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가을이 왔고 주요 장로교단들 총회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다른 때보다 많은 사람이 총회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명성교회 불법 세습이 논란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습을 반대하고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예장통합 총회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예장합동 총회를 참관해 왔고, 많은 사람이 예장통합 총회에 참관 신청을 했기에, 첫째 날에만 예장통합 총회가 열리는 이리신광교회를 찾아 피켓을 들었고, 이후에는 예장합동 총회가 열리는 대구 반야월교회로 갔다.

이리신광교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서 예장합동 총회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었다. 합동이 다른 때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무 영상을 볼 수 있게 했으며, 보고서도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들이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동안의 예장합동 총회 모습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 분명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참관단.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예장합동 총회에는 2015년에 처음 갔다. 그때는 출입 표찰도 받기 어려웠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표찰을 받기 위해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표찰을 받지 못했을 경우 회의장 안에 들어가기 위해 또 다른 입구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다른 교단과 비교했을 때 늘 가장 늦게 표찰을 주었던 곳이 예장합동이었다. 예장합동에는 늘 논란이 되는 안건이 있었고, 출입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갈 때부터 긴장을 해야 했다. 대구는 수년 전 가스총 총회가 있었던 곳이 아닌가.

총회에 참관하러 갈 때는 늘 그런 기억이 오고 간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으로 총회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보고서까지 공개를 했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 분명하다. 예장합동 총회에 관심이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소식은 반가웠다.

이리신광교회에서 세습 반대 피켓을 마치고 대구로 넘어갔다. 둘째 날부터 예장합동 총회를 참관했다. 아무 문제 없이 표찰을 받았고 총회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장합동 총회가 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단지 착시 효과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다른 때와 달리 예장합동 총회에는 민감한 사항이 없었다. 예장통합에서 세습이라는 사고를 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인 것이었다.

총회장이 다른 때와 달리 나름 회의를 잘 진행했다. 한 가지 돋보인 것은, 과거 회의 도중 내빈 인사로 흐름이 끊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고,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따로 시간을 정해 내빈 인사를 했다는 점이다. 발언 시간도 2분으로 제한하고 마이크를 끄는 등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려는 모습이 칭찬할 만했다. 무엇보다도 총회장이 보고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총회장도 2주 전부터 보고서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다른 때보다 회의를 잘 진행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많았다.

먼저 마이크 개수다. 회의장 안에 들어갔을 때, 습관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마이크 개수를 파악했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회의장에는 총대가 1500명 넘게 있었지만, 마이크는 아래층에 1개, 위층에 1개로, 총 2개뿐이었다. 그 2개가 십여 년 전에 비해 좋아진 것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때는 1500명에 마이크가 1개였다. 마이크를 사수하기 위한 싸움도 있었고, 2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일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인데도 해마다 변함이 없었다.

총대 발언 모습. 마이크는 각 층의 한 개씩만 설치됐다.

둘째, 회의가 진행하는 데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총회장은 다른 때와 달리 2주 전부터 보고서를 받아 공부했다고 했다. 나름대로 내용을 파악하고는 있었다. 총회장은 2주 전부터 보고서를 볼 수 있었는데, 다른 총대들에게는 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을까. 2주 전에 보고서를 준다고 해서 다 보고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볼 것이다. 모든 총대가 보고서 내용쯤은 파악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짧은 일정에 수많은 안건을 다루어야 하기에, 보고서가 읽히기도 전에 동의와 재청이 이루어지고 가부를 물어 통과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어떤 내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도 이런 일은 반복되었다. 총회장이 보고서를 파악하고 있으면 무엇하나. 총대들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졸속 진행은 신학부 보고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신학부 청원서에는 6개 복음주의 운동 단체(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성서한국, 좋은교사운동, 청어람ARMC, <복음과상황>)의 사상을 검증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신학부 서기가 청원서를 읽는 도중(어떤 단체인지는 읽기 전)에 총회장이 "이단 연구하겠다는 청원"이라고 말했고, 순식간에 동의, 재청, 가부를 거쳐 안건이 받아들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개혁연대 참관단으로 현장에 있던 우리들도 단체들을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갈 뻔했다.

보고서를 잘 파악하고 있던 총회장이 어떤 단체가 포함돼 있는지 몰랐을까. 이단 연구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면 어떤 단체인지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학부장 오정호 목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 단체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총대들은 알지 못했다. 이런 것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보고서를 미리 전달받지도 못했는데 '이단 연구'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연구하도록 하는 상황에서 청원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졸속 통과시킨 것이다. 이렇게 졸속 통 시키는 것은 반복되었고, 금요일 오전까지 해야 할 회의를 수요일에 폐회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수요일에 회의를 파하자 일각에서는 칭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예장합동 총회 현장.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이 밖에 참관하면서 수많은 문제를 보았다. 사회문제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고, 교단 안에 있는 여성 사역자들에게도 관심은 없다. 회의장 밖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소감을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이 문제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참관하지 않아도 참관기를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관하고 있는데 이리신광교회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예장통합 총회에서 세습금지법 개정을 부결했고, 재판국의 명성교회 판결이 잘못됐다는 결과가 냈다는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해 준 재판도 무효가 됐다. 예장통합이 세습을 막았다고 해서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사회문제, 여성 문제에서 예장합동보다 조금 나을 뿐 도긴개긴이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서로가 장자 교단이라 할 정도로 큰 교세를 갖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서 볼 수 있듯 목사 수는 늘고 있지만, 교인 수는 줄고 있다. 이것이 이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 준다. 무의미한 장자 싸움 그만하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서동진 / 교회개혁실천연대 참관단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