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전명구 목사의 감독회장 선거 무효 소송 심리에서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원고와 피고가 아니라, 피고와 피고가 싸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충청연회 전 감독 이성현 목사는 6월 8일, 감리회 본부를 상대로 전명구 목사 감독회장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전 목사가 선거를 대가로 선거권자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감독회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인단 선출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전명구 목사는 성모 목사(새소망교회)가 2016년 12월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에서 패해 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 소송에서 법원은 전 목사 선출 과정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금권 선거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성현 목사는 이를 다시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소송 원고는 이성현 목사, 피고는 감리회 대표자이다. 감리회는 전명구 목사가 직무 정지된 후, 5월 이철 목사를 감독회장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 소송의 피고는 이철 목사가 됐다. 당시 감리회 내부에서는 이철 목사가 소송을 포기하면 전명구 목사는 자연스럽게 퇴출된다는 말도 있었다.

전명구 목사가 법원에서 직무 정지를 당한 이후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소송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제는 감독회장직무대행에 선출된 이철 목사가 총회특별재판위원회(총특재) 판결로 직위를 상실한 데 있다. 이철 목사는 총특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감리회 대표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변론 기일에 변호인을 보냈다. 반면, 소송을 담당해 왔던 전명구 목사 측 변호인도 출석했다.

10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처음 열린 심리에서는, 전명구 목사의 금권 선거 의혹을 밝히는 소송의 목적과 달리, 피고 감리회 대표자가 누구냐를 놓고 피고끼리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이철 목사 측 변호사는 직무대행 자격으로 '청구의 인낙'을 제출했으니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의 인낙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변호사는 "전명구 목사의 선거 문제로 여러 소송이 제기되면서 감리회가 분열과 분쟁을 겪고 있다. 이에 이철 목사는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감독회장 재선거를 진행하기 위해 청구의 인낙을 제출했으니 이를 접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명구 목사 측 변호사가 이를 반박했다. 그는 "이철 목사는 총특재 판결로 자격을 잃은 사람이다"며 청구의 인낙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성현 목사가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이, 기존 성모 목사가 청구 포기한 사건과 중복하므로 각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 목사 측 변호사는 총특재 판결이 불법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재판위원이 아닌 사람들이 밀실에서 결의한 판결이다.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전명구 목사 측 변호사는 "합법적인 판결이었다"고 짧게 말했다.

피고 변호사들은 재판 내내 원고가 아닌 서로 감리회 대표자가 누구인지 논쟁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판사는 "이철 목사의 대표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보류한다고 했다.

이철 목사는 총특재의 직무대행 선출 무효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 소송 외에도 전명구 목사 감독회장 선거 관련 소송은 2건이 더 있다. 이성현 목사가 2017년 12월 제기한 당선 무효 소송과 김재식 목사가 올해 7월 제기한 선거 무효 소송이다. 이성현 목사는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선거 무효 소송을 추가로 냈다.

판사는 "비슷해 보이는 여러 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원고와 피고가 동일하고, 쟁점이나 사건 구조도 유사하다"며 다른 소송과 보조를 맞추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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