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의 시대, '오직'을 말하다> / 신호섭 지음 / 좋은씨앗 펴냄 / 144쪽 / 70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피로 사신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가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중형, 소형 등 규모에 상관없이 독재처럼 이루어지는 교회가 있습니다. 교회에 그리스도의 머리 되심이 없고, 교회가 한 인간의 욕망의 놀이터로 변질했으며, 소금과 빛이라기보다 사명을 잃어버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신학교 총장이나 하신 분이 세습으로 더 유명해진 교회에서 세습의 정당성을 예수님 사역과 연결하여 설교하는 것을 들으며 사유화한 교회의 전형을 보았습니다. 그 교회가 크고 구제 활동을 많이 하지만 재편을 넘어 해체해야 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설교를 들으며 "아멘"으로 큰 소리로 화답하는 청중의 소리는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에 다니면 교인이 되지 성도가 되는 것이 아닌데, 그들은 그저 종교인 같았습니다.

교회에는 나타나야 할 분명할 표지가 있습니다. 복음이 사회적이고 지성적이고 문화적이라고 하지만, 꼭 있어야 하는 근본적인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교회의 공공성보다 더 우선시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적인 역할을 잘해도 이 표지가 없으면 교회의 역할과 기능을 못 하는 것입니다. 복음은 역동적이지만 교회의 근본이 없으면 무모한 운동이 될 뿐입니다. 중세 교회가 타락하고 부패하였을 때, 이 표지들은 교회를 회복하고 살리는 중요한 기둥이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왕이 되고 교회가 법이 된 중세 교회를 거듭나게 하는 기준이었습니다.

저자는 그 유명한 종교개혁 5대 가치를 설교식으로 소개합니다.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 오직 그리스도, 오직 성경'의 깃발을 높이 흔들며 큰 소리로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구원과 영생은 우리의 행위와 공로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함과 그분을 향한 절대 믿음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긍휼함이 풍성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때문에 빛의 나라로 옮겨진 성도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우리 존재와 삶의 모든 목적은 하나님 영광을 위하여 사는 것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신자의 행복과 만족, 기쁨의 근원은 오직 그리스도라는 점을 확신하게 해 줍니다. 우리 신앙과 삶의 유일한 기준이 오직 성경이라는 사실을 짚어 줍니다. 이 책은 이렇게 다섯 가지 깃발을 소개하고, 이것이 교회의 나팔이라고 합니다. 교회가 지속해서 가르치고 전수해야 할 진리입니다. 교회의 목사, 교사, 성도의 사명입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게 믿음에 대해 말해 보라고 하면, 믿음이 무엇인지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말을 잘해야 믿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믿고, 누구를 믿으며, 왜 믿는지 알아야 합니다. 은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막연하게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은혜에 대해 모르는 것입니다. 위로부터 주시는 은혜는 겨우 그 정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도는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며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왜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 잘 이해하는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리스도'라고 하는데 그리스도의 존재와 사역을 가슴 깊이 녹여내는 사람이 드문 것 같습니다. '오직 성경'이라고 하지만 성경의 권위와 역할과 중요성이 더 흐려지는 시대에 이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문 것 같습니다.

이 짧은 책은 이 중요한 다섯 가지 핵심을 잘 전해 줍니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명료하고 간결하고 선명합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신 것처럼 신앙과 정신을 각성하게 합니다. 몇 해 전부터 교리 공부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가 교리의 중요성, 진리의 체계, 하나님 구원의 비밀과 역사를 공부하고 나누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제 판단으로 그 전환점은 황희상 작가의 <특강, 소요리문답>(흑곰북스)이었습니다. 교리 교육이 아주 취약했던 현대 교회와 신학 수준에 신선한 바람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바람은 약해졌고, 교리 공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교회는 끊임없이 하나님의 지식을 강조하고 인생의 목적과 방향이 어디 있는지를 선포해야 합니다. 교회의 기능이 무엇인지 공부해야 하는데, 중단된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가르치는 자에게 진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그것이 어떻게 신자의 마음에 역사하는지 작용 원리에 대한 이해가 결핍돼 있으며,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설명도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교회적이고 사회적이며 신학적인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바로 다섯 가지 진리를 세 가지 틀로 잡아 준다는 점입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할 게 있습니다. 암기식 공부는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수학 공식처럼 숙지하고 있어야 할 명제가 있습니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교회 역사 속에서 힘겹게 선포된 다섯 가지 진리의 공식이라고 합니다. 책을 통해 설교 본문을 정해서 다섯 가지가 어떻게 설교식으로 어떻게 펼쳐지고 작용하는지 보여 줍니다. 적절한 예화도 담겨 있어 이해를 높이는 적용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필자는 교리를 가드레일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리는, 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영혼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많은 영혼을 옳은 곳으로 안내하기 위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교회다운 교회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선명한 표지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오직 붙들어야 할 교회의 표지가 있습니다. 오직 흔들어야 할 교회의 깃발이 있습니다. 오직 외쳐야 할 선명한 진리가 있습니다. 오직 전해야 할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오직 승리를 위한 기준이 있습니다. 이것 없는 교회는 망망한 바다에 표류하는 배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닻을 단다면 거친 파도도 넉넉히 이기며 항해할 수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진리가 교회 안에 가득하여 교회다움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