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안성교회가 전임 목사 은퇴 예우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임 목사의 은퇴 예우안에 반발한 교인들이 교단 행정 처리에 불만을 품으면서, '교단 탈퇴'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선 목사는 안성교회에 2004년 부임해 2017년 4월 은퇴했다. 현재 안성교회 교인 수는 90여 명, 아이들까지 포함하면 120여 명 규모다. 2000년대 초반,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을 건축한 이 교회는 한때 장년이 200명 넘게 모였고 1년 예산이 3억 원이었다.

김 목사는 은퇴를 5년 앞두고 교인들에게 자신의 은퇴 예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 번째는 은퇴금 1억 5000만 원. 두 번째는 후임 목사가 부임하면 그가 전에 있던 목회지에 자기 아들을 부임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안성교회 20년 역사 중 13년을 시무하면서 두 갈래로 나뉘었던 교회 공동체를 봉합했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 당연히 은퇴할 때 교인들이 잘 예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인들 생각은 딴판이었다. 8월 16일 안성교회에서 만난 교인들은 "김 목사가 시무하는 동안 교인이 250명에서 100여 명으로 줄었고, 주일 1부 예배와 금요 기도회가 폐지됐다. 그는 교인들의 영적·양적 감소에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우리는 김 목사의 남은 임기를 참고 견뎠다"고 말했다. 당연히 김 목사의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목사와 교인 간 갈등이 지속되자, 당시 안성지방 감리사 박종철 목사가 중재에 나섰다. 박 목사는 "안성에서 제일 싼 아파트가 1억 5000만 원 정도 한다"며, 은퇴목사 집 한 채는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교인들을 설득했다. 만일 교회가 재정을 부담할 능력이 안 되면, 후임 목사에게 이 돈을 받자고 했다. 후임자가 2억 원을 부담하게 해서 김 목사 사택을 사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인들은 '성직매매'라며 반대했다. 은퇴 예우금도 1억 5000만 원이나 주기 어렵다고 했다.

거듭된 논의로 교인들과 김영선 목사는 절충안을 찾았다. 은퇴 예우금으로 1억 원을 지급하되, 7000만 원은 일시금으로, 3000만 원은 매달 50만 원씩 5년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교인들은 13년간 매달 퇴직금 명목으로 20만 원씩 이미 3120만 원을 지급했기 때문에, 합산하면 총 1억 5000만 원 정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급 시기가 문제였다. 김영선 목사는 은퇴가 1년 남은 2016년부터 이를 받기 원했고, 교인들은 은퇴 후인 2017년 4월 이후부터 지급하겠다고 했다. 교인들과 김 목사 의견은 계속 충돌했고 당회(장로교 공동의회에 해당 – 기자 주)와 구역회도 파행했다. 결국 교인들은 김영선 목사에게 은퇴 예우금을 주지 않았고, 김 목사는 2017년 4월 은퇴했다.

안성감리교회가 전임 목사 은퇴 예우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교인들이 예우금을 지급하지 않자, 감리사는 교회를 사고 구역으로 만들었고, 감독은 지정해 주는 목사를 후임자로 받으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은퇴 예우 거부 → '사고 구역' 지정
교회 자체 청빙, 교단 "인정 못 한다"
감독은 새 목사 직권 파송
교인들은 교단 탈퇴도 염두
"교단 지도자들 신뢰 못 해"

은퇴 예우 문제로 당회와 구역회가 번번이 파행하자, 감리사 박종철 목사는 2017년 4월 안성교회를 '사고 구역'으로 지정하고, 교회 장로 6명 전원을 미파(파송하지 않음) 처리했다. 미파 처리되면 지방회·연회 회원권이 상실된다. 박 목사는 "구역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지 못하고 90일이 지나면 사고 구역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은 법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김영선 목사 은퇴 예우를 하지 않아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2017년 4월, 박종철 목사 뒤를 이어 감리사로 취임한 박재윤 목사가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 감리사 박재윤 목사는 전임 감리사 박종철 목사와는 달리 김영선 목사와 같은 신학교 출신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가 먼저 교회 장로들에게 "사고 구역회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우선 후임을 얼른 정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빨리 후임을 정하라는 말을 믿고, 안성교회 교인들은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2017년 8월, 교인 투표를 거쳐 김영민 목사를 안성교회 새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이후 교인들은 박재윤 감리사에게 새 목사 취임을 위한 구역회(구역인사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박 감리사 입장이 바뀌었다. 박 감리사는 장로들에게 "김영민 목사를 고집하면 안 된다. 그러면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며 구역인사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교인들은 감리사 태도가 바뀐 것은 경기연회 진인문 감독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 감독이 2017년 9월 안성교회 장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선정한 3명 중 1명을 후임자로 받으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고 구역회이므로 감독이 관리하겠다는 뜻이었다. 감리회는 '감독 정치'를 표방하기 때문에, 감독 결재(파송)가 없으면 김영민 목사는 법적으로 안성교회 대표자가 될 수 없다.

안성교회 교인들은 "교리와장정에 사고 구역회 교회가 담임목사를 자체 선정하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며 반발했다. 교인들이 원해서 담임목사를 뽑았는데, 왜 교단이 거부하느냐고 규탄했다. 경기연회는 김영민 목사에게 안성교회에 부임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교인들은 교단 간섭이 부당하다 여기고 김 목사에게 10월부터 담임 목회를 시작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영민 목사는 10월 교회에 부임했다.

진인문 감독은 2018년 2월, 연회 소속 이상호 목사를 안성교회에 담임자로 '직권 파송'했다. 교리와장정 중 "개체 교회의 담임자가 이임 또는 은퇴한 후 180일 이내에 담임자를 청빙하지 못할 경우, 감독은 구역인사위원회에서 추천받은 2명 이상 중에서 1명을 직권 파송한다. 다만, 구역인사위원회에서 추천을 못 할 경우에는 30일 내에 감독이 직권 파송한다"는 규정을 근거 삼았다.

김영민 목사가 부임한 지 5개월이나 지난 상황에서 '새 담임목사'가 감독이 준 직권 파송장을 들고 나타났다. 교인들은 감독이 보낸 목사를 담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상호 목사는 교회 진입을 시도하다가 김영민 목사 및 교인들과 부딪치는 등 마찰을 빚었고, 주일예배 때마다 경찰이 출동하고 소송이 시작되는 등 교회가 혼란스러워졌다.

경기연회는 김영민 목사가 감독에게 반기를 든다고 보고, 2018년 6월 연회 재판위원회에서 그를 면직했다. 이상호 목사도 법적으로 자신이 안성교회 담임목사라며, 8월 1일 김영민 목사와 안성교회 장로·권사·집사 대표를 상대로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상호 목사는 이들이 자신의 예배 집례를 방해해서는 안 되고, 김영민 목사가 안성교회 내에서 설교나 예배를 해서는 안 되며, 교회에서 퇴거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어길 시 1회당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도 요구했다.

교인들은 기자와 만나 "우리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목회자를 청빙했는데, 교단 목회자들은 성직매매를 공공연하게 유도하고, 교회를 사고 구역회로 만들었으며, 외압에 의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어떻게 교인들이 감리회 목회자들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인들 사이에서는 '교단 탈퇴'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인들이 원해서 뽑은 담임목사를 인정해 주지 않고, 원하지 않는 목사를 받아들일 바에야 교단 간섭을 벗어나자는 것이다. 교인들은 최근 공청회를 여는 등 법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안성교회는 1990년대 후반, 안성 지역 한 교회가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이 떨어져 나와 만들었다. 한 차례 아픔을 겪은 교인들은, 교단의 간섭 때문에 또 아픔을 겪어야 하느냐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성직매매? 황당하지만 현실,
목사 예우도 안 하면서
자녀들 복 받게 해 달라 할 수 있나"
경기연회 "법대로 했을 뿐,
절차 무시하고 부임한 목사가 문제"

<뉴스앤조이>는 8월 16일, 은퇴한 김영선 목사와 전 감리사 박종철 목사를 만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김영선 목사는 "13년간 교인들 주례부터 장례식까지 다 챙기고 교회를 안정적으로 만들었는데, 교인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분개했다.

"후임자에게 은퇴 목사 집을 해결하게 하자"는 제안에 대해, 박종철 목사는 "황당한 얘기이지만 다른 대책이 없다"고 했다. 박 목사는 "큰 교회에서 부목사 하던 사람들이 개척하려면 돈이 없고 5~10억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자리(임지) 있으면, (은퇴)목사님들 나갈 때 집 없으니까 한 2억 마련해 주고 후임자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직매매'라는 교인들 지적이 일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래서 그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또 투표를 하자고 하더라. 은퇴 예우금을 안 주기로 작정한 것이다. 결국 이유 불문하고 못 주겠다고 나오더라"고 말했다. 교인들이 막무가내라는 것이다.

두 목사는 1억 5000만 원 예우가 절대 과하지 않다고 했다. 같은 연회 내 대형 교회에서 은퇴한 누구는 5억을 받고, 누구는 9억도 받았다고 했다. 한 시골 교회도 빚이 4억인데 4억을 더 빚져서 은퇴 목사에게 줬다고 했다. 박종철 목사는 "성경에 '주라'고 돼 있지 않나. 목사 예우도 하지 않으면서 자녀들 복 받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경기연회 진인문 감독은 안성교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법대로 했다. 이 이상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연회 총무에게 물어보라"고만 답했다. 경기연회 이무호 총무는 "김영선 목사 은퇴 예우와 김영민 목사 부임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구역인사위원회를 열어 주지 않은 게 아니다. 김영민 목사가 먼저 절차를 무시하고 들어오지 않았나. 그걸 용인하면 감독과 감리사 모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감독이 직권 파송한 이상호 목사와 현 감리사 박재윤 목사 입장도 들어 보려 했으나, 이들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담임목사 은퇴 예우로 시작된 논란이 교회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김영민 목사는 "우리가 김영선 목사 은퇴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먼저 감리사와 감독이 구역인사위원회를 열어 주고, 교인들이 청빙한 목사를 담임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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