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인천의 한 대형 교회에 다니던 조 아무개 권사는 2005년 양육 프로그램에서 이 아무개 씨를 만났다. 이 씨의 '양육자'가 된 조 권사는 정성을 다해 이 씨를 살폈고, 두 사람 사이는 금세 가까워졌다. 양육자와 동반자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 순간 뒤바뀌었다. 이 씨가 "하나님께 응답을 받았다"는 말을 꺼낼 무렵이었다.

조 권사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그저 믿는 사람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이해했고,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이 씨는 "전에 다니던 교회 원로목사에게 12년간 성경 교육을 받았다", "성령을 받았다"고도 했다. 조 권사가 이 씨를 신뢰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이 씨가 "하나님이 책방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고 한 적 있는데, 실제로 조 권사가 시아버지 권유로 책방을 하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조 권사는 이 씨를 철저히 신뢰하게 됐다. 조 권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씨를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이 씨의 남편 장 아무개 목사는 서울의 한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회사원 출신인 장 목사는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했다. 조 권사는 장 목사 학비를 세 차례에 걸쳐 대신 내줬다. 조 권사는 "이 씨가 '남편의 등록금을 대신 내줘야 한다. 하나님의 응답이다'고 해서 순순히 따랐다"고 했다. 장 목사는 안수를 받은 다음 2012년 인천 부평에 ㅅ교회를 개척했다. 조 권사는 ㅅ교회에 출석했다. 당시 교인 수는 15명 정도였다.

원래 집사였던 이 씨는 남편이 목사가 되자 '사모'로 신분이 바뀌었다. 요구 사항도 점점 늘었다. 조 권사는 이 씨의 요구로 ㅅ교회 임대 보증금 중 일부인 3000만 원을 냈다. 그뿐 아니라, 이 씨에게서 핸드백, 돌침대, 보청기, 피아노 등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물건도 사 줬다.

조 권사는 "사모가 하나님께 응답을 받았다면서 해산물·간장·약품 등을 강매했다. 나 때문에 몸이 아프다면서 병원비·치료비 명목의 돈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돈을 제때 주지 못하면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독촉했다고 했다. 조 권사는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까지 했다.

인천 ㅅ교회 출신 교인들은 담임목사 아내에게 수억 원의 돈을 뜯겼다고 주장했다.

"뭐에 홀린 사람처럼 사모한테 돈을 갖다 바쳤다. 대부분 직접 현금으로 줬고, 사모 둘째 딸 장OO 명의로 된 계좌로 돈을 보내기도 했다."

계좌에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조 권사는 이 씨의 둘째 딸 계좌로 수십 차례에 걸쳐 돈을 입금했다. 은행 거래 내역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장 아무개 씨 계좌로 입금한 금액만 3억 8100만 원에 이른다. 이 중 1600만 원 정도가 반환됐다. 결과적으로 이 씨 딸에게만 3억 6500만 원을 준 셈이다.

조 권사는 "이것저것 더하면 사모에게 뜯긴 돈만 6억이 넘는다. 사모는 계좌 이체보다 현금으로 받는 것을 더 선호했다. 현금으로 줬으니 증거가 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수년에 걸쳐 수억 원을 사모에게 지급하니 가세는 점점 기울었다. 조 권사 가족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 권사는 "사모가 남편에게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내막을 알게 된 조 권사 가정은 불화를 겪어야 했다. 50평대 자가 아파트에 살던 조 권사 가족은 지금은 18평대 빌라에서 지낸다.

황당한 사건의 피해자는 또 있다. 조 권사와 함께 신앙생활해 온 김 아무개 권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 권사는 "이사를 하는데 사모가 자신이 쓰던 소파, 장롱, 식탁, 세탁기 등을 가져가라고 했다. 필요 없다고 했는데도 '하나님께 응답을 받았다'면서 강제로 줬다. 그래 놓고 나중에 600만 원을 받아 갔다"고 했다.

조 권사와 마찬가지로 물건 강매도 당했다고 했다. 김 권사는 "약, 기미 없애는 화장품, 건강식품 등을 강매당했다. 어떻게 해서든 물건을 가져가게 한 다음 돈을 받아 가는 식이었다. 구입한 물품만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돈 지급이 늦어지면 집·회사로 연락해 독촉했고, 때로는 이상한 행동까지 보였다고 했다. 김 권사는 "지난해 3월 사모가 성경 공부하자며 여성 교인 4~5명을 교회 자모실에 불렀다. 그런데 사모가 갑자기 본인 팬티를 내린 다음, 나 때문에 '음부 털이 다 빠져 힘들다', '병원 가서 주사도 맞았다'며 소리를 질렀다. 그 자리에 여자들만 있었지만, 팬티 벗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교인 박 아무개 집사는 주로 화장품을 강매당했다고 했다. 믿는 사람들의 얼굴이 좋아야 한다며, 이 씨가 이름 모를 화장품을 사게 했다고 주장했다. 밍크코트 건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극구 사양하는데도 이 씨가 밍크코트를 주고 갔다고 했다.

"며칠 뒤 사모가 전화를 걸어 '하나님이 그러는데 박 집사가 감사함을 모른다. 돈을 받으라고 하셨다. 기도하면서 감동이 오는 대로 선교 헌금을 내라'고 했다. 확인해 보니 밍크코트 가격이 240만 원 정도 되더라. 나는 헌금으로 300만 원을 냈다."

교인들 의사와 상관없이 심방 예배도 한 달에 1~2회씩 했다고 했다. 이 씨가 가정과 사업을 위해 심방 예배는 필수로 드려야 한다며 강권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심방 헌금이었다. 박 씨는 1회에 50~100만 원씩 냈다고 했다. 박 집사는 이 씨가 '하나님의 응답'을 빌미로 교인들에게 정신적·금전적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ㅅ교회 교인들은 각자가 당한 피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평소 이 씨가 교인들끼리 서로 신뢰하지 말라고 가르쳐 왔고, 소통하는 일도 드물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조 권사 가족이 교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씨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ㅅ교회 교인 수는 현재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하나님 응답 빗대 지시한 적 없다"더니
자료 제시하자
"기도 중 하나님이 말씀 생각나게 해"

피해 교인들은 논의 끝에 올해 5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문을 두드렸다. 교인들 이야기를 들은 개혁연대는 6월 15일 이 씨와 남편 장 목사를 불러 면담했다. 목사 부부는 교인들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고, 물건 구입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씨는 "하나님의 응답을 빗대어 교인들에게 구체적 지시를 한 일이 없다. 장 목사가 전하는 말씀 그대로, 성경에 근거한 내용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교인이 제출한 자료를 제시하자, 이 씨의 답변은 바로 바뀌었다. 자료에는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큰 집을 주시겠다고 하신다"는 등 이 씨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하나님이 지시하신다거나 음성을 주신다거나 이러한 것들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기도 중 하나님께서 말씀을 생각나게 해 주신다"고 했다. 남편 장 목사는 "이런 사례가 자주 있는 건 아니다. 교인들이 특별히 기도를 요청할 때 1년에 한두 번 있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목사 부부는 추후 삼자대면을 하겠다고 개혁연대와 약속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대면을 거부하고 있다.

끝까지 부인하는 목사 부부
"교인들이 '하나님 응답받았다'며 지원,
목회자와 교회 넘어뜨리려 해"

기자는 이 씨와 장 목사를 만나기 위해 올해 7월 말부터 수차례 연락을 취했다. 장 목사는 초기만 해도 협조적이었다. 아내가 미국에 가 있다며 한국에 돌아오면 만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씨는 8월 15일 입국했다. 다시 연락하자 장 목사는 "사모가 병원에 다녀야 한다.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로도 장 목사는 취재를 거부했다. 기자가 교회에 직접 찾아가도 자신은 할 말이 없다며 오히려 "누가 제보한 것이냐"고 따졌다.

거듭된 요청 끝에 9월 5일 이 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1시간가량 진행된 통화에서, 물건을 강매하지 않았고 돈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했다. '하나님 응답'은 오히려 교인들이 받았다고 했다. 이 씨는 "조 권사가 먼저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면서 도와줬다. 돈거래도 13년 전 한 게 전부다. 최근에는 금전 거래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둘째 딸 계좌로 입금된 돈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다. 이 씨는 "우리 부부가 신용 불량자여서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다. 그래서 딸 계좌를 사용한 것이다. 조 권사가 넣은 돈은, 전에 나에게 빌린 돈이다"고 했다.

이 일에 대해 잘 모른다던 남편 장 목사도 말을 보탰다. 그는 교회를 떠난 교인들의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장 목사는 "그들은 순복음 교회에서 20년 넘게 같이 신앙생활을 했다. 우리와 함께한 지는 6년밖에 안 된다. 그들이 우리에게 수천, 수억을 빌려줬다고 하는데, 그럴 만한 형편도 안 된다"고 했다.

교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장 목사는 "자기들이 기도해서 헌금해 놓고 이제와 사모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그들은 목회자와 교회를 넘어뜨리려고 한다. 우리는 빌린 돈을 현금으로 다 갚았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거짓말을 믿느냐. 내가 목회자만 아니었다면 고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더 자세한 해명을 듣기 위해 목사 부부에게 만남을 요청했으나 그들은 응하지 않았다. 피해 교인들을 만날 생각이 없느냐는 말에, 장 목사는 "모함하려고 작당하는 사람들을 무엇 하러 만나겠는가. 하나님의 교회를 쓰러뜨리려고 하는데 큰 문제다"고 말했다.

ㅅ교회 목사 부부는 "교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목사 부부의 해명에 피해 교인 측은 앞뒤도 맞지 않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조 권사는 "신용 불량자였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 우리에게 억 단위의 돈을 빌려줬다는 건가. 우리가 돈을 줬으면 줬지, 결코 사모에게 빌린 적은 없다.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준 것에 사죄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끝까지 거짓말하며 피해 교인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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