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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부정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서평] 성소수자부모모임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8.06 17:42

<커밍아웃 스토리> / 성소수자부모모임 지음 / 한티재 펴냄 / 380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어느 날 당신의 자녀가 "아빠 나는 사실 동성애자야"라고 고백하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뒤집어지는 충격일 것이다. 가족 중 성소수자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성소수자 자녀의 존재가 드러난다고 해서 세상이 뒤집어지고, 가정이 해체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는다.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에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12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2014년 창립한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부모들이 자녀의 커밍아웃에 얽힌 생각들을 글로 엮었다.

"커밍아웃, 가장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권리 주장"

'커밍아웃'은 성소수자 당사자가 타자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커밍아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성소수자 당사자인 자녀는 고민 끝에 부모에게 커밍아웃하면서 마음의 짐을 던다. 자녀들의 커밍아웃을 시작으로 부모의 커밍아웃도 시작된다. 형제자매, 친척, 직장 동료, 친구 등 이미 구축해 놓은 여러 인간관계에서 성소수자 '부모'라고 커밍아웃한다. 한 차례 커밍아웃이 지나가면 또 다른 커밍아웃의 순간이 찾아온다.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의 결혼과 진로는 모든 이의 관심사가 아니던가.

커밍아웃은 '가시화'可視化와 직결된다. 한국 사회 혐오 문제를 연구해 온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과)는 이 책 추천사에서 '가시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어떤 소수자 집단이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에서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는 없습니다. 그래서 커밍아웃은 그 자체로 가장 급진적이고 적극적인 권리 주장이자 평등의 요구입니다. 평등하게 존중받는 인격적 주체로서 살아가겠다는 선언입니다." (5쪽)

부모들은 처음에는 일부러 밝히지 않으려 고민했다고 고백한다. 따지고 보면 성소수자는 자녀이고, 자신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고, 동료 시민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커밍아웃'이 필요했다. 부모의 커밍아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여성학을 가르치는 한 엄마는 수업 시간에 동성애 관련 토론이 있을 때 이렇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썼다.

"논쟁의 언어는 강렬하지만 결론은 대체로 당위적인 선언에서 끝난다. '나는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이 없다. 그들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가 성소수자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토론이 이런 식으로 공허하게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내 딸이 레즈비언이라고 말해 준다. 그들이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체적인 존재임을 알라고… 우리 가운데 누구이며, 이 강의실 당신 옆에 앉아 있는 바로 이 사람이거나 저 사람이며,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동료 시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106쪽)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부모들은 제각각 다른 경험을 한다. 어떤 부모는 '쿨하게' 받아들이지만, 대부분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반응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면서도 아파 오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아빠도 있다.

"엄마 아빠의 마음은 아직 많이 아픕니다. 지금도 가정 예배 시간에 피아노 반주를 하는 뒷모습, 조금은 넓어진 듯한 어깨와 등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중략) 아이 생각만 하고 있어도 눈물이 납니다. 아빠의 죄 때문은 아닌지 아직도 생각이 듭니다.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고민은 많이 됩니다." (113~114쪽)

성소수자부모모임은 매년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해 성소수자들을 응원하고, 행진에도 함께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혐오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사랑
자녀에게 무한한 사랑 보내는 부모들
'가시화' 위해 꼭 필요한 커밍아웃

<커밍아웃 스토리>는 한국 사회의 온갖 혐오 가운데 꿋꿋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이끄는 성소수자 혐오를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혐오를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사랑이었다. 책에는 자신들이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참여하는 부모들은 이미 인권 운동가다. 자녀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목소리 높여 응원한다. 퀴어 문화 축제에 부스를 차리고 그곳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을 안아 준다. 생전 모르는 '부모'에게 "당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돌아가는 성소수자도 많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는, 부모에게 커밍아웃하고자 준비하는 성소수자들도 참석한다. 커밍아웃을 들었을 때 부모가 느낄 감정을 사전에 공유받고 용기를 얻는다. 부모들은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 준다. 글쓴이들은 존재를 부정하는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들의 글 앞에 한국교회가 주장하는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만연한 사회에 자신의 자녀를 노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가시화는 계속돼야 한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존재를 이해하는 작은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는 우리 중 누구와 아무런 관계없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잘 알고 지낸 선후배나 친구의 아들딸일 수 있다. 그들은 또한 우리의 다정한 이웃이면서 동료 시민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사실 앞에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당연하다고 믿었던 생각은 바뀌어야 하고 바뀔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커밍아웃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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