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서울신학대학교(노세영 총장) 교수가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학생들 서명이 도용된 서류를 낸 사실이 학교 조사위원회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서울신대는 해당 교수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조사 결과를 관련 없는 부서에 넘기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신학대학교 A 교수는 2015년 9월, 학교에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무단 결강과 지각 등이 많다는 이유였다. A 교수는 징계가 과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정직 무효 확인소송과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A 교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학교는 정직에서 '견책'으로 징계 수위를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A 교수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가 문제가 됐다. A 교수는 2016년 2월, 자신이 무단으로 수업을 결강하거나 지각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으로 학생 19명에게 서명을 받은 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아울러, 동료 B 교수가 실습 강의를 100%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학생 4명에게 서명을 받은 확인서와 C 교수가 부실한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9명에게 서명을 받은 의견서도 추가로 제출했다.

그런데 B 교수와 C 교수 관련 서류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확인서나 의견서에 서명한 학생들이 동급생이나 조교에게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서명했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재학생 D는 B 교수를 통해 학교에 제출한 사실 확인서에서 "서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했고 추후 이 서명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히 통보받지 못했다. (중략) (B 교수의) 강의는 지연이나 휴강 등이 없었다"고 했다. D는 A 교수의 조교가 요청해 서명에 응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 E도 사실 확인서에 "실습 강의는 100% 진행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략) 4년 동안 B 교수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께서는 한 번도 휴강하신 적이 없고 지각 또한 하지 않았으며 수업을 대충 하신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C 교수 관련 의견서에 서명한 학생들은, 의견서가 A 교수 구명을 위해 쓰이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졸업생 F는 B 교수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전혀 그런 내용인 줄 몰랐고, C 교수의 수업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이 결코 없다. (중략) 'A 교수가 재판에서 합의를 하게 됐고, 합의 시 학생들 서명이 있으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한 학우가 부탁해서 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졸업생 G도 B 교수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A 교수님께서 좋지 않은 일을 겪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명해 줄 수 있냐고 해서 서명을 보냈다. (C 교수 강의) 관련 내용이 이유라면 서명을 지워 달라"고 했다.

서울신학대학교 교수가, 학생 서명을 도용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동료 교수들 강의를 문제 삼는 서류에 학생들 서명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B 교수는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는 2016년 8월, 노세영 신임 총장과 면담에서, A 교수가 학생 서명을 무단으로 도용한 혐의가 있으니 조사·문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에도 총장, 이사회, 교수협의회 등에 10여 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학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B 교수는 소송을 맡았던 A 교수의 변호사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변호사가 강요·협박·무고·명예훼손 등 혐의로 B 교수를 고소한 것이다. 변호사는 B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요해서 억지로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학생들 진술이 B 교수 주장과 일치하다며 근거가 없다고 봤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처분했다.

B 교수, 진상 규명 요구하며 단식 농성
서울신대, 뒤늦게 조사위원회 구성
"A 교수, 서명 도용 사건에 무관하지 않아"
조사 결과, 엉뚱한 부서로 이첩

B 교수는 학교가 사실 규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 B 교수

B 교수는 2년 동안 총장과 이사들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노세영 총장은 재발 방지만 약속하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6월 19일, B 교수는 급기야 총장실 앞에서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나섰다. 학생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총학생회는 6월 21일, 학생 서명 도용 사건과 관련해 사실 규명을 요구하며 교내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했다.

그제야 학교가 움직였다. 노세영 총장은 6월 22일 조사위원회(서언주 위원장)를 구성해, 학생 서명 도용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조사위원회는 7월 6일까지 여섯 차례 회의를 진행한 결과, "A 교수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법원에 제출된 3건의 문서 중, 2016년 작성 문서 2건(B 교수와 C 교수 관련 서류)은 학생들이 서명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특히 A 교수가 B 교수 수업 관련 서명자 정보 수집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돼, 교수 품위를 손상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서언주 교수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조사위원이 몇 시간씩 심의해서 어렵게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증언을 종합해, A 교수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처분은 총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A 교수는 학생들 서명을 도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제출한 문건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식을 듣고 서로 협력해 도움을 준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는 A 교수에게 도용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물었지만, A 교수는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학교는 이를 민원처리위원회에 넘겼다. 사진 제공 B 교수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엉뚱한 부서가 사건을 맡게 되면서 학교가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위원회 결과는 인사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런데 인사위원회가 이 사건이 '민원'이라며 조사 결과를 민원처리위원회에 송부한 것이다.

B 교수는 학교가 사건을 축소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원처리위원회는 행정 업무와 관련한 건의 및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다. 교원의 잘못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건 인사위원회 소관이다"고 말했다. 2년 동안 미온적 반응을 보인 학교가 이번에도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려 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서언주 교수는 "학교가 절차를 지키기 위해 민원처리위원회에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이 들어오면 민원처리위원회를 거쳐 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이후 인사위원회로 넘어가는 게 맞다. 이번에는 바로 조사위원회가 구성된 경우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절차대로 하기 위해 민원처리위원회로 송부된 것 같다. 학교를 믿고 결과를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 사건이 왜 민원처리위원회로 갔는지, 학교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가 있는지 묻기 위해 노세영 총장에게 연락했지만, 노 총장은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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