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에 치욕적인 판결이 나왔다. 2018년 8월 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재판국(이경희 국장)이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무효 소송' 재판에서 8:7로 원고 기각을 결정했다. 세습이 적합하다고 판정한 것이다. 세습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총회 재판국은 이 사건이 얼마나 무서운 신앙적 배교 행위이며 사회에서 지탄이 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알면서도 망하는 길로 가는 마음이 강퍅한 자들의 오만인가. 이 판결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말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엄중한 명령을 거부하고 성경 가르침인 "우상을 만들어 섬기지 말라"를 무시하는 배교 행위다. 사회적으로도 한국교회를 추락하게 하고, 사회 병폐인 금수저·흙수저 논란을 부추기면서 평등을 앞장서서 깨뜨리는 사회질서 파괴 행위다.

지금도 내 귓가에는 신학생들과 젊은 목회자들이 절규하면서 외친 세습 반대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척박한 한국교회 상황에서도 바르게 목회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그들의 "우리는 신학교에서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좁은 길, 십자가의 길은 세습이 아닙니다"라는 외침에 무어라 답변해야 할지 가슴이 찢어진다. 명성교회가 자랑하는 '새벽 기도'에서 교인들은 무슨 기도를 드렸을까.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김삼환 목사의 '머슴 목회'는 위장술이었나. 세습이 좋지 않다고 여러 차례 공개 석상에서 발언한 김하나 세습 목사는 거짓 속임수로 목회를 계속하려는 것인가.

총회 재판국원 15명 중 찬성 8표 반대 7표가 나와 명성교회의 세습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1표 차이로 교단 헌법이 금지한 세습을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도 9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 찬성해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다수로는 중대한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열린 재판국의 참담한 판결 보고서를 2018년 가을 총회에서 결의한다면, 이는 '신사참배 가결'과 같은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1938년 9월 9일 제27회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로 한국교회가 급격히 변질됐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신사참배에 동원된 인원은 조선신궁 참배자만 해도 1940년 약 215만 9000명, 1942년 약 264만 8000명에 이르렀다. 총독부는 신사 건립을 계속 장려했다. 1945년 신궁神宮 2곳, 신사神社 77곳, 작은 규모 신사 1062곳, 각급 학교와 각 가정에 신단神壇까지 만들어 아침마다 참배하도록 하였다는 보고서가 있다. 이런 행태를 보이다가 1945년 8월 일본은 패망하게 되었고, 한국교회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갖게 되어 서로 분열하면서 오늘까지도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당시 총회는 종교의식이 아닌 국가 의식이라 하여 신사참배를 허락했다. 지금도 교회들은 돈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 교회의 혼란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면서 세습을 한다. 신사참배 가결이 일본의 힘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면, 세습 적합 판결은 돈의 힘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80년 만에 일어난 데자뷔(déjà vu) 현상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신학을 전공한 모 교수가 전화를 해서 "목사님 해도 해도 너무 합니다. 총회 재판국에서 세습을 유효하다고 판결을 내리다니요. 교회 망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까" 하며 울부짖는다.

길은 있다. 총회 재판국 판결 보고서를 이번 가을 총회에서 반려하면 된다. 만일 총회에서도 세습 판결을 받아들인다면, 교단 탈퇴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사회 법정에 가서라도 불법 세습을 막아 내는 것이다.

종교계 적폐 청산이 시급하다. 불교계가 이미 총무원장 사건으로 시작하였고 가톨릭도 꿈틀거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신교 적폐 청산 1순위는 세습이다. 세습을 철폐해야 한다. 교회 세습으로 상징되는 돈을 섬기는 탐욕을 청산해야 한다. 세습한 목사는 지금이라도 그 자리를 떨치고 나와 새로운 목회지를 찾아야 한다. 교인들도 세습 목사를 거부하든지 교회를 떠나든지 결단을 해야 한다.

세습을 강행하는 교회에 머물게 되면 병들고 서로 망하게 된다. 교인을 이용하여 목사 배를 채우면서 복을 줄 것처럼 설교하는 자들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자들은 결국 교회 세습을 통해 헌금으로 둔갑한 돈과 봉사로 가장한 몸을 착취한다. 세습은 교회 적폐 청산 1순위 과제다.

방인성 / 함께여는교회 목사,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 <뉴스앤조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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