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 680개 단체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박 아무개 목사를 면직하라고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미성년자 조카를 성폭행하려 하고, 살해 협박한 목사를 면직해 주기를 강력히 호소합니다. 성범죄자 목사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회악입니다. 절대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박OO 목사를 면직해 주세요."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모자와 검정 마스크를 착용한 이유나 씨(가명)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씨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옆집에 살던 외삼촌은 이 씨를 성폭행하려 하고, 살해 협박을 했다. 당시 외삼촌은 신학생이었고, 이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6년 초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역자로 지냈다. 외삼촌 박 아무개 목사는 이 씨에게 사과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이 씨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교회 안에서 논란이 일자 박 아무개 목사는 교회 개척을 신청했다. 박 목사는 2억 원을 지원받아 전북 익산에 교회를 개척했다. 이 씨는 박 목사가 목회를 해서는 안 된다며 총회에 고소했다. 그러나 총회 재판위원회는 면직 대신 강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유나 씨는 8월 29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해자 만나는 게 두려워서 대면하기 싫다고 했는데, 억지로 (재판에) 동석하게 했다. 목사 면직을 요구했는데, (재판위는) 돈을 제시하며 강제로 합의를 종용했다. 이후로도 계속 박OO를 처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 징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의 징계를 촉구하는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의전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 680개 단체가 주관했다. 교계 언론사보다 일반 언론사가 더 많이 나와 취재했다.

발언에 나선 채수지 소장(기독교여성상담소)은, 교회 성폭력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채 목사는 "피해자에게 섣부른 용서를 요구하는 교회 내 남성 권력자들도 문제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 가해 목사를 감싸고 도는 남성 중심 문화도 타파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총회는 성폭력 가해 목사를 반드시 면직하라 △총회는 재판 과정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 있는 자를 조사하라 △총회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총회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책임 있는 행보를 보이라고 외쳤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해 기하성 여의도 총회 측은 박 목사에 대한 징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총회 관계자는 "총회 임원회 지시에 따라 8월 31일 총회 재판위원회가 다시 열린다. 박 목사 면직 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영훈) 총회장이 교회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도 해서, 이번에는 (피해자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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