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정복하라는 세계관은 틀렸다. 기후 변화는 이러한 인간의 잘못된 인식이 만든 것이다. 사막이 늘어나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으며, 대도시 공기 오염은 호흡할 공기를 앗아 가고 있다. 바다는 인간이 만들어 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다. 인간은 마침내 원자폭탄을 개발해 자신들의 생명은 물론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 있는 수단까지 갖게 됐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르는 독일 대표 신학자로 평가되는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교수(튀빙겐대학교)가 "'땅을 지배하고 정복하라'는 잘못된 인간상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환경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몰트만 교수는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살아 계신 하나님과 풍성한 생명>(대한기독교서회) 등 저서를 통해 인간이 발 딛고 살아가는 생태계를 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현대사회가 처한 환경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꾸준히 연구해 왔다.

생명신학연구소(이신건 소장)와 덕수교회(김만준 목사)는 몰트만 교수를 초청해 9월 16일 덕수교회 예배당에서 생명신학 강의를 들었다. 이신건 소장은 "자연은 물론 자신까지 경시하고 착취하는 현대사회 생태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몰트만 교수는 '생명의 하나님을 경험할 때 망가진 생태계와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몰트만 교수를 소개했다. 참석자 200여 명은 2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몰트만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200여 명의 참석자가 덕수교회 본당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몰트만 교수는 '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생명신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성서가 '땅'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창세기 12장은 땅이 모든 생명을 만들어 낸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도 땅에서 취해져서 땅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땅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땅이 생명의 시작'이라는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땅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주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몰트만 교수는 "인간은 땅의 주인이 아니다. 인간은 풀과 나무가 만들어 낸 산소로 호흡한다. 그들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창조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땅은 살아 있고, 우리는 땅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몰트만 교수는 "땅을 정복하라는 세계관은 틀렸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몰트만 교수는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가 '생명'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최초의 기독교 공동체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아난 예수로부터 시작됐다. 이러한 기독교는 독특한 '생명의 종교'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몰트만 교수는 신·구약 성서가 하나님을 어떻게 생명으로 표현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시편 104편은 창조주 하나님이 자신이 사랑하는 피조물을 생명의 영으로 채우고, 사귐을 통해 그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하나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신약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생명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몰트만 교수는 신약성서가 '잃어버린 것을 찾은 기쁨'을 통해 생명의 하나님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복음의 '잃어버린 아들' 비유에서, 아버지는 되찾은 아들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아들'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잃어버린 아들을 찾은 아버지같이 죽음에 처한 우리를 되찾고 기뻐하는 생명의 하나님이다"고 말했다.

몰트만 교수(왼쪽)와 통역을 맡은 이신건 소장(오른쪽). 뉴스앤조이 장명성

몰트만 교수는 생명신학 관점에서 '죽은 자들과의 사귐'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조상 숭배 사상을 생명신학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 공동체는 살아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공동체가 아니다. 부활의 희망을 기반으로 한다면, '숭배' 형태는 아니라도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행위와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슈비츠기념관'을 예로 들며, 이와 같이 죽은 이들의 잘못과 불의를 현대에 적용하여 반성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억'과 '기념'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서 14장은 예수를 '죽은 자와 산 자의 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구절은 살아 있는 우리와 죽은 이들의 사귐을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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