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9월부터 개강한 서울 캠퍼스에는 학생 8명이 등록했다.

문제는 개강 전부터 불거졌다. ㄱ학교와 계약을 맺고 빌딩을 리모델링하던 A는 7~9층 천장 텍스가 석면으로 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8월 29일경 ㄱ학교 설립자 유 아무개 목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A는 교회 담임목사 소개로 유 목사를 알게 됐고, 지난 몇 년간 ㄱ학교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해 왔다. 그는 "사실상 학교 대표나 마찬가지인 유 목사를 찾아가 100% 석면이라고 말했는데, '아직 확실한 게 아니니 직원들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는 ㈜한국환경연구원에 '고형 시료 석면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건물 3층, 7층, 9층 텍스에서 백석면이 검출됐다. 독성이 강한 백석면은 건축자재, 마찰재 등에 사용된다.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8층은 '불검출'로 나왔지만, 추후 학교 측이 석면 철거 업체에 문의한 결과 8층에도 석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석면 가루를 사람이 흡입할 경우 매우 위험하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이다. A는 10월 4일 기자와 만나 "학교는 (8월 31일) 개강 이후 60평대 7~9층 천장 에어컨 공사를 진행했다. 석면 가루가 휘날리는데도 수업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초 캠퍼스에는 학생 8명이 다니고 있다. A는 "석면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니 학교 측에서 쉬쉬한 것"이라고 했다.

석면 검출은 노동청 제보로도 이어졌다. 노동청은 9월 14일, ㄱ학교에 에어컨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석면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라고 명령했다.

ㄱ학교 측은 빌딩에 석면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ㄱ학교 측은 석면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A에게 공사를 위임했고, 그대로 진행해 왔다고 했다. ㄱ학교 교장 박 아무개 목사는 10월 4일 기자와 만나 "모든 공사는 A에게 맡겨 진행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캠퍼스를 개강한 것"이라고 했다.

학교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주장도 비슷했다. 행정팀장 B는 "리모델링 업자 A가 처음에는 석면이 없다고 해서 믿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사가 끝날 때쯤 노동청에서 석면 검사를 하라는 연락이 왔다. 석면 철거 전문 업체에 확인한 결과 7~9층에 석면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몰랐을 뿐 의도를 가지고 은폐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B는 "우리가 (석면이 있는 줄) 모르고 공사를 한 건 맞다. 하지만 일부러 감춘 건 아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은폐하고 속일 수 있겠는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처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ㄱ학교 측은 석면이 검출됐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 일은 없다고 했다. 이 아무개 이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8층은 천장 마감이 돼 있어서 안전하다. (천장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들었다. 현재 9층은 천장을 뜯어 놓은 상황이라서 폐쇄했다.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정리 작업을 할 예정이다"고 했다.

ㄱ학교 관계자들 주장에 대해 A는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는 "ㄱ학교와 인연을 맺은 지 몇 년이나 됐다. 내가 학교를 속여서 득될 게 뭐가 있겠는가. 문제는 석면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천장 에어컨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석면 검출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는 유 목사 이야기를 이OO 이사에게 했는데도 바뀌지 않았다. 크리스천이라면 정직해야 하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사 중인 노동청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그는 "현재로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교실로 쓰려던 9층은 현재 폐쇄한 상태지만, ㄱ학교 학생 8명은 9월 초부터 지금까지 8층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7층도 여전히 행정실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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