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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들키면 파문당할 수 있습니다
[서평] 야마구찌 사토꼬 <동성애와 성경의 진실>(무지개신학연구소)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9.07 09:37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금서禁書. 로마 가톨릭은 1559년부터 1966년까지 금서 목록을 만들었다. 가톨릭은 사전 검열을 통해 교회를 비판하거나 신학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고 판단한 서적을 금서로 지정했다. 기존 질서에 반하는 책들은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모두 금서로 지정돼 탄압받았다. 가톨릭은 이 금서 목록으로 교인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금서 목록에는 마르틴 루터, 장 칼뱅 등 종교개혁가들의 저서는 물론, 갈릴레이·코페르니쿠스·몽테뉴·몽테스키외·파스칼·스탕달 등 서양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쓴 고전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런 책을 소유한 게 발각되면 교회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파문되기도 했다.

올해 8월, 무지개신학연구소(김준우 소장)는 <동성애와 성경의 진실>이라는 번역서를 발간했다. 이 책은 기독교계에서 금서가 됐다. 번역자 양희매 목사의 후원으로 제작돼 500부밖에 발행되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온·오프라인 기독교 서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김준우 소장은 "일부 목사의 항의로 기독교 서점에는 입고도 못 했다"고 밝혔다.

<동성애와 성경의 진실> / 야마구찌 사토꼬 지음 / 양희매 옮김 / 무지개신학연구소 펴냄 / 384쪽 / 1만 47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동성애와 성경의 진실> 저자 야마구찌 사토꼬山口里子 교수(73)는 일본페미니스트신학선교센터 공동디렉터를 맡고 있다. 성서학을 전공했으며 여성주의 시각에서 성경을 연구해 왔다. 야마구찌 교수는 기독교의 혐오 대상이 된 동성애자들을 위해 이성애자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야마구찌 교수는 이 책에서, 가부장제 사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동성애자를 단죄하기 위해 성경 본문을 취사선택했고, 이를 혐오와 차별에 이용해 왔음을 보여 준다. 성경이 말하는 동성 간 성행위는 우리 시대에서 말하는 동성'애'가 아닌 '폭력'을 바탕으로 한 성관계라는 점을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 레위기 성결 규정, 바울이 살던 시대 배경 등을 다루면서 설명한다.

책에는 동성애와 관련한 논쟁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1부에서는 그동안 동성애를 죄라고 여기게 한 성경 본문들의 해석을 모았다. 2부에서는 다윗과 요나단, 예수가 사랑한 제자,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백부장 이야기 등을 통해 성의 다양성을 다룬다.

아마 한국교회 안에는 동성애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보다는, 어쨌든 성경에 '죄'라고 나와 있으니 동성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는 기독교인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야마구찌 교수는 그와 같은 문자적 성경 해석은 동성애자를 차별하기 위한 것일 뿐, 실상은 우리 안에 견고하게 자리 잡은 '가부장제' 때문에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를 향한 마음의 문이 닫혀 있다는 사실을 본문 해설을 통해 짚는다.

보통의 교회를 다니는 크리스천들은 책의 내용이 '불경'해 보일 수 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와 관련한 구절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경 본문을 대할 때 '단 하나의 올바른 해석'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책 부제 '무지개는 우리 가운데'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미 우리 곁에는 성소수자가 있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집어 들자. "동성애자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동성애는 죄다"라고 소극적으로 반대해 온 이들에게, 이 책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 줄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인들이 동성애 혐오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도, 당시 시대 상황을 이해하면서 다르게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동성애 문제가 한국교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천주교 신자였던 한 동성애자의 자살은 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동성애 문제에 대한 토론이 한국교회에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대안을 찾고 동성애자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읽어도 위화감이 없는 이 글은, 15년 전 <뉴스앤조이>에 실린 기사의 첫 문단이다. 동성애자를 있는 모습 그대로 품어야 한다는 목사와 후천적 환경 때문에 동성애자가 된다고 주장하는 선교 단체 간사의 좌담이었다. 논의가 가능했던 15년 전과 비교해 보면 LGBT+를 향한 한국교회의 태도는 답보도 아닌 후퇴다.

<동성애와 성경의 진실>을 읽다가 들키면 중세 시대처럼 파문(?)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한, 그 시대 탄압받았던 그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금서'를 지정하고 사상을 검열한 자들의 속내는 '기득권 지키기'와 '내부 결속 다지기'였고, 서슬 퍼런 폭력의 시대 피해자는 언제나 소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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