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에도 어린이집 원장을 복직시키지 않은 목사가 있다. 목사는 올해 3월 어린이집을 폐원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충북 제천 ㄷ교회 A 목사가 원장을 부당 해고하고 일방적으로 어린이집을 폐쇄해 지역 주민이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A 목사는 부당 해고와 어린이집 폐원에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어린이집 이사장을 겸하던 A 목사는 2015년 8월, B 원장을 해고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B 원장이 임의로 어린이집 운영 내규를 수정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었다. A 목사는 운영 내규 변경이 이사회 권한이라며, B 원장이 교회와 이사회를 기만했다고 했다. B 원장이 어린이집 존립과 운영 목적을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고 간주했다.

2011년 5월부터 어린이집 원장을 맡아 온 B는, 2015년 초 제천시의 지시에 따라 운영 내규를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내규가 오래돼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고, 일부를 삭제·수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수정한 내규를 시에 제출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A 목사에게 개정안을 보여 줬고, A 목사가 원래 내규를 시에 제출하라고 해 그대로 따랐다.

A 목사는 개정안을 확인했을 당시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6개월이 지난 8월경 갑자기 문제를 삼았다. 제천시의 지시로 내규를 검토한 게 사실인지 증명하라고 했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면직하겠다고 했다. B 원장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A 목사는 8월 17일 김 씨를 직권 면직했다.

B 원장은 충북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진정을 넣었다. 지노위는 그의 손을 들었다. 해고할 만한 사유가 안 된다며 B 원장을 원직 복직하고 해고 기간 급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A 목사는 판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요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년 2월 지노위와 같은 이유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A 목사는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부당 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법원은 "어린이집 운영 내규 검토는 제천시의 요구로 이뤄졌다. 개정안은 B 원장의 의견일 뿐이고 독단적으로 이사회에 상정한 적도 없다"고 했다. 6개월이 지나 개정안을 빌미로 해고한 점도 의문이라고 했다. 항소한 A 목사는 중도에 소송을 포기했다.

B 원장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모두 이겼지만, 결국 복직하지 못했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교회는 올해 3월, 주민들 반대에도 어린이집을 폐원했다. 원생들은 어쩔 수 없이 지역 내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옮겨야 했다. B 원장은 해고 기간 급여와 퇴직금 등 약 1억 원을 받아야 하는데, A 목사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

A 목사는 7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B 원장을) 원직 복직시킬 수 없는, 용납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내규 개정안은) 이번 일의 발단이 됐을 뿐,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합의하고 끝내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다고 해서 폐원한 어린이집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고 짧게 말했다.

B 원장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해고와 함께 4년 반을 다닌 ㄷ교회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 목사의 주장으로 나는 하루아침에 나쁜 사람이 됐다. A 목사가 'B 때문에 어린이집이 폐원됐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A 목사가 공개 사과하고, 자기 잘못을 깨끗이 인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운영 내규를 수정·삭제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장을 해고한 건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이와 관련해 B 원장은 직권 면직을 당하기 한 달 전 A 목사 부탁을 거절한 적 있는데, 그 일이 해고의 발단이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B 원장은 "당시 A 목사가 어린이집 예산으로 자가용을 사 달라고 했다. 비상용으로 3600만 정도를 모았는데, 이를 알고 부탁해 왔다. 안 된다고 하니까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어린이집 예산을 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목사는 "사실무근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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