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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 사태에 똘똘 뭉친 장신대 학생·교수
동맹휴업 10일 차 "총회가 바로잡아야 신학생도 올바른 길 간다"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8.09.06 17:49

동맹휴업 중인 장신대 학생들이 미스바광장에서 서원모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 인정 판결에 저항하며 '동맹휴업'을 결의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는 오히려 생기가 돈다. 오전에 진행하는 필수과목과 채플에는 참여하되 오후 수업은 거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오후가 되면 미스바광장에서 기도회를 하고, 교회 세습의 문제점을 짚는 교수들의 특강을 듣는다.

동맹휴업 10일 차인 9월 6일 오후 1시, 점심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미스바광장에 하나둘 모였다. 광장에는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유인물이 곳곳에 붙어 있다. 건물 한쪽에 놓인 허리 꺾인 십자가와 관이 눈길을 끌었다. 십자가에는 "기억하라! 2018.8.7."이 써 있었다. 8월 7일은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총회 재판국 판결이 나온 날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103회 총회 참관자를 모집하는 부스도 보였다. 장신대 비상대책위원회 TF팀 한 학생은 "9월 10일 총회가 열리는 이리신광교회에 학우들과 가려 한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우리들의 입장을 총대들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광장에는 200명 넘게 모였다. 기도회가 끝난 뒤 서원모 교수(역사신학)가 '장신대 썰전' 특강 강사로 나섰다. 서 교수는 총회 재판국 결과에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재판국이 바로잡을 줄 알았다며 안일하게 생각한 것을 회개한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교단이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명성교회 세습을 옹호하는 세력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특히 교인 양심의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명성교회 주장에 대해, 서 교수는 "법에 어긋난다는 걸 알고도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는데 과연 '양심'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200명이 넘는 학생은 마치 수업 듣는 것처럼 서 교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세습 자체보다 불법 용인한 게 더 큰 문제
교수들 가세에 동맹휴업 분위기 더욱 좋아져"

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한 총회 재판국 판결에 반발했다. 판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허리가 꺾인 십자가와 관을 설치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장신대 학생들은 명성교회 세습만을 문제 삼는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초대형 교회의 세습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했다.

장신대 총학생회 복지국장 염시광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세습 그 자체도 문제지만, 불법을 합법으로 용인한 게 더 큰 문제다. 권력과 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학생들이 들고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눈감아 준 날, 염시광 씨도 현장에 있었다. 당시 총회 회관에 모인 장신대 학생들은 명성교회 교인들과 대립하기도 했다. 염 씨는 "교인들이 우리가 신학생인 걸 알고 '너희들은 가서 공부나 하라'고 하더라. 재판 결과가 나오자 '고생 많다'고 비아냥거렸다.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날 총학생회 임원들과 밤늦게까지 회의했다.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동맹휴업'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물론 장신대 학생 전체가 동맹휴업에 찬성한 건 아니다. "명성교회가 세습했다고 우리가 동맹휴업까지 해야 하느냐", "등록금 내고 수업 듣는데 휴업하면 어떡하느냐"는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총학생회와 신대원 학우회 등 학내 6개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 TF를 꾸려 학생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다소 힘에 부치는 상황에서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세교모)의 등장은 큰 도움을 줬다. 교수들이 먼저 자체 휴강을 하고, 썰전 특강을 진행하고, 학생들 식사까지 제공했다. 교수들이 적극 나서자 학내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졌다.

총학생회 부총무 최혜림 씨는 "처음 동맹휴업을 했을 때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교수들이 먼저 휴강하거나, 편지를 써 주면서 세습 반대 운동을 독려해 줬다. 교수들이 움직이니까 동맹휴업도 탄력을 받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휴업에 교수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성석환 교수(기독교와문화)는 "학생들의 동맹휴업을 적극 지지한다. 오늘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데 교수들이 특송을 하기로 했다. 연습도 해야 하고 여러모로 바쁘다"며 웃었다.

총학생회 복지국장 염시광 씨(사진 왼쪽)와 부총무 최혜림 씨는 동맹휴업에 이르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동맹휴업은 예장통합 103회 총회가 열리는 9월 10일까지다. 학생들은 총회가 명성교회 문제를 바로잡아 주길 바랐다. 염시광 씨는 "총회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곳에서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과연 제대로 된 목회자가 나올까. 총회가 이번 일을 바로잡아 준다면 신학생들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혜림 씨는 "명성교회 세습 문제 말고도 목회자 성범죄, 재정 전횡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개혁해야 할 게 정말 많은데, 그 시작점이 명성교회 세습 철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 총회가 재심을 통해 이번 세습을 용인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장신대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 상황이지만 날씨는 짖궂었다. 비가 오다 말기를 반복했다.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행사를 이어 갔다. 멀리서 학생들을 지켜본 장신대 임성빈 총장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명성교회) 문제가 바로잡히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판결에 반발한 장신대 학생들은 8월 28일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동맹휴업은 9월 10일까지 진행한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장신대 학생들은 9월 10일 103회 총회가 열리는 이리신광교회를 방문한다. 총대들에게 명성교회 판결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미스바광장에는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유인물도 내걸렸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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