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퀴어신학을 설파한다는 이유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이단'으로 지정한 교단이 올해 2곳 추가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은 103회 총회에서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에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예장백석대신·이주훈 총회장)은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단 판정은 신천지·통일교·JMS·구원파 등 교주를 신격화하거나 심각한 사회·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에게 공교단이 가하는 조치다. 최근 성폭행,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록 목사(만민중앙교회)나 김기동 원로목사(성락교회)도 마찬가지다.

주요 교단들은 이들과 임보라 목사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았다. 예장백석대신은 올해 '타작마당'이라는 패륜 행위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 드러난 은혜로교회(신옥주 목사)도 이단으로 규정했다. 자식이 부모 뺨을 치게 하는 집단과 성소수자를 돌보고 지지하는 목사를 동급으로 본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예장통합과 예장백석대신이 어떠한 신학적 근거로 임보라 목사를 이단 판정했는지 양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 보고서를 살펴보았다.

예장통합 이대위는 103회 총회에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퀴어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려웠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방송 토론, 세미나 발언 일부만 따서
"일부다처제, 근친상간, 수간 인정"

예장통합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 이단성에 대해 A4 용지 4장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임 목사가 방송 토론 출연해 발언한 내용과 강연 내용 등을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만 떼어 문제 삼았다. 참고 문헌도 없다. 유일한 근거는 성경 구절로, 본문에 내주內註 형태로 들어갔다.

이대위가 문제 삼은 임보라 목사의 발언은 사실 작년 9월, 8개 교단 이대위가 내놓은 보고서와 내용 면에서 다를 바 없다. 그때도 8개 교단 이대위는 임 목사 발언을 문제 삼았는데, 향린공동체(강남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향린교회)가 일주일 뒤 이를 일일이 반박하는 자료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예장통합 이대위 보고서에는 향린공동체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가 '수간', '일부다처제', '근친상간' 등을 옹호한다며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했다. 하나님의 성에 대한 발언은 '신론'에 문제가 있다고, 타 종교 교리를 기독교 교리로 재단하는 것을 지적한 발언은 '다원주의적 구원론'이라고 했다.

예장통합 이대위는 "임 목사 주장대로라면 굳이 목사 직함을 가지지 말고 기독교 안에서 종교 생활을 할 게 아니라, 모든 종교를 망라하는 일반 종교인으로 활동하라"고 권했다. 이는 "정통 기독교가 타협·수용할 수 없는 기독교 신앙의 절대 명제"라고 주장했다.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가 이성적·인간적으로 이해되는 점과 성경이 가르치는 옳고 그릇된 점을 혼동하고 있으며, 성경의 명백한 말씀도 문화적·역사적 상황 속에서 원어 의미를 해석·적용해 성경을 부정·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임보라 목사는 "기독교 신앙과 별 상관없는 인본주의적이고 박애주의적인 일반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자로 사료된다"고 했다.

예장통합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의 글들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따뜻하고 온유한 성품을 가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성경은 사람을 사랑하고 살리는 일을 중시한다. 그러나 성경은 인권이 모든 걸 능가하는 절대 가치나 기준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뜻만이 절대 가치이자 기준임을 선포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략) 인권적 측면에서 동성애는 이해 가능하고 동정의 대상일 수는 있지만, 분명 하나님의 말씀이 금하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예장통합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가 반박한 내용은 참고하지 않고, 신론과 구원론에 문제 있다는 종전 입장만 반복했다. 이대위는 임보라 목사가 목회자가 아니라 인권 운동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길원평·바성연 서적은 있고
퀴어신학 전문 서적은 없어
반동성애 진영 주장 되풀이

예장통합 이대위는 A4 용지 3장짜리 퀴어신학에 대한 보고서도 내놨다. 이대위는 퀴어신학을 "성소수자 옹호 신학 중 가장 급진적이며 전복적 신학"이라고 평가했다. △성경 자의적 해석 △하나님의 창조질서 상대화 △인본주의적 신학이라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의 성애를 선천적 유전성이라 해석하는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했다. "동성애 성향이 선천적이라는 논문이 발표되고 언론들에 대서특필되기도 했지만, 후천적이며 의지적 차원이 더욱 중요하다는 반론적 연구도 많다"고 했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국내외 통계를 볼 때, 에이즈 확산을 남성 동성애 집단이 주도하고 있고, 성소수자 성애가 의지와 교육을 통해 교정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음도 기억해야 한다"고 썼다.

퀴어신학 보고서에도 역시 각주 등 신학적 근거를 표기한 부분은 없었다. 보고서 맨 마지막 '참고 자료' 부분에는 책과 논문 8개 제목이 있는데, 퀴어신학을 소개하는 전문 서적은 하나도 없다. 8개 중 동성애를 죄나 치유 대상으로 규정하는 자료가 5개다.

참고 자료에는 반동성애 활동에 앞장서는 길원평 교수(부산대)가 쓴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라온누리), 길원평 교수와 민성길 교수(연세대 명예)가 공저한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 고찰>(신앙과학문 19호), 반동성애 시민단체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바성연)이 펴낸 <동성애에 대한 불편한 진실>(밝은생각)이 올라가 있다. 김종걸 교수(침신대)가 쓴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이해>, 김영계 교수가 쓴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비판과 대안>(칼빈논단)도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치유와 사랑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3권 중 플로랑스 타마뉴(Florence Tamagne)가 쓴 <동성애의 역사>(이마고)는 동성애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고, 김명숙 연구원(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이 쓴 <퀴어신학과 관음 신앙>(종교와문화)은 퀴어신학과 불교 관음 신앙의 연결 가능성을 살피는 책이다.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의 <동성애에 관한 핵심 쟁점>(장신논단) 정도만이 기독교적 관점에서 동성애에 대해 신중한, 열려 있는 접근을 요구하는 글이다.

예장백석대신은 2017년 8개 교단 이대위가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보고서에 올렸다. 백석대신은 현장에서 10~50초 클립 영상 몇 개를 시청한 후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결의했다. 사진은 2017년 8개 교단 이대위 발표 현장.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동영상' 보고 판단한 예장백석대신
퀴어신학 연구도 안 하고 '이단'
"총대들이 이대위보다 더 분노"

예장통합은 자체 보고서라도 내놨지만, 예장백석대신은 지난해 9월 8개 교단 이대위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를 '재탕'했다. 보고서 맨 마지막 부분 "본 위원회에서는 교회와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기로 하다"만 다르고, 나머지 부분은 오탈자까지 똑같았다.

예장백석대신 이대위원장 김정만 목사는 9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것은 그냥 보고한 거고, 총회 현장에서 임보라 목사에 대한 동영상을 틀었는데, 총대들이 그걸 보고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총대들의 반동성애 정서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대위 (대응이) 약하다고 그런다. 동성애와 퀴어신학은 1년 연구하려 했는데, 연구할 필요도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예장백석대신 103회 총회 현장에서 틀었다는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 동영상은 임보라 목사가 CBS나 국민TV에 나와서 발언한 내용을 짧게는 10초, 길게는 50초 정도로 잘라 편집한 것이었다. 이게 임 목사가 근친상간이나 일부다처제를 옹호한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이 영상 역시 8개 교단 이대위 보고서에 올라 있는 내용이다.

김정만 목사는 "우리도 성소수자 혐오하는 건 아닌데, 임보라 목사가 우리와 너무 생각이 안 맞는 것 같다. 사랑으로 한다지만 자제 좀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보라 목사를) 계속 모니터링해서 거짓 논리와 행태를 차단할 것이고, 이 자와 동조하는 국내외 세력들과 인용 논문·저술들도 체크해서 공개할 것이다. 이단으로 규정한 것은 사도 바울의 천명처럼 '다른 복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단 사이비 지침' 초안 만든 허호익 교수
"동성애는 신학 논쟁일 뿐 이단 문제 아냐"

이단 문제는 각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동성애의 경우, 제대로 된 연구나 조사 없이 '정서'만으로 이단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예장통합의 경우, 이번 이단 지정은 교단이 정해 놓은 지침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장통합은 2008년 93회 총회에서 '이단/사이비 - 이단 사이비 정의와 표준 지침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허호익 교수(대전신대 은퇴, <한국의 이단 기독교> 저자)는 9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단성과 이단은 개인이 신앙의 본질적 내용을 부정하거나 현저하게 왜곡할 때 규정하는 것이다. 신론·기독론·성령론·삼위일체론·교회론·구원론 등에 문제가 있을 때, 개인이면 이단성, 집단이면 이단으로 규정한다. 임보라 목사와 퀴어신학 이단성 지정은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익 교수는 "동성애 문제는 신학적 논쟁이지 이단으로 규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대위가 임보라 목사에게서 신론과 구원론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허 교수는 "하나님의 남성성·여성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학적 논쟁이다. 하나님의 신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할 때 신론적 이단이라고 하는 것이다. 임보라 목사 논쟁은 비본질적 신학 논쟁"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어거스틴이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관용'을 이야기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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