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는 성소수자 혐오 반대를 위한 퍼포먼스를 한 학생들을 징계했다. 장신대 출신 목사들은 정치적 판결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징계는 철저히 정치적이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해해 줘야 했는데, 교수들이 총회 보수주의자들을 무서워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신앙적이라고 할 수 없다." - 홍성현 은퇴목사(수송교회)

"이번 징계는 성급했다. 외부적으로 압박을 받긴 했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 유경재 원로목사(안동교회)

"신대원 다닐 때 시국 선언을 주도한 학생이 정학 1년을 받았다. 이번 징계에서 정학 6개월 받은 학생이 있는데, 거의 민주화 운동급 인사가 됐다. 징계에 납득이 안 간다." - A 목사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무지개 퍼포먼스'에 동참한 학생들을 징계한 장로회신학대학교(임성빈 총장)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신대를 졸업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소속 목사들은 "정치적 판결이나 다름없고",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교수들과 총장이 오히려 내쳤다"고 쓴소리했다.

학생들은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차원에서 무지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러나 반동성애 진영은 취지와 상관없이 동성애 옹호·지지 행위로 몰아가면서 학생들과 장신대를 공격했다. 임성빈 총장은 7월 20일 "장신대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학교는 총장이 입장을 밝힌 지 6일 만에 학생들을 징계했다.

장신대 징계 결정에 송현석 목사(밀알교회)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학생들이 조사를 받던 7월 18일 장신대를 직접 찾았다. 학생들이 예배를 방해한 것도 아니고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 조사를 받는 게 부당하다고 느꼈다. 송 목사는 "대기하던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보였다. 화가 나서 '전도사님들 잘못한 것 없다', '총장이 총회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고 말해 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송 목사를 만난 한 징계위원은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징계로 다스렸다. 송 목사는 "잘못 없는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반성문까지 쓰게 했다. 사소한 일을 가지고 징계를 내렸는데, 광나루 신학교에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본다. 더 늦기 전에 학교가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신대 신대원을 나온 A 목사는 "학교에 다닐 때 당시 학생회장이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다가 1년간 정학 처분을 받은 적 있다. 이번에 정학을 받은 학생이 있는데, 민주화 운동급 인사가 됐다. 나는 징계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장신대는 학생들이 학교 명예를 훼손하고, 수업을 방해하고, 교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A 목사는 "변명이 궁색하다. 외부에서 하도 난리를 치니까 학교가 겁을 먹어 징계한 게 아닌가 싶다.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학생들을 징계한 셈인데, 잘못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빈 총장과 가까운 B 목사는 "총장도 참 어려워하더라. 교단이 이번 일에 끼는 바람에 징계를 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학교와 학생들에게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마치 하나님이라도 된 것처럼 정죄
교회가 아무리 반대해도 동성애 안 없어져
논의 과정 없이 몰아가는 총회 풍토 문제"

장신대 출신 목사들은 무작정 동성애를 반대할 게 아니라 토론과 연구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학생 징계와 관련해 원로들은 누구보다 신랄하게 학교를 비판했다. 홍성현 은퇴목사(수송교회)는, 총장이 권면하는 정도에서 끝내야 할 일을 불필요하게 키웠다고 지적했다. 징계는 학생들을 죽이는 행위로 지혜롭지 않다고 했다.

"학생들이 동성애자라고 한 적도, 동성애를 지지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징계하는가. 말도 안 된다. 총장이 잘못한 거다. 부드럽게 권면하고 학생들을 보호해 줘야 하는데, 총회 보수주의자들이 무서워서 징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징계는 신앙적이지 않다. 철저히 정치적이다."

홍 목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인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교회가 아무리 반대해도 동성애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동성애 문제는 플라톤 시대부터 있어 왔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일이고, 세계 어디에나 있는 현상이다.

예수님 시대에도 동성애가 있었을 텐데, 예수님은 따로 언급하지 않으셨다. 예수님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왜 목사들이 나서 정죄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예수님이라면 '동성애자도 하나님이 보내신 건데 어떻게 하겠느냐. 놔둬라', '비록 자식을 못 낳고 번성하지 못하지만, 본능이 그러한데 어떡하겠느냐',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다."

유경재 원로목사(안동교회)도 장신대가 성급하게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장신대가 동성애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옳다 그르다', '잘했다 잘못했다'고 단정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사안을 제대로 된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총회 풍토도 지적했다. 유 목사는 제사를 지낼 때 절을 해도 상관없다는 주장을 했다가 총회에서 제명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성묘 가서 절하는 게 틀렸다고 하기에, 나는 '성경적으로 볼 때 뭐가 틀렸는가', '돌아가신 조상이 우상이냐'고 반박했다. 총회에서 논의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를 제명해야 한다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제사와 성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난해 총회에서 결의한 동성애 안건도 마찬가지다. 세계 교회가 변하고 있다. 동성애자도 목회자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야 동성애가 문제 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지혜롭게 가야 하는데,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이다. 기독교의 단점 중 하나는 너무 성급하게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데 있다. 교리에 얽매여 마치 하나님이라도 된 것처럼 정죄한다. 옳은 태도가 아니다.

동성애 자체를 부인하면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선교할 수 있는 길도 막아 버렸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지옥에 갈 거니까 돌볼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팽배하다. 동성애자들을 감화·회개해서 이성애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동성애 문제는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야 한다. 격론을 벌이며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여성 안수를 도입하자고 했을 때, 반대 측은 '여성은 잠잠하라'는 성경 구절을 들먹였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우리 교단에서는 여성 안수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성경과 교리를 앞세운다고 해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성경 해석도 달라질 수도 있다. 동성애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임성빈 총장은 "장신대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총장 입장이 나온 지 6일 만에 학교는 학생들을 징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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