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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 죽임 당한 신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마주한 신의 모습
  • 강남순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8.08.09 11:22

1. 니체는 '광인(madman)'의 입을 통해서 "신은 죽었다, 우리가 그 신을 죽였다(God is dead, God remains dead, and we killed him)"라는 선언을 한다. 이러한 '신 죽음'에 대한 논의는 물론 니체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헤겔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 죽음에 대한 철학적·종교적·신학적 해석은 21세기인 지금까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는 '신 죽음의 신학'이 등장하기도 했다. 니체의 이 선언이 의미하는 것에 대한 흥미는, 나를 학문의 길로 들어서게 한 열정의 불씨가 된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나의 학부 졸업논문을 이 니체의 선언에 대하여 썼다. 돌아보면 어설프고 단순한 논문이지만, 니체의 이 선언은 삶의 의미 물음과 씨름하며 힘들어하던 내게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니체는 근대의 사유 방식에서 '진리'의 이름으로 행하여졌던 그 권력에의 집착과 인식론적 폭력성에 대하여 근원적인 문제 제기를 한 사상가이기에, 여전히 내가 학문을 하는 데 중요한 대화자이다.

2. 2018년 8월 7일 한국 뉴스에서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이 '합법적'이라는 교단 총회 재판국 결정이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 뉴스에 등장한 세계 최대 장로교회라는 명성교회에서 기업을 물려받듯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그 '세습'을 교단이 '합법화'했다. 명성교회가 "하나님이 길 열어 주셨다"고 생각한다는 자막이 나온 이 뉴스를 접하며, 나는 니체의 구절을 다시 떠올렸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그 신을 죽였다."

8월 7일 JTBC뉴스룸 명성교회 세습 관련 보도에서 명성교회 입장을 담은 자막이 나왔다. JTBC뉴스룸 영상 갈무리

3. 이 교회가 호명하는 그 '신'은 누구인가. 동성애자들을 '지지'하는 (이 '지지'라는 단어 선택 자체가 몰상식하기에 인용 부호 속에 넣는다)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고 신학대학 입학을 금지하겠다는 그 교단에서, 은퇴 후 2년 뒤 일어났기에 '세습'은 세습이 아니며, 그렇기에 '합법적'이라는 결정을 했다. '아버지-아들'의 승계가 '합법적'이며, '종교적'이기까지 한 '거룩한 행위'로 결론 내려진 것이다. 기독교를 '부자父子의 종교'라고 의심 없이 해석하는 목회자들의 신학이 무엇에 근거해 있는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독교는 자본주의화하였다. 그 기독교라는 종교의 신은, 다층적 권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그 권력으로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게 하며, 개인의 이득을 확장하는 행위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존재이다. 신은 그러한 교회의 독점물이며, 그 신은 다양한 혐오(동성 혐오, 여성 혐오, 난민 혐오, 이슬람 혐오, 장애 혐오 등)를 조장하며 정당화하는 신이다.

4. 동성애 관련 문제와 세습 문제는, 각기 다른 사건 같지만 동일한 맥락에 서 있다. 신의 사유화, 주류 세력의 권력 확장 욕구, 올바른 신학의 부재이다. 이 사건은 어떤 특별한 몰상식적인 교회에서만 일어난 이색적인 사건이 아니라, 한국교회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일상화한 사건'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나님이 길 열어 주셨다"는 선언은 "우리가 신을 죽였다"는 광인의 선언과 만난다. 자본주의화된 신, 혐오 사상의 본원지가 된 신, 가부장으로서의 신, 권력에의 집착을 지지하는 신—그러한 신은 이미 '죽은 신'이다. 다름 아니라, "우리가 신을 죽였다."

위 글은 "신은 죽었다": 죽임 당한 신이라는 제목으로, 2018년 8월 8일 강남순 교수(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페이스북에 실렸습니다.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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