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연금재단이 새로 신설한 규정과 관련해 30~40대 목회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연금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목회자들 노후를 보장할 목적으로 만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연금 제도에 30~40대 목회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연금재단(심태식 이사장)은 기금 안정화를 위해 △연금 중도 해약 시 해약금은 퇴직 후 지급 △목회자 청빙 및 연임 청원 시 연금 계속 납입 증명서를 제출하게 해 달라고 103회 총회에 요청했다. 50~60대가 주축이 된 103회 총대들은 논의 끝에 규정 신설을 허락했다.

앞으로 예장통합 목회자들은 의무적으로 연금을 내야 한다. 연금 납입 액수는 9만 6000원에서 92만 3000원 사이로 책정돼 있다. 목회자들은 청빙을 원할 때마다 연금 계속 납입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위임목사는 3년마다 제출하면 된다. 앞으로 연금 해약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해약을 하더라도 기존에 납부한 돈은 '퇴직한 다음' 받을 수 있다. 연금재단은 9월 19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교단 목회자들에게 이 사실을 공지했다.

30~40대 목회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관에 소속된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몰상식한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A 목사는 "이건 갑질을 넘어선 폭력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해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퇴직 후 돈을 돌려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교회 도움 없이 온전히 연금을 감당해야 하는 가난한 목사들은 어쩌란 말인가. 말도 안 되는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트타임으로 사역 중인 B 목사는 변경된 규정에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만 지나면 연금을 부은 지 8년이 된다. 연금을 해지해 아이 수술비와 전세금에 보태려 했는데, (규정이 바뀌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대들에게도 아쉬움을 표했다. B 목사는 "파트타임으로 사역하는 여성 목회자 대부분은 자비로 연금을 충당한다. '하나님 다음으로 연금을 믿는다'는 선배 남성 목사님들이 후배들을 배려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 후배들을 볼모로 삼는 게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와 연금재단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목회자들은 "중도 해약도 못하게 하다니,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작아도 내 돈인데 왜 자기들 멋대로 하는가", "말도 안 되는 노예 계약이다", "왜 목사직 유지를 연금으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공감 못하는 연금재단 이사장
"지금 자산 가지고도 50년은 버텨
나중에 후회 말고 연금 넣어야"
"언 발에 오줌 누는 나쁜 정책" 비판도

연금재단 이사장 심태식 목사는 노후 보장을 위해 무조건 연금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연금 규정에 반발의 목소리가 크지만, 연금재단 측은 물러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연금재단 이사장 심태식 목사는 9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통합 측 목사라면 누구든지 연금을 의무로 납부해야 한다. (연금을) 해약한다면, 은퇴하거나 다른 교단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30~40대 목회자들 반발이 크다는 기자의 말에, 심 목사는 젊을수록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심 목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후를 생각하지 않고 놀러 다니면서 돈 쓴다. 돈 좀 필요하다 싶으면 (연금을) 해약하려고 한다. 지금 힘들더라도 연금을 넣어야 한다. 시대가 변해서 노후에 장로님들이 퇴직금도 안 준다.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말했다.

선배 목사들의 노후 연금을 보전해 주기 위해 규정을 새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심 목사는 "지금 이 돈(연금재단 총자산은 4468억 원으로 보고됐다. - 기자 주)만 가지고도 50년을 버티는 데 충분하다. 과거 연금재단 문제에 대한 불신이 있다 보니 루머가 떠돌고 있다. 지금은 상황이 정말 좋다. 은퇴한 분들조차 가입을 원한다"고 했다.

연금재단 측은 목회자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의 생각은 다르다. 쥬빌리목회지원센터 현창환 대표는 "이번 예장통합 결정은 말도 안 되는 나쁜 정책이다. 만약 은행이 이런 방식의 상품을 판다면 다 망할 것이다. 해지 즉시 돈을 지급해야지, 은퇴한 다음 주는 경우가 어디에 있는가. 수급자가 많아지니까 결국 그 돈을 메우기 위해 지급 안 하는 게 아닌가. 전형적인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현 대표는 "상담하러 오는 예장통합 작은 교회 목회자마다 아우성이다.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가 많은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돈이 없는 목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빌려서라도 연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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