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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은 기독교 이전부터 존재, 지금 교회는 '복음의 감옥'"
테드 제닝스 초청 퀴어신학 강연 "동성애 혐오는 살인"
  • 장명성 기자 (dpxadonai@newsnjoy.or.kr)
  • 승인 2018.09.04 12:25

"퀴어신학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사랑은 하나님 그 자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러므로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하나님의 사랑처럼 모든 존재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퀴어신학이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테드 제닝스 교수(시카고신학교)가 퀴어신학의 네 원칙을 말하자,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아멘"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손을 들고 일어나 "좋은 말씀 감사하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복음주의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무법적 정의>(길) 저자이자 미국 신학계에서 퀴어신학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테드 제닝스 교수가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제닝스 교수는 평화교회연구소와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주최로 9월 3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린 강좌에서 퀴어신학을 강의했다. 70여 명이 빽빽이 모여 앉아, 두 시간 동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넓지 않은 강연장을 70여 명이 가득 채웠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교회서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
죽음으로 내모는 동성애 혐오
소돔과 고모라의 죄는 동성애 아냐"

제닝스 교수는 "왜 성소수자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서울 같은 대도시의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 답이 있다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제닝스 교수는 "이들이 공동체에서 지지받지 못하고, '성소수자가 되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교회와 가정을 떠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동성애 혐오는 '살인'과도 같다. 교회·가정과 같은 공동체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동성애 혐오를 그만두지 않는 한, 비극적인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성서 해석이 지나치게 일반화해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제닝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데 쓰이는 성서 구절 여섯 개를 언급하며 "동성애 혐오 세력은 이 여섯 구절이 마치 성서가 말하는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책 한 권을 여섯 구절로 축약할 수 없다. 이 구절들도 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테드 제닝스 교수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에스겔서를 비롯한 성서 본문은 소돔과 고모라의 죄목을 '동성애'가 아니라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은 죄', '잔인하게 대한 죄'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도,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는 본래 동성애 논쟁에서 거론되던 구절이 아니라고 했다. 제닝스 교수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기독교 발원 후 5세기까지는,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낯설고 약한 사람을 돌보지 않은 예로 사용됐지만, 6세기부터 갑자기 동성애를 공격하는 근거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테드 제닝스 교수는 "소돔과 고모라의 죄는 동성애가 아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제닝스 교수는 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퀴어신학 요소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성서에도 트랜스젠더적 표현이 있다. 성서가 이스라엘의 성별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본래 야곱에게 붙여진 남성 이름이라고 했다. 제닝스 교수는 "예언자들은 비유를 위해, 하나님이 남성으로 이름 붙인 이스라엘을 여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에스겔·이사야·호세아 등 예언서는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신부, 즉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언서들은 남성 하나님과 여성 이스라엘의 혼인 관계에서, 여성 이스라엘이 이방 신, 이방 민족과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성서 저자들도 필요에 따라 이스라엘을 남성·여성으로 비유하는데, 일부 보수 개신교인들이 성을 지나치게 고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닝스 교수는 "창조 당시에도 하나님은 나무·새·물고기를 다양한 종류로 지었다. 하나님은 다양성을 좋아한다. 우리가 다 똑같을 필요는 없다. 다양성은 하나님의 지속적 창조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테드 제닝스 교수(왼쪽)와 통역을 맡은 유연희 박사(오른쪽). 뉴스앤조이 장명성

"일관된 성서적 모델은 없다
자기 생존과 유지에만 목매는 교회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강연 이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한 참가자가 "여섯 구절뿐이라 해도 성서는 일관되게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고 있고 그 형벌은 죽음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제닝스 교수는 "성서는 어떤 주제도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신약성서만 봐도 예수 이야기를 네 가지나 담고 있다. 결혼에 대한 성서의 서술과 이해도 신·구약, 저자·상황마다 다르다. 솔로몬이 거느린 1000명의 아내가 과연 '성서적 결혼 모델'일까. 결혼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주제도 일관된 성서적 모델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국교회가 예수의 가르침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예수의 가르침과 상관없이, 성서를 마음대로 읽는 교회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제닝스 교수는 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답했다.

"복음은 '기독교'라는 종교 이전부터 있었다. 예수는 교회의 창시자가 아니라, '하나님나라'라는 복음을 알려 주러 온 분이다. 그런데 지금 교회는 '복음의 감옥'이 되고 있다. 교리·건물·예전·조직이 복음의 의미를 가두고 있다. 교회 공동체가 자기 생존과 유지에만 갇혀 있다. 가난한 사람, 과부, 고아, 난민을 격려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을 교회에서 찾기 어렵다. 앞으로 사회에서, 교회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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