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청년전국연합회(장청) 이 아무개 회장과 김 아무개 상임총무가 성추행 피해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 기사를 쓴 <뉴스앤조이> 기자도 함께 피고소인 명단에 올랐다.

이 회장과 김 총무는 자신들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끼쳤다는 올해 2월 <뉴스앤조이> 보도를 문제 삼았다. 기사는 부산에서 상담 전문 목사로 활동하면서 여성 청년 4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아무개 씨 사건 후속 보도였다. 기사를 제보한 피해자와 지지자들, 기사를 쓴 기자를 모두 고소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 씨가 담임하던 교회 교인이었고, 피해자와 지지자 일부와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이 회장은 목사 성추행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 "너희들도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 씨의 성추행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자, 이 회장과 김 총무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장청 명의로 성명을 발표해 이 사건을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재판 중인 이 아무개 씨 피해자 지지 그룹은 9월 11일 이리신광교회 앞에서 장청 임원들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성폭력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서 잘못을 찾거나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이야기를 모두 듣고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는 태도 등이 2차 피해를 준다고 본다. <뉴스앤조이>는 교단 청년을 위해 일하는 장청 임원 이 회장과 김 총무가 교단 목사에게 성추행당한 청년들에게 오히려 2차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회장과 김 상임총무는 기사가 장청과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올해 3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반론 보도 및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뉴스앤조이>는 반론은 조정해서 실을 수 있지만 정당한 보도였기 때문에 손해배상은 불가하다고 했다. 중재가 불성립하자, 이들은 이 기사를 공유한 사람들과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

이 사안을 수사한 경찰은 9월 10일, 불기소 의견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고소인들이 고소인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공유한 것이라 볼 수 없었다. 명예훼손을 구성하는 몇 가지 요건이 있는데 이 사안은 그에 해당하지 않아 '혐의 없음'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교단 청년 단체 장청,
기사 삭제 요구하며 거짓말
왜 거짓말하느냐 물으니
"하고 싶어서"

피해자들과 지지자들은 4월, 부산 창대교회에서 열린 부산동노회 정기노회에서 피켓을 든 적이 있다. 성추행을 저지른 이 씨를 징계하지 않고 그의 사직서를 처리한 노회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노회가 교회 성폭력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시위했다. 동시에 장청 임원들에게 당한 2차 피해도 호소했다.

이때 정기노회 현장에 나타난 김 총무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자들과 지지자들은 김 총무에게 "왜 기자에게 거짓말했느냐"고 물었다. 김 총무는 2월, 기자에게 전화해 기사 삭제를 요구하면서, 피해자 지지 그룹을 통해 기자의 연락처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김 총무에게 기자의 연락처를 넘긴 적이 없다.

이들은 김 총무가 피해자들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피해자들 이야기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사건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자에게는 피해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고 했다. 피해자와 지지 그룹이 "왜 거짓말했느냐"며 재차 해명을 요구하자, 김 총무는 "하고 싶어서"라고 답하고 자리를 떴다.

이들은 이 회장과 김 상임총무가 자신들을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했다. 이 회장과 함께 교회 생활을 한 B는 기자에게 "피해자를 고소까지 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저런 사람이 예장통합 이름을 건 청년 단체의 회장이다. 우리가 이 같은 사실을 교단에 알려도 교단은 징계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