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6월 27일, 복직 투쟁 중인 동료 한 명을 또 떠나보냈다. 벌써 30번째 희생자다.

고 김주중 씨. 1993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2009년 대규모 구조 조정 명단에 들어 직장을 잃었다. 해고가 부당하다며 투쟁에 나섰다가 되레 경찰에게 맞고 철창 신세를 졌다.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려 왔지만 생활고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지난한 소송 끝에 2015년, 회사는 "2017년 상반기 내로 해고자를 전원 복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내 경영난을 이유로 '단계적 복직'으로 말을 바꿨다. 희망 고문 속에 김주중 씨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 씨의 마지막 가는 길도 평탄하지 않았다.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동료들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극우 단체들이 "우리가 자리를 선점했다"며 물리적으로 막아섰다. 실랑이 끝에 자리를 잡았지만, 추모 집회를 열 때면 극우 단체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휘두르며 더 큰 소리로 맞불 집회를 열고 고인과 해고 노동자들을 모욕했다.

그럼에도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만들지 말라'는 추모 집회는 계속된다. 김주중 씨를 추모하고 동료들을 위로하는 기독교인들이 7월 18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80여 명이 모여 김 씨를 기리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기도회 때도 극우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7월 18일 대한문 앞에서 열린 '고 김주중 씨 추모 기도회'에 기독교인 8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기도회에서는 평화교회연구소 전남병 목사(선한이웃교회)가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요 5:2-9)'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전 목사는 사측의 희망 고문과 본문의 베데스다 연못이 절묘하게 교차한다고 말했다. 베데스다는 '자비의 집', '은혜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38년 된 병자처럼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희망 고문만 지속되는 '절망의 집', '저주의 집'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도 사측으로부터 "경영이 정상화하면 복직시키겠다"는 식의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병자를 연못에 넣는 대신 근원적으로 병을 낫게 했다. 전 목사는 "예수님은 그 사람에게 '다른 세상'을 꿈꾸도록 하신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예수님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전원 복직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든 이의 평등까지 실현되는 '다른 세상'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셔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길 수 있을까 밀려드는 회의에 맞서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 80여 명은 이현아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진광수 목사(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의 집례로 진행된 성찬을 나눴다. 두 목사는 "정리해고로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잃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무고한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세상이 오게 해 달라"고 했다. 성찬에 참여한 참석자들도 "주님의 정의와 평화가 바로서는 그날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동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성찬을 나누며 정의와 평화가 바로 서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동참하겠다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기독교인들의 기도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도회에서 발언한 윤충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하나님은 목사님들과 교인들, 우리가 기도하는 것을 아실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 도와주러 오시는 목사님들 중에서 '우리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지 하나님이 원망스럽다'는 분들도 있지만, 더 열심히 기도하고 연대해 주시면 분명 승리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득중 수석지부장은 "기독교 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이 돌아가면서 잊지 않고 자리를 지켜 주셔서 고맙다"면서, 김주중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투쟁 중인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기도회를 주관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개신교 단체들은, 이날 기도회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 정례화를 위해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윤충렬 부지부장은 "기독교인들이 더 열심히 기도해 주시면 분명 승리할 거라 믿는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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