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신학대학교는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실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김진두 총장) 현직 교수들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지금까지 교계 내 여러 교수·목사의 표절 문제를 언급해 온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는 7월 6일부터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서 감신대 교수들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 목사가 문제 삼은 이는 네 사람으로, 이은재(역사신학)·박창현(실천신학)·유경동(기독교윤리학)·장왕식(종교철학) 교수다.

<뉴스앤조이>는 이 목사가 지적한 논문들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논문을 쓴 교수들에게도 표절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입장을 밝히길 꺼려 한 이은재 교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교수들은 이 목사의 문제 제기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표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과거 지도한 제자 논문과 유사 
교수들, 표절 의혹 부인 "핵심 내용 아냐"

이은재 교수는 지도 학생의 박사 학위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교수가 2006년 발표한 논문 <리차드 박스터(1615~1691): 하나님의 손에 들린 펜>을 살펴보면, 19세기 설교자 찰스 스펄전을 서술하는 부분이 한영신학대학교 대학원 박사 논문 <리처드 백스터의 경건 훈련에 관한 연구>(신현규, 2005)와 유사하다.

이은재 교수가 2016년 쓴 <마르틴 루터와 교회 이해>도 표절 시비에 올랐다. 서론과 본론 일부가, 이 교수가 심사했던 서울기독대학교 대학원 박사 논문 <마틴 루터와 칼 바르트의 교회론 비교 연구>(김덕영, 2008)와 똑같다.

이은재 교수는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말을 아꼈다. 그는 8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무어라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학교가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표절을 인정하고 말고를 떠나, 학교에서 내리는 처분에 따를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학생경건처장직에서 사임했다.

박창현 교수도 지도 학생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교수가 2015년 발표한 <고령화 사회와 교회의 역할> 서론 부분이 문제가 됐다. 오늘날 노인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는 부분이, 박 교수가 2002년 지도한 학생의 졸업 논문 <노인을 섬기는 교회 – 농촌 지역 노인 대학을 중심으로>(김형래, 2002)와 일치한다.

박창현 교수는 표절을 부인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논문을 쓰기 어려워해서 지도 교수로서 많이 도와줬다. 강의록을 바탕으로 글을 고쳐 주고 서론도 잡아 줬다"며 문제가 된 부분이 당초 자신이 가르친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던 터라 열과 성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창의적인 내용도 아닌데 표절로 문제 삼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전 발표 논문 그대로 인용 
똑같은 논문을 영어로 번역 게재

일부 교수는 '자기 표절', '이중 게재' 등 '부당한 중복 게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성하 목사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창현 교수의 <고령화 사회와 교회의 역할>이 자기 표절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을 구성하고 있는 9장 중 2장이 박 교수가 2004년 쓴 <한국 개신교회의 사회복지 신학을 위한 예수의 전거들> 내용과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것도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표절은 단순히 글자 수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놓고 따지는 게 아니라 실제 내용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내용이 논문의 핵심이 아니고 논지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부만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일부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은 동의하지만 논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표절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장왕식 교수는 같은 논문을 '이중 게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 교수는 1998년 발표한 <과정 우주론의 두 유형: 화이트헤드와 선불교>를, 2005년 감신대 영문판 학술지 <Theology and The World>에 <Two Views of Cosmology in Process Thought - Whitehead and Mahayana Buddhism>라는 이름으로 게재했다. 이성하 목사는 이전에 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서 다른 학술지에 새로 내는 건 중복 게재에 해당한다며, 이는 엄연한 표절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이중 게재'라는 지적에, 학문적 공헌으로 봐 달라고 했다. 그는 "학교가 영문판 학술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수들에게 영문 논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논문을 이중으로 게재했다는 지적에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학교를 위해 게재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경동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온라인 콘텐츠 '철학 백과'(https://plato.stanford.edu/)에서 검색한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 교수의 논문 <기독교의 '완전(perfection)' 개념과 기독교 윤리>(2015)에서 몇몇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이 '철학 백과'에 실린 내용과 똑같다. 출처를 밝히긴 했지만, 유 교수는 일부에만 각주를 달았다.

유경동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어를 번역하는 과정 중 출처 표기가 미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성하 목사의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했다. 문장이나 문단마다 원저자를 밝히면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아 일부를 생략했는데, 그렇게 되면 원저자의 이론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유 교수는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며, 앞으로 출처 표기를 정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감신대, 조사위원회 구성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
2013년 이전 사안은 제외

감신대는 교수들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성림 기획연구처장은 8월 7일 기자와 만나 "현재 건별로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비 조사를 어느 정도 마치면 연구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본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2013년 이전 논문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감신대는 2016년 연구 윤리 규정을 개정했는데, 그 이전에 발생한 사안은 당시 규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표절 시비에 오른 논문은 모두 2016년 이전 작성된 논문으로, 2009년 제정한 규정의 영향을 받는다. 이 처장은 "2009년 규정은 검증 시효를 5년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2013년 이전 논문은 조사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처장 말대로라면 이중 게재 지적을 받고 있는 장왕식 교수의 논문(2005년 발표)은 조사 대상에서 빠진다.

이 처장은 "규정과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의혹이 불거졌다고 모두 조사할 수는 없다. 피조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교 안에 눈과 귀가 많기 때문에 연구위원회가 사안을 가볍게 다룰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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