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미국 법무장관은 법무부 내에 '종교의자유TF'를 설치하겠다고 7월 30일 '종교의자유회담'(Religious Liberty Summit)에서 밝혔다. 종교의자유TF는 법무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종교의자유 지침서'를 현장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지휘할 예정이다.

이 지침서에는 시민 개인뿐 아니라 영리법인, 종교 단체, 학교 등에서도 설립 가치에 따라 특정 행위를 하거나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미국은 교회의 정치 참여를 금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 세금 혜택을 박탈하고 있다. 지침서에는 미국 국세청이 정치 이슈에 적극 의견을 표명하는 교회나 비영리 종교 단체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믿음의 사람들'(people of faith)이 박해받고 있다는 판단에서 종교의자유TF를 설치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세션스 장관은 "미국의 위대한 전통인 종교의자유를 약화하려는 '위험한 움직임'이 많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꼭 싸워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믿음의 사람들'이 박해를 받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법무부 방송 갈무리

'종교의자유'라고 하지만
보수 개신교 위한 정책
신앙 양심에 따른 행동
LGBT 차별로 이어지나

세션스 장관이 '종교의자유TF'를 구성한다고 발표했을 때 '종교의자유'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가 큰 논란이 됐다. 그가 2017년 10월 발표한 지침서에 따르면, 개인 사업체는 물론 연방 기관 종사자도 업무를 수행할 때 종교의자유를 '행사'(exercise)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 지침서대로라면 2015년 9월 동성 커플에게 혼인 증서를 발급하지 않아 구속된 킴 데이비스(Kim Davis)는 애초에 구속될 일이 없게 된다. 킴 데이비스는 2015년 9월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 등기소에 혼인 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찾아온 동성 커플에게 신앙 양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증서 발급을 거부했다. 연방대법원조차 등기소 서기로서 임무를 다하라고 판결했지만, 데이비스는 끝내 거부하고 구속된 지 5일 만에 조건부로 석방됐다.

세션스 장관이 말하는 '종교의자유'는 동성 결혼을 반대하고, 합법적으로 성소수자(LGBT) 차별을 원하는 보수 개신교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TF 설치를 발표한 자리는 법무부에서 주관한 종교의자유회담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 <VOX>는 이 회담이 보수 개신교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합(ADF·Alliance Defending Freedom)이 관여한 행사라고 보도했다.

ADF는 트럼프 행정부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단체다. ABC뉴스는 지난해 10월, 세션스 장관이 '종교의자유 지침서'를 작성하기 전 ADF의 컨설팅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ABC뉴스는 법무장관이 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하기 전, 개신교 신앙에 입각해 LGBT 차별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며 양측에 연결 고리가 있음을 알렸다.

종교의자유회담에 참석한 패널 중 한 명이 잭 필립스(Jack Philips)라는 점도 이 행사가 보수 개신교를 위한 것임을 증명한다. 콜로라도 제빵사 잭 필립스는 동성 결혼에 쓸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주州 지방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ADF의 변호를 받아 지난 6월 연방대법원에서 승소했다.

ADF는 잭 필립스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업주들 변호를 맡아 왔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이 고객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때, 사업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ADF는 이 같은 법안이 개인이 종교를 자유롭게 행사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폐지 혹은 수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ADF가 변호하는 개신교인들은 대부분 LGBT 이슈와 관련 있다. ADF 홈페이지 갈무리

보수 개신교인들의 입 역할을 해 온 오피니언리더들도 세션스 장관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은 "종교의자유를 위협하는 '위험한 움직임'이 개신교 제빵사, 플로리스트 등을 위협해 왔다. 공격은 가족들에게 절망적일 수 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행했다는 이유로 박해받았다. 종교의자유를 위해 일하는 TF를 위해 기도하자"고 8월 1일 페이스북에 밝혔다. 사라 페일린(Sarah Palin)도 같은 날 트위터에 "승리: 세션스 법무장관이 종교의자유TF 설치를 발표했다"라고 썼다.

개신교인이라고 다 세션스 법무장관의 행보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다시, 그리스도인 되기>(비아)·<하나님은 복으로 장사하지 않는다>(홍성사)의 저자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Jonathan Wilson-Hartgrove)는 7월 31일 NBC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ADF를 비판했다. 그는 "ADF 같은 이들이 '종교의자유'를 논하면 이는 '기독교'만을 위한 자유다. 이들은 종교·정치적 이유로 LGBT 보호에 반대하는 이들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했다.

윌슨하트그로브는 여전히 미국인 대다수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원하고, 미국 역사에서 종교의자유는 소수 종교인들을 위한 것이었는데, '기독교 국가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의 등장이 이를 위협하고 있다고 봤다. 윌슨하트그로브는 트럼프 지지 그룹으로 알려진 제리 폴웰 Jr.(Jerry Lamon Falwell Jr.), 프랭클린 그레이엄 등에게 공적 부문에서 종교의 역할을 두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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