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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의 종교 된 개신교, 소수자 혐오"
임보라 목사 "퀴어신학은 질문 던지는 것"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7.23 16:45

임보라 목사는 7월 20일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주최한 강의에서, 성경 '읽기'를 강조해 온 한국교회가 이제는 '실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는 시작할 때부터 소수자(minorities)의 종교였다. 출애굽을 한 유대인은 이집트에서 소수였으며, 예수를 따른 이들과 그의 부활을 목격하고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만든 이들도 유대인들 중 소수였다. 가톨릭을 포함한 기독교 전체 역사에서 보면, 지금의 개신교 역시 그 시대의 소수자들이 시작한 종교였다.

소수자들이 시작한 종교가 지금은 '주류'가 되어 소수자를 억압하고 있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7월 20일 여성문화이론연구소가 주최한 '성소수자에 대한 종교 폭력과 혐오 그리고 교회의 책임'이라는 강의에서 "기독교가 국가 종교가 되고 주류 종교로 자리매김하면서 소수자를 돕는 종교가 아닌 지배자의 종교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신'이 '맹신'으로
'성경 읽기' 강조해 왔다면
사랑과 실천 경계 고민할 때

한국교회는 소수자를 억압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성경 해석을 강요해 왔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하고 이어져 내려온 것들을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복종을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한국교회는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불경하게 봤다. 질문을 하나님에 대한 도전, 목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임보라 목사는, 목사 개인의 성경 해석에 순종하는 무조건적 헌신이 맹신으로 이어져 왔다고 진단했다. 맹신만 남은 한국교회 상황에서 퀴어신학이 불편한 건 당연하다. '퀴어신학(Queer Theology)'은 기존의 성경 해석에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임보라 목사는 퀴어신학이 해방신학·페미니즘신학·흑인신학과 마찬가지로, 성경을 오늘날 현대사회와 연결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정립한 신학의 한 갈래라고 설명했다.

"퀴어신학은 그리스도교 전통 속에서 다양한 이론에 입각해 말씀과 현실 사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시도다. 내 삶의 자리에서 경험한 것 역시 퀴어신학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교회가 권위를 내세워 가르친 것만이 진리이자 전통이라 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시작한 게 퀴어신학이다."

임보라 목사는 종교가 제도화했지만 동시에 살아 움직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퀴어신학은 말씀을 되찾아 오는 과정이라고 했다.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랑을 실천하는 데 경계가 있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임보라 목사는 퀴어신학이 견고한 교권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한 가지 렌즈로만 성경 읽기를 강요하고 '읽는 행위'만 강조해 왔다면, 이제는 읽은 말씀을 어떻게 현실에서 실천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임 목사는 "소수자를 학대하는 가학성을 띠는 교회로 남을 게 아니라 어떻게 누구에게 사랑을 실천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게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에 지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사회 이슈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담임목사가 유독 동성애 문제는 문자적으로 해석하려 한다며 답답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강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세월호 참사에 아픔을 함께하고 탄핵 정국에서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했던 교회를 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동성애 반대는 성경에 입각한 마지막 명령이라며 반동성애 진영이 만든 동영상을 교회학교에서 상영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를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임보라 목사는, 힘들겠지만 교회를 떠날 때까지는 질문을 계속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더 교회답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게 필요하다. 우리 교회도 얼마 전, 외부에서 교회를 흔드는 일을 겪었다. 그러면 교인들은 불안해하고 위기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과정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교회에 자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놓고 '사탄의 자식'이라고 혐오하는 것보다, '우리는 성소수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악에서 구해 주려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더 나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전환 치료까지 이어진다. 기도원이나 목사가 하는 상담소 등으로 성소수자를 끌고 가는 것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논리 자체가 모순이다. 하나님만이 정죄하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들은 성소수자가 죄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 아닌가. 다른 사람을 낮게 보는 시혜적 시선이 깔려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발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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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 박민경 2018-10-09 13:34:39

    죄를 죄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그렇다고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를 돌로 쳐죽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죄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것이 잘못된것 아닌가? 기독교인들은 그들이 뛰쳐나와 자신들을 죄인이 아닌 정상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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