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처럼 오늘도 주님은 낮은 곳에 찾아가시고, 우리에게 낮은 곳으로 가라고 명령하신다. 반면 대형 교회는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이웃을 섬기기보다 세상을 향해 규모만으로도 오만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규모가 비대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명성교회 역시 그들의 큰 권한과 재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작은 자들 앞에 권세를 휘두르고, 거의 협박같은 위압감으로 사람들을 포섭하고 전도한다. 그런 전도는 분명히 부작용이 따른다. 나중에 그 값을 치러야 할 일이 생긴다. '가나안 교인'이 많아지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교단 총회에 대해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우리로 하여금 서로 말하게 하고 눈을 뜨게 만들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지금 세상이 얼마나 교회를 손가락질하는지 알아야 한다. 갖은 부정부패가 언론에 보도돼 낯을 들 수가 없다. 주님 이름이 땅에 떨어졌다. 교회가 선교비에 재정을 많이 쏟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 수평이동 외에 얼마나 새로운 영혼을 전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마음이 들어 서글퍼진다. 그래서 명성교회 세습을 바로 세우는 것은 전도 문이 열리느냐 닫히느냐 하는 선교의 문제로 직결된다. 그것이 총회를 지켜보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예장통합 103회 총회 첫째 날 모인 일반인 참관단.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익산은 전주보다 작은 도시다. 신광교회가 얼마나 크기에 총대 1500명을 수용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 도착해 보니 과연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은 소도시에 교회가 너무 크다고 하셨다. 그 크기로 좋은 일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속성상 권력과 재력이 주어지면 결국은 타락하게 되어 있다. 역사가 그것을 명백하게 대답해 준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돌아와서 알게 된 일이지만, 신광교회는 잔디 축구장까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개방하면 좋겠다. 그래서 물 흐르듯 세상에 복음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이리신광교회 앞을 둘러보며 집회 분위기를 살폈다. 장신대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줄지어 앉아 구호를 외치고 '우릴 사용하소서'라는 찬양을 불렀다.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의 외침을 듣고 마음을 열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안타까웠다. 순간 함께 동행한 친구와 마음이 통해 동시에 눈물을 훔치며 마음속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총회를 통해 명성교회 사태가 바로잡혀서 학생들이 현장에서 목회할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에 좋은 역사를 물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격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겨우 뒤따라가는 교회가 아니라, 앞서가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린아이들부터 청년들까지 교회로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장신대 학생들이 예장통합 총회 현장에서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바로잡아 달라고 외쳤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어떤 분은 노란색 종이에 인쇄된 전단지를 나눠 주었다. 전 부천노회장이었던 영원한교회 담임 최경구 목사의 주장이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세습한 것은 인정해 주고 이제부터 헌법을 똑바로 고쳐서 세습을 못 하도록 하자는 이야기였다. 명성교회 사태가 확실하게 해결되어야 하는데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이다. 그것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길이다. 총대들이 혼동하지 않고 잘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전단지가 훼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단지를 나눠 주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돈을 받고 전단지를 돌리는 것이란다. 명성교회 돈으로 여기까지 움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눈살이 찌뿌려졌다.

명성교회에서도 남선교회와 여전도회 총동원령을 내려 이곳에 온다고 했었는데, 띠를 두르고 '총회를 잘 섬기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입구에서 예배한다며 자리다툼하기도 했다. 총회를 돈으로 잘 섬기겠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돈을 빼겠다는 협박이 아닐까.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준비한 피켓을 들고 한마음으로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목사님들 말을 들으니 공감이 많이 되고 이런 깨어 있는 분들이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총회가 시작되어 방청객 스티커를 붙이고 2층 방청석에 앉아 참관을 했다. '총대'라는 용어가 낯설었다. 방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에는 감사했다. 우리 교회 역사가 누적되면서 그동안 복음을 위해 애쓴 믿음의 선배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신앙생활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총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고, 명성교회 사태가 잘 해결되어 가는 것을 꼭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가정을 챙겨야 해서 아쉬운 마음을 붙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2층에서 본 예배당 내부.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총회 홈페이지에서 총회 실황을 생중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내 집 안방에서도 총대들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했다. 돌아와서도 틈틈이 생중계를 보면서 삯꾼 목자가 누구인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다.

총회장이 어떤 분인지 정보도 찾아봤는데, 그분의 아버지 목사가 명성교회 세습 현장에서 축도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부총회장이 어떤 분인지도 찾아보고, 이번 사태를 불러온 총회 재판국원들 이름도 다시 한 번 새겼다. 종이에 기록도 하고, 자꾸 초점을 흐리게 하는 분은 누구인지 메모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의견도 나누고, <뉴스앤조이> 기사도 챙겨 보면서 다시 한 번 정리했다.

무엇보다 뜻을 함께한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우리 교회 식구들이 명성교회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관심 갖고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셔서 감사했고, 목사님께서 잘 다녀오라며 '행동하는 신앙이 아름답다'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 주셔서 더욱 감사했다. 흔쾌히 공감해 주고 동행해 준 같은 교회 친구가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더욱이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여러 가지로 지원해 주셔서 총회를 참관하게 되어 정말 감사했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적었는데, 더 많은 여성들, 전업주부들이 관심 갖고 행동하고 동참했으면 좋겠다. 교회가 이런 정보들에 더 열려 있으면 좋겠고, 침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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