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 총회 임원회가 9월 20일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총신대학교를 찾았다. 이승희 총회장과 총회 임원들은 이날 오전 대치동 총회 회관에서 이취임식을 한 후, 오후에 총신대를 찾아 학생·교수·직원 대표와 면담했다.

이승희 총회장은 모두 발언에서 "내가 총회장을 하는 동안에는 어떤 정치 세력도 막아 내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교단 내 어떤 정치 그룹의 힘도 총신 문제만큼은 관여하지 못하게 하겠다. '이승희 목사는 정치 기반이 없어서 (어떤 그룹의 힘을) 얻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총신을 살려 달라고 삭발까지 했다. 이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내가 총회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걱정하지 말라. 이 말을 분명히 듣고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이승희 총회장과 예장합동 총회 임원들이 9월 20일 총신대를 찾아 학생들과 교수,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영우 총장이 "이승희 총회장을 만날 의사가 있다"고 인터뷰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학생·교수·직원들은 이승희 총회장이 재단이사회와 타협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해 왔다. 그러나 이날 총신대 구성원들은 이승희 총회장의 의지를 신뢰하겠다며, 앞으로 총회가 나서 제2의 총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현우 총학생회장은 학내 사태 중 지치고 다친 학생들을 신경 써 달라고 했다. 그는 "현재 학생들이 많이 분열돼 있고, 많은 학우가 자퇴하거나 휴학했다. 우리 학생들이, 믿음의 선친들이 물려준 총신에서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총회장님이 환경을 만들어 달라. 특히 총회가 학교 발전 기금 명목으로 주던 재정도 되살려서, 학생들을 많이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총신대학교내부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이재서 교수는 "앞으로 총회가 총신대 관련 정책을 펼칠 때, 구성체의 소리를 들어 주고 의견을 참고해 달라. 총회가 총신대학교를 설립했고 총회가 주인인 것도 사실이지만, 주체는 학생들과 교수·직원들이다. 구성원들 목소리를 듣고 참고해야 훨씬 더 효과적인 정책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신대 노조위원장 나용균 팀장(교육복지팀)은 "직원들이 이런 일에 앞장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노조에도 의견 다른 분이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주요 사안에 만장일치였는데 학내 사태 후에는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 팀장은 "개인적으로 3년간 인사이동을 6번 했다. 스스로도 힘든 일이지만 (잦은 인사이동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학교 체계가 잘 잡히고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관심 가져 달라"고 말했다.

학생 대표로 삭발까지 했던 곽한락 신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총회 결의에 따라 구성될 15인 총신대 사태 대책위원회에, 전 운영이사장 강진상 목사님을 꼭 포함해 달라. 학생들은 강 목사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곽한락 비대위원장(왼쪽)과 김현우 총학생회장(가운데)은 총회가 학생들을 위로하고, 제도·재정적으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승희 총회장은 "수년간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마음이 바쁠 것이다. 그러나 일에 순서가 있다. 벌써 기자들이 (총회에서 결의한) 총신대 사태 관련 위원회에 누구를 선정할 것인지 물어본다. 지금 당장은, 위원회 구성도 하지 않을 것이고, 총신대 재정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학생들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다. 이 돈을 지원한다 해도 어떻게 쓰일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총회 내 정치 목사들의 개입을 우려했다. 그는 "임시이사에게 접촉해 매수를 시도하는 일이 생긴다면 총신은 끝이다. 제2의 총신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 지점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신뢰를 보내 달라고 말했다.

임시이사 체제로 접어든 총신대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학내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19일 자로 임기를 시작한 임시이사 15명은, 9월 28일 총신대학교에서 첫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승희 총회장은 "바깥으로는 태연한 척 했지만 교육부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질까 봐 불안했다.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학교를 빠르게 정상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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