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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중인 직원에게 책임 뒤집어씌워 '해고'한 숭실대
지노위·중노위서 '부당 해고' 판정…학교에 유리한 탄원서 제출 강요 의혹도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07.26 17:43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 사학 재단 숭실대학교(김삼환 이사장·황준성 총장)가 원격평생교육원(김비호 원장)에서 발생한 서버 대란 책임을, 당시 병가 중이던 A 팀장에게 지우고 그를 해고했다. A 팀장이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하자, 학교가 징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A 팀장과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숭실대 원격평생교육원은 2017년 6월 3일, '원격 교육 시스템'(LMS) 서버가 멈춰 교육 서비스가 며칠간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김비호 원장은 사태 책임이 전산을 담당하고 있던 A 팀장에게 있다고 보고, 인사위원회(인사위)에 징계를 요구했다.

김비호 원장이 제기한 A 팀장 징계 사유는 5가지다. ①직무 유기·태만 및 정당한 업무 지시 불이행(서버 대란 수습 비협조 등) ②팀장 사임서 제출 및 결재 거부(직무 유기 및 업무방해) ③퇴직자 보고 누락(근무 태만) ④하급자에게 사직서 제출 강요(권한 남용) ⑤부적절한 언행으로 직원을 위협하고 불안감과 위기감 조성 등이다.

숭실대 인사위는 8월부터 10월까지 A 팀장과 관계자를 조사한 결과, 모든 혐의가 사실이며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사위는 10월 11일 8차 회의에서 A 팀장을 해고하기로 결의했다.

숭실대학교가 원격평생교육원에서 발생한 사고 책임을 당시 병가 중인 A 팀장에게 지웠다. 원격평생교육원 홈페이지 갈무리

노동위, 부당 해고 판정 
학교 징계 사유 중 2건만 인정
"팀장과 원장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 감정적 조치"

A 팀장은 인사위 결정에 불복하고, 올해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 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3월 16일, A 팀장 해고가 부당하다며 원직 복직 판정했다. 숭실대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중노위는 6월 8일 이를 기각했다.

중노위는 인사위가 징계 사유로 들었던 5건을 하나씩 따져 본 결과, 3건은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징계 사유가 있긴 하지만 양형 기준이 과중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징계 사유 중 ①직무 유기·태만 및 정당한 업무 지시 불이행은, A 팀장이 서버 대란을 적극 수습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A 팀장은 병가 중이었다. 그는 양쪽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5월 10일부터 7월 14일까지 장기 휴가를 썼다. 서버 대란이 발생한 6월 3일에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중노위는 병가 중 발생한 일을 징계 사유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오히려 A가 병원에 입원 중인데도 퇴사한 전 담당자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서버 대란 수습에 협조했다고 봤다.

②팀장 사임서 제출 및 결재 거부는, 사임서가 수리되지 않아 직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A 팀장이 결재를 거부하며 교육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A 팀장은 지난해 5월 2일, 무릎 치료를 앞두고 김비호 원장에게 팀장직 사임서를 제출했다. 한 달 전, 병원에서 무릎 상태가 심각하다는 말을 듣고 수술 권고를 받은 상태였다. 김 원장은 사임서 수리를 거부하다 5월 16일 보직 사임을 결재했다. 김 원장은 A 팀장의 사임서를 수리하지 않았을 때, 그가 하급 직원들의 결재를 거부해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팀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원장의 결재가 떨어질 때까지 실제 근무한 일수는 공휴일과 휴가를 제외하면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 중노위는 A 팀장의 정상 근무 일수가 2일에 불과한데, 그가 어떤 업무에 결재를 거부했고 교육원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학교가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③퇴직자 보고를 누락한 일(근무 태만)도, 당시 퇴직자 B가 A 팀장에게 퇴사 사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중노위는 A 팀장이 B의 퇴사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B도 A에게 말하지 않은 채 퇴사했다며, 이를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중노위는 나머지 징계 사유 ─ ④하급자에게 사직서 제출 강요(권한 남용) ⑤부적절한 언행으로 직원을 위협하고 불안감과 위기감 조성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A 팀장이 하급 직원에게 "그렇게 일할 거면 나가라"고 말했고, "서버 대란이 재발할 것이다", "교육원은 곧 도산할 것이다"고 이야기하며 공포감·불안감·위기감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A 팀장이 이런 잘못들을 저질렀다고 해도, 해고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중노위는 A 팀장 해고가, 교육원 정상화를 놓고 A 팀장과 김비호 원장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 감정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학교가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탄원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교 직원 탄원서
"김비호 원장이 확인서 제출 강요,
법인 직원도 무단 녹취 후 증거 제출"

A 팀장도 자신의 해고가 김비호 원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7월 10일 기자와 만나, 지난해 2월 새로 부임한 김 원장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겨 무리한 수를 써서 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노위 심사 과정에서, 학교가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확인서 제출을 강요하고 직원과 나눈 대화를 동의 없이 녹취해 증거로 제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원격평생교육원 직원 C는 5월, 중노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탄원서에, 김비호 원장이 동의 없이 자신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무단으로 중노위에 제출하고, A 팀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으로 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했다고 썼다.

김 원장뿐 아니라 숭실대 학교법인 직원도 자신과 나눈 대화를 무단 녹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법인 직원이 A 팀장에게 잘못이 있다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질문했다. 어쩔 수 없이 '네'라고 대답했는데, 직원이 자기도 모르게 대화를 녹음해 증거로 제출했다"고 썼다.

C는 "기독교 정신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본인들의 부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불러 확인서와 탄원서를 강요하고 불법 녹취를 해, 불법 해고에 이용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A 팀장은 "함께 근무한 기간이 한 달도 안 된 신입 사원도 내가 복직되면 안 된다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작성했다. 다른 직원의 탄원서와 내용과 양식이 유사한 걸 보면, 강요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부하 직원 다수가 복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해고를 정당화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숭실대학교는 중노위의 '부당 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확인서 지시했지만 강요는 아냐"
동의 없이 녹음 후 증거 제출은 인정
"원장 교체하고 산하기관 조사할 것"

숭실대는 7월 20일,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노위 심사 과정 중 교육원 측 주장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에서 다시 한 번 따져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사 과정에서 학교가 직원들에게 확인서를 강요했다는 등 여러 소문과 억측이 제기됐다. 관계자들이 법원에 나가 증언한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비호 원장은 확인서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7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에게 탄원서나 확인서를 강요했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이다. 확인서를 노동위원회에 제출하라고 지시한 적은 있지만, 그것 자체를 강요라고 모는 건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은 직원 중 누가 확인서를 썼고 어떤 내용으로 작성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직원 C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해 증거로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며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C가 자꾸 말을 바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김 원장이 당부했기 때문에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직원은 A 팀장에게 징계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해고는 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숭실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격평생교육원 원장을 교체하고 산하기관들의 경영 및 인사관리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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