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경기도 오산 ㅇ교회 당회가 동사목사에게 허위 사실을 뒤집어씌워 내쫓은 사실이 드러났다. 소송에서 법원이 동사목사의 손을 들어 줬지만, ㅇ교회는 교인들에게 공표한 사실을 정정하지 않은 채 공동의회를 소집해 동사목사를 확실하게 해임하려 하고 있다.

ㅇ교회는 2017년 1월, 손 아무개 목사를 동사목사로 청빙했다. 박 아무개 담임목사가 2019년 정년을 앞두고 있었지만,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를 결심하고 손 목사를 청빙한 것이다. 그는 손 목사가 만 1년 이상 시무하고 나면 공동의회를 열어 위임목사 청빙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손 목사는 부임한 지 1년도 안 돼 교회에서 쫓겨났다. ㅇ교회 당회는 작년 10월 15일, 손 목사가 교회 질서를 깨뜨렸다며 해임을 결의했다. 10월 22일 주보에 다음과 같이 해임 사유를 공지했다.

△손OO 목사가 당회장인 담임목사에게 수개월간 비밀로 하고 시무장로와 60억 원이 소요되는 교회 건축을 논의해 설계 계약 직전까지 왔다 △담임목사는 교회가 부채 약 11억 원을 못 갚고 있는 형편에 건축을 진행하면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10월 8일 비상 당회를 열어 교회 건축 건을 폐기했다 △당회는 11월 15일 교회 질서를 깨뜨린 손 목사를 해임하기로 결의했다 △교회 건축과 관련한 시무장로들을 수찬과 대표 기도 및 당회원 활동을 정지한다.

담임목사는 허위 사실로 동사목사를 내쫓은 사실을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공동의회를 소집해 동사목사를 확실하게 해임하려 하고 있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건축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담임목사도 인지하고 있어
법원, 해임 결의는 약속 위반

손 목사는 해임이 부당하다며, 담임목사 청빙 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년간 시무하고 나면 담임목사 청빙을 놓고 투표를 진행한다고 약속받았는데, 교회가 이를 어기고 자신을 해임했다고 했다. 담임목사 몰래 교회 건축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거짓이라고 했다.

법원은 손 목사 손을 들어 줬다. 수원지방법원은 8월 8일, 해임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교회가 약속대로 1년 후 손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할지 투표를 진행해야 하는데, 1년도 안 된 그를 해임한 건 약속을 어기는 일이라고 봤다.

해임 사유도 허위로 판명됐다. 손 목사가 장로들과 교회 건축을 논의한 건 사실이다. 그는 2017년 4월, 이전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지내면서 알게 된 건축업자에게 상담을 받았다. 건축업자는 ㅇ교회가 소유한 부지의 개발 행위 허가 기간이 2018년 4월로 만료되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적으로 개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손 목사에게 무상으로 건축 설계 제안서를 만들어 줬다.

건축 논의는 비밀이 아니었다. 박 목사는 손 목사가 건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박 목사가 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2017년 9월, 손 목사는 시무장로들에게 건축 설계 제안서를 보여 줬다. 박 목사도 손 목사와 장로에게 해당 내용을 보고받았다.

판결문에는 박 목사가 교회 건축이 자신의 은퇴 후 벌어질 일이기 때문에 후임 목사와 논의하라고 언급한 내용이 나온다. 그는 한 장로와의 통화에서 "난 모른다, 솔직히. 지난번에도 건축에 대해 잘 몰라서 고생만 실컷 하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초 교회에 복귀한 박 목사는 당회를 열어, 동사목사가 담임목사 재가 없이 중대한 사업을 진행했다는 구실을 붙여 손 목사를 해임했다. 손 목사와 건축을 논의한 장로들까지 징계했다. 당회 결의 후 일주일 만에 이 사실을 주보에 공지했다.

법원은 박 목사가 허위 사실로 손 목사를 동사목사직에서 해임하고, 이를 교인들에게 공지해 손 목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박 목사와 ㅇ교회가 손 목사에게 손해배상금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ㅇ교회는 공동의회를 열어 손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할지 물어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 교회가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발행되는 주보에 정정문을 게시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법원은 정정문 내용까지 판결문에 상세히 명시해 놓았다.

"교회는 2017년 10월 22일 교회 주보의 '교회 소식' 란에 당회장 박OO 목사 명의로 손OO 목사가 '교회의 질서를 깨트리고 담임목사에게도 비밀로 건축 건에 처음부터 끝까지 깊이 개입'하여 손 목사를 해임 가결했다는 '알림' 내용을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법원에서 재판한 결과 손 목사가 비밀리에 교회 건축을 진행한 사실은 없고, 단지 한 설계 사무소의 교회 설계도 무상 제공 프로그램에 따라 설계도를 받아 본 적이 있을 뿐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설계도를 당회장과 장로들에게 제공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에 따라 손 목사가 교회의 질서를 깨트렸다고 한 내용은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위 알림 사항을 정정합니다."

박 목사를 비롯한 ㅇ교회 당회는 왜 거짓말로 손 목사를 해임한 걸까. 손 목사는 박 목사가 건강 악화로 조기 은퇴를 결심했는데, 예상보다 건강이 좋아지면서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목사가 은퇴 이후 수술을 받으려고 했는데 지난해 9월 일찍 수술을 받았다. 은퇴를 미루려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교인이 조기에 동사목사를 위임 청빙하자고 제안하니까 심통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ㅇ교회 한 장로는 손 목사 해임에 대해 "건축 논의가 생각보다 급박하게 진행돼 담임목사가 몹시 화가 난 것 같다. 그 때문에 박 목사가 손 목사를 괘씸하게 생각해 해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고 해임을 처리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고도 했다.

정정문 없이 공동의회 소집
ㅇ교회, 판결 확정 후 공지할 것
"교회가 판결 틈 악용…
해임 확정하기 위한 꼼수"

법원이 주보에 허위 사실에 대한 정정문을 올리라고 명령했지만, ㅇ교회는 8월 12일 주보에 정정문을 올리지 않고 공동의회 소집문만 올렸다. 안건은 손 목사에 대한 담임목사 청빙안이다.

손 목사는 교회가 자신의 해임을 확정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많은 교인이 아직도 내가 잘못을 저질러 해임된 줄 알고 있다. 정정문을 올려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 공동의회를 열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 청빙 투표에서 나를 탈락시키기 위해서 이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박 목사에게 자세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다. 어렵게 연결이 됐지만, 박 목사는 "법원이 판결을 내렸으니 판결문을 봐라. 할 말 없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후 연락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박 목사 측 한 장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에서 공동의회를 열어 담임목사 청빙 여부를 물으라고 명령했으니 이에 따른 조치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사실에 대한 정정문을 게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판결이 확정되고 나면 올릴 계획이다.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이 2주 있다. 그 후에 정정문을 올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소송에서 손 목사 측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법원은 당연히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떠한 집행을 하라고 명령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문구를 넣은 것이다. 법원이 자세한 시기를 정하지 않았지만, 공동의회 개최는 정정문 공고 이후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교회가 약간의 틈을 악용하고 있다. 비열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손 목사는 박 목사에게 정정문을 교인들에게 공지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어 법원에도 공동의회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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