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교사위·최형묵 위원장)·양성평등위원회(양평위·이혜진 위원장)가 임보라 목사 이단 지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9월 13일 발표했다. 9월 둘째 주 열린 각 교단 총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예장백석대신·이주훈 총회장)이 기장 소속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결의하고,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에서 임 목사에게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교사위와 양평위는 성명서에서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몰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여러 교단이 마녀사냥하듯 임 목사를 정죄하더니, 올해 또다시 예장백석대신과 예장통합이 비슷한 결의를 한 것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두 위원회는 성명에서 주요 교단들이 기장 소속 임보라 목사를 이단이라고 지정하게 된 과정도 문제라고 했다. 임 목사가 속한 교단에 질의하는 과정도 없었고 당사자에게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공교회 일원인 교단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무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기회로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성소수자를 향한 목회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한국교회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데, 어떤 입장을 취하든 소수자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목회적 돌봄이라는 사랑의 자세를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몰이 광풍을 멈춰라!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누가복음 6:37)."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성적 소수자들을 돌보며 목회하는 본 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몰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 측은 이단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 측은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로서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임보라 목사에 대해 지난 2017년 6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합동측 이단대책위원회가 이단성 시비를 제기할 때부터 여론 몰이를 통한 '마녀사냥' 방식의 이단 정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성적 소수자를 감싸는 목회활동이 이단 심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2017. 8. 7.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성명 참조). 그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측이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임보라 목사에 대해 이단으로 지정하는가 했더니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 측마저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본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교회의 목회자를 문제시하는 사안은 먼저 본 교단에 정중히 문의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정중한 절차를 통한 소명의 기회를 보장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당한 절차는 일체 없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임보라 목사의 활동과 발언을 단편적으로 취하면서 정확한 사실이 아닌 내용을 기초로 일방적으로 이단 지정을 확정하였을 뿐이다. 

공교회적 질서에 대한 일말의 양식이 있다면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 측과 통합 측은 신중했어야 했다. 그 결의로 한 지체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수 있기에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는 있어야 했다. 엄연한 공교회의 일원인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소속 교회 목회자를 문제시하면서도 그 모든 절차를 무시해 버린 처사는 단지 한 개인을 정죄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본 교단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무도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이웃을 정죄하지 말라고 한 예수님의 가르침(누가복음 6:37)을 거스른 것이며, 다양한 지체가 어울려 한 몸을 이루는 교회의 정신(고린도전서 12장)에 벗어나는 것이다. 그저 자기 의를 내세우는 독선의 발로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자기 의에 가득 찬 그 독선이 한국교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 다른 지체를 정죄하기에 앞서 제발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우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측과 통합 측이 그 결의를 철회할 뿐 아니라, 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엄중히 요청한다.

또한, 우리는 이번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지정의 빌미가 된 성소수자를 위한 목회 활동이 일방적으로 매도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교회 안에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그 다양한 의견들이 교회를 보호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취하든 소수자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목회적 돌봄이라는 사랑의 자세를 우선하는 것이 교회의 도리이다. 

세계의 유수한 교회들이 이 문제로 진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여러 의견을 경청하는 까닭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단순히 정죄해 버리면 그만인 사안이 아니기에 기도에 기도를 더하고, 숙의에 숙의를 더하며 오늘의 교회가 정면으로 다뤄야 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늘 성소수자의 문제는 세계의 모든 교회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에큐메니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 상황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 까닭에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성소수자 교인을 위한 목회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공의회적 절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고 한다.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 측과 통합 측의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몰이는, 성소수자 교인에 대한 목회 지침의 필요성을 오히려 환기시켜 주고 있으며, 한국교회가 본격적으로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 공론화 과정은 진통을 수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통을 겪으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교회로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그 과정을 통해 교회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고 그 권위를 인정받는 교회, 여러 소수자들이 위로를 받고 평안을 누리는 교회, 다양한 자매 형제들이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8년 9월 1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최형묵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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