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신학대학교(노세영 총장)가 "교원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문을 받은 지 150일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가 처분을 받은 후 90일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불복 절차가 있지만, 서울신대는 소송도 제기하지 않고 교수를 복직시키지도 않고 있다.

서울신대 K 교수(교양학부)는 2014년 3월 비정년트랙 조교수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2년 후 설교대학원 연구교수로 한 차례 재임용돼 2018년 2월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임기 만료가 다가온 2017년 12월, 서울신대 교원인사위원회는 K 교수에 대한 재임용 평가를 진행해 총점 65점에 연구 평가 점수 300점을 부여해 '재임용 불가' 판정을 내렸다. 서울신대 규정에 따르면, 재임용되려면 총점은 75점 이상, 연구 평가 점수는 6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평가는 3명이 진행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K 교수에게 교수로서의 자질이나 동료 교수와의 인화력이 부족하고,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고 평가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근태 평가 조서를 보면, '교수 자질 및 품위 유지' 항목과 '동료 교수와의 인화력' 항목, '근무 태도 및 대학 정책 협력' 항목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A·B 교수는 전부 미(9점)를 주었고, C 교수는 양(6점)을 주었다.

세 사람이 유일하게 만점(수)을 부여한 항목은 '신앙 및 교회 생활'뿐이었다. 세 교수는 총평 란에 "연구 교수로서 연구 역량 부족", "연구 업적이 충족되지 않고, 본 대학이 더 이상 연구교수제도를 운용하지 않아 재임용 계약 만료와 해지하는 것", "본 대학은 학교 교비로 연구교수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고, 현재 특별한 연구 과제도 없음"이라고 썼다.

연구 평가 점수가 300점 모자란 것은, 서울신대가 연구교수들에게 논문 2편 이상을 쓰도록 했지만 K 교수는 1편만 썼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논문 2편' 규정이 K 교수가 연구교수로 재직하는 중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신대는 K 교수가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1편만 인정해 300점을 주었다. K 교수는 기독교한국루터회가 발행하는 500주년 기념 전집 중 1권을 공동번역하고, 안드레아스 린데만의 공관복음 연구 서적을 번역·출판했다며 번역물 또한 연구 결과로 내놓았으나, 이는 "KCI(한국연구재단 학술지인용색인)급이 아님"이라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평가 내역을 확인한 K 교수는 교원인사위원회에, 왜 근무 태도가 불량하고 인화력이 좋지 않다고 평가했는지 물었다. K 교수는 이의를 신청하고 재심을 요구했지만, 학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K 교수는 12월 26일 자로 재임용 거부를 최종 통보받았다.

소청심사위는 서울신대의 K 교수 재임용 거부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근태 등 평가 점수를 낮게 준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K 교수는 올해 1월 8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약 두 달간 심리가 진행됐다. 학교는 소청심사위에 낸 서면에서 "현행 사립학교법은 임용권자에게 재임용 관련 평가에 대해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으며, 근태 평가 기준도 7개 항목에 대해 5단계 평가 등급으로 세분화해 자의적 판단은 가능한 축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대는 K 교수의 2년치 학교 차량 출입 기록도 증거로 제출했다. 학교는 "연구교수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하며 연구과제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는데, 차량 출입 기록을 살펴보면 2016년 3월 1일부터 2017년 10월 16일까지 출퇴근 시간을 위반한 횟수는 총 272회"라고 했다. 이에 따라 근태 점수를 낮게 준 것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연구 논문 관련 규정이 바뀐 것은 K 교수의 잔여 임용 기간이 17개월이나 남아 있을 때였기 때문에, 그가 논문 2편을 쓸 시간도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청심사위는 서울신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3월 14일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 결정했다. 소청심사위는 "학교가 항목별 점수는 알려 줬으나 평가 의견은 공란으로 되어 있고, 특히 저조한 점수를 받은 항목에 대한 세부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가 근태 불량 근거로 제시한 '차량 출입 기록'도 소청 단계에 와서야 제출하는 등, 학교가 K 교수에게 어떤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소청심사위는 서울신대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평가자 3명 중 2명이 "연구교수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총평을 남긴 것에 대해, 이는 근무 태도나 실적과 무관한 평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K 교수 재직 중 연구 관련 규정이 바뀐 만큼, 완화한 기준으로 재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신대는 K 교수에 대한 재심사 절차를 8월 7일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부러 절차를 늦춘 게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느라 시간이 소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K 교수는 자신이 '괘씸죄'에 걸려 자신이 재임용 거부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교육부와 국민신문고 등에, 학내 비리가 있다며 유석성 전 서울신대 총장 등 여러 명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일부는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K 교수가 문제를 제기한 내용 중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명예총장 급여 반환 등 학교가 시정 조치를 취한 것도 있다.

그는 "아내도 서울신대에서 강의하다 보니 차량은 번갈아 가면서 쓴다. 차량 출입 기록으로 교수 근태를 운운하는 게 말이 되나. 채플이나 교회 출석은 기록에 남으니까 만점을 주었겠지만, 나머지는 나를 떨어뜨리려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학교 비리를 폭로하니까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재임용 거부가 부당하다고 인정받았지만, 학교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학교 이사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5월 4일 이사회 회의록에 "노세영 총장이 재임용 거부에 따른 교원소청심사 결과를 보고하다"라고만 나와 있을 뿐이다.

서울신대 이사회는 8월 7~8일 워크샵을 겸해 경기도 모처에서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대 이사를 겸하고 있는 노세영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 K 교수 본인이 주장하는 내용과 학교 주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인 소청심사위가 내린 판정인데 불복 절차나 복직 절차를 왜 밟지 않았느냐고 묻자, 노 총장은 "지금은 이야기하지 말자"며 전화를 끊었다. 다른 이사들은 "K 교수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신대 교무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청심사위 결정은 K 교수를 복직시키라는 게 아니라 재임용 거부 사유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어제(7일) 재임용 심사를 다시 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고 K 교수에게 내용증명으로 재심사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후속 조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하고 있다. 재심사를 하더라도 소청심사위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파악한 후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이 과정을 일부러 늦춘 건 아니라고 했다.

K 교수는 최근 법원에 학교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및 해고 기간에 대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직장이 없어진 그는 수도권 소재 타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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