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최근 가정마다 햇빛(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핵발전소에 대한 불안감,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회의, 잇따른 폭염이 불러온 전력 소비량 증가 등으로 재생에너지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역시 햇빛발전소 설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대의에 따라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어느 정도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러 시도를 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교회들에 컨설팅을 해 주고 있는 해드림협동조합 박정우 자문위원은 "최근 문의가 폭주해 업무가 원활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감리회 햇빛발전협동조합,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생태정의위원회 등은 9월 3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 햇빛발전소 설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서는 현재 햇빛발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교회들 사례가 나왔다. 예장통합 나섬교회(유해근 목사), 감리회 전농교회(이광섭 목사), 기장 서울제일교회(정원진 목사)가 발전소 설치 과정과 현황을 소개했다.

유해근 목사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는 성취감, 창조질서 보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경제적 효용성을 모두 추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생에너지로 버섯 재배까지
학생들이 키우며 '창조질서' 생각
"발전소 설치, 역동·파생적 이익"
서울제일교회, '후쿠시마' 목격하고
자발적 설치…월수입은 전액 선교비로

나섬교회는 '나섬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아차산 인근에 연건평 900평 규모의 재한몽골학교를 건축하고 학생 300명을 가르치고 있다. 교회는 건물 규모에 맞춰 51kWh 햇빛발전소를 지었다. 공사비로 1억 3000만 원이 소요됐는데, 이 가운데 50% 정도를 에너지관리공단이 보조했다.

나섬교회와 재한몽골학교의 월평균 소비 전력은 1만kWh 수준이고, 햇빛발전소가 월간 생산하는 전력은 5000~6000kWh다. 유해근 목사는 "수치상 50~60%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면 역동적이고 파생적인 이익이 생긴다"고 말했다. 재한몽골학교는 햇빛발전소 패널 아래 버섯 재배 공간을 구성하고,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 일부를 버섯 농장에 사용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버섯을 직접 재배하고 먹으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가진다. 유 목사는 "학생들이 햇빛발전소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어떻게 유지 보전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경제적인 이익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이 가져가고, 가져간 전력만큼 요금을 상계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햇빛발전소 가동으로 전력 피크치(최고점)를 낮추면서 전체적인 전기 요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전기 요금 피크제는 전년도 전기 사용량 중 최고 사용량을 기준으로 삼아 요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피크치가 낮아지면 전체 전기 요금도 낮아진다 - 기자 주).

유해근 목사는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대의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교인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도 효용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교회마다 발전소 설치가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농교회 박민 부목사도 교인들에게 햇빛발전소 설치가 경제적으로도 유익하다고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농교회는 2012년 예배당 건축 과정에서 10kWh 발전소를 설치해 소비 전력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 교회는 엘리베이터 앞에 모니터를 설치해, 자체 생산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교인들에게 보여 준다.

그는 "절기마다 여러 설교로 교인들에게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신앙적 접근이 가장 강력한 추동력을 주기는 하지만, 재정적 부분도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제일교회는 올해 2월, 교회 옥상에 햇빛발전소를 준공했다. 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발전소는 월평균 70만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햇빛발전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설치에 나서 수익을 내는 교회도 있다. 서울제일교회는 2016년 자매결연한 일본 니시카타마치교회를 방문해 합동 수양회를 하는 과정에서 후쿠시마를 방문했다. 교인들은 위험 지역 10km, 5km 근방까지 가면서 공포를 느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지만,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대체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고 했다.

서울제일교회는 이후 교회에 대안 에너지 학습·토론 집단 '탈핵실천모임'을 만들었다. 교회 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 제직회를 열고 19.6kWh 발전소를 교회 옥상에 설치하기로 했다. 만장일치로 결의됐고, 설치 비용으로 산정된 3600만 원도 제직회 당일 모두 헌금으로 약정됐다.

교회는 올해 2월 햇빛발전소 가동을 시작하고, 발전소를 통해 발생하는 전기 전량을 한국전력 등 에너지 유관 기관에 판매하고 있다. 2월부터 6월까지 발전 및 판매 내역을 보면, 2월 1414kw(48만 9720원), 3월 1723k (56만 7132원), 4월 2204kw(82만 765원) 등 5개월간 347만 원(월평균 69만 원)어치를 발전·판매했다.

교회는 '햇빛발전소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수익을 목적 선교 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태양광 패널로 발생하는 그늘 부분을 친교 및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서울제일교회는 2018년 기환연과 교회협이 공동 선정하는 '녹색 교회'로 뽑혔다.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은 발전소 설치에 앞서 경주 월성원전 등을 탐방하며 재생에너지 발전의 필요성을 학습하는 등, 사전 준비도 착실히 해 왔다. 사진 제공 서울제일교회

한전에 전기 되팔고 인센티브까지
교회 옥상에 설치하면 1.5배 더 받고
서울시는 1kWh당 100원 추가 지원

이날 세미나에는 햇빛발전소에 관심 있는 교회들을 위해, 설치 사업을 하고 있는 녹색드림협동조합과 해드림사회적협동조합 직원들이 나와 실제 설치 과정과 방법, 예상 수익을 안내했다.

교회에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지 기획부터 시작해, 관할 지자체에 발전 사업 허가를 받고, 한국전력에 '계통 연계'(교회가 생산한 전력을 한전 전력망에 연결하는 것)가 가능한지 확인한 다음 착공한다. 서류 심사 기간으로 2~3달이 소요되며, 착공 자체는 20kWh 기준으로 1주일 정도면 끝난다. 이후 한국전기안전공사에 사용 전 검사를 받고 한국전력과 전력 수급 계약을 맺은 후 가동하게 된다.

발전에 따른 수익은 크게 SMP(계통 한계 가격·System Marginal Price)와 REC(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두 종류로 나뉜다. SMP는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파는 것을 의미한다. 1kWh당 단가를 곱해 계산한다. 현재 단가는 80원 수준이고 물가 등에 따라 변동된다.

REC는 동서화력발전소 등 민간 발전 회사에 신재생에너지 인증서를 판매하는 형태다. 발전 회사들은 관련 법에 따라 발전량 중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하는데,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인증서를 사들이는 형태로 할당량을 채우는 것이다. 1000kWh=1REC로 계산된다.

여기에 만일 기존 건물 옥상 등에 발전소를 설치한다면, 유휴 공간을 이용한 데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발생 비용에 1.5를 곱해 준다. 서울시에 있는 교회는 타 지자체보다 전기 생산 수익을 더 거둬들일 수 있다. 서울시가 발전량 1kWh당 100원씩 보조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녹색드림협동조합이 시공하고 산정한 서울제일교회 사례를 참고해 보자. 19.2kWh짜리 발전소가 한 달에 약 1800kWh를 생산하고, SMP 단가가 80원, REC 단가가 9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수익은 총 30만 6000원 정도 된다. (SMP: 1800kWh*80원 = 14만 4000원, REC: 1.8REC*9만 원 = 16만 2000원)

단, 서울제일교회가 발전소를 '교회 옥상'에 설치했다는 것과 '서울시'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한전에 파는 SMP는 14만 4000원으로 똑같지만, REC에 추가로 1.5(옥상 설치 인센티브)를 곱해서 계산한다. 16만 2000원이던 것이 24만 3000원으로 오른다. 서울시가 1kWh당 100원을 지원해 18만 원의 추가 수익도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총수익은 56만 원 7000원이 된다. (SMP: 1800kWh*80원 = 14만 4000원, REC: 1.8REC*1.5*9만 원 = 24만 3000원, 서울시 보조금 1800kWh*100원 = 18만 원)

해드림협동조합 박정우 위원은, 30kWh 발전소를 설치했을 경우 첫해 800만 원의 세후 순이익이 발생하며, 이후 20년간 총 1억 4200만 원가량의 순이익이 발생하리라고 전망했다. 30kWh 설치 비용이 대략 45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6년만 지나도 이익이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햇빛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절전 등 에너지를 아끼는 방안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질의응답 시간에는 발전소에 대한 오해나 우려를 묻는 질문이 연이어 나왔다. 최근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하고 연이은 폭우가 내리면서 불안감이 가중됐다. 폭우나 폭설에 패널이 손상되지 않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유지 및 관리 보수 비용은 얼마나 나오는지 등 실제적인 질문이 많았다.

녹색드림협동조합 이동운 사업부장은 "이번 태풍 때 제주도에서 3kWh짜리가 하나 날아갔는데 부실시공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초속 50m까지 견디게 시공하고 있으며, 제주에서도 2000여 개 중 1개만 파손됐다고 했다. 단, 임야나 산지에 조성한 패널은 토사 유실 시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해드림협동조합 이상일 이사는 태양광발전 패널 수명은 20~25년 정도이며, 1년에 0.8% 정도씩 발전 효율이 낮아지는 것일 뿐, 25년이 지났다고 패널을 철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 진현주 팀장은 전기 생산으로 나는 수익 중 매월 5% 정도를 예비비로 저축해 두면 태양광 설비 보증 기간 이후 발생하는 문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전력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동운 사업부장은 "태양광발전기 달았다고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는 전기 요금 더 많이 나왔다고 민원 전화를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민 목사는 "절전이 곧 발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에서는 교인 가정마다 에너지진단사가 방문해 누전을 진단하고, 스위치 멀티탭이나 타이머 멀티탭, LED 전구 등 절전 용품 사용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빛발전소 설치를 고려하는 교회는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여기에 '돈'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계 관계자들은 한국교회가 기후변화 시대에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햇빛발전소 설치가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축사를 전한 김기석 총장(성공회대)은 복음서 열 처녀 비유를 예로 들면서 "기후변화 시대에 준비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외면하는 태도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는 다섯 처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햇빛발전소를 보급하고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환연 이진형 사무총장도 "기후변화 시대에 발전소 설치는 교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나와 발전소 설치를 고민하는 교회들에 좋은 모델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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