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다. 교회 위기론이 대두하는 가운데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김 목사는 2년 전 경기도 광명시에 교회를 개척했다. 20평짜리 상가 3층을 임대했다. 벽에 십자가를 달고 강대상을 세웠다. 예배당 양옆으로 장의자를 7개씩 배치하고 나니 공간이 꽉 찼다. 빈자리가 가득 차면 좋았겠지만, 현재 교인은 2명뿐이다. 김 목사는 "2년간 전도를 열심히 했는데, 교회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역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교회가 편의점보다 많은 시대. 사람들이 알아서 교회를 찾아온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와 달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 '안되는 시대', 교회의 위기를 논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교회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호흡해야 한다. 목회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9~10일 굿미션네트워크와 목회사회학연구소가 주관한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서는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살아가는 교회들이 소개됐다. 교회들은 규모를 떠나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마을을 위한 공적 일을 감당하지만, 전도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목사들은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 자체를 '목회', '사역'으로 생각했다.

동네 아이들 돌봄에서 시작한 '사회적 목회'
바자회, 작은 도서관 운영하며 지역과 화합
"거창한 사역 아닌 작은 일부터"

교회가 지역사회에 녹아든 방법은 다양했다. 경기도 하남시 덕풍교회(최헌영 목사)는 동네 아이들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2012년부터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했다. 뛰어놀기도 하고, 박물관·도서관 견학도 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져, 어른 5명 청소년 20명이 참여하는 '덕풍동마을쟁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자살 예방 캠페인을 비롯해, 벽화를 그리고 폐현수막을 이용한 보조 가방, 우산, 슬리퍼 제작 등 여러 일을 하고 있다. 하남시청·하남건강가정지원센터·하남자원봉사센터 등 협력 기관까지 생겼다.

덕풍교회 김주선 부목사는 "덕풍동마을쟁이는 자원봉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교회를 전도 단체로 인식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다 보니 교회를 칭찬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서는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김문건 목사(신광교회)는 "지역사회와 동행하기 위해 7~8년간 지속적으로 일해 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10년 우간다 화장실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바자회를 개최했다. 재활용 업체 사장, 아파트 부녀회 임원, 성당 다니는 주민, 옆 교회 교인 등의 도움을 받았다. 이전까지 마을에서 바자회가 열린 적이 없었다. 주민들이 바자회에 참여할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당초 70만 원을 수익금으로 잡았는데, 500만 원이나 모였다. 바자회는 마을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신광교회는 어린이를 위한 '징검다리 작은 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 김 목사는 "이 동네에서 링컨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증받은 책을 교회에 진열하고, 어린이·청소년이 와서 마음껏 볼 수 있게 했다. 명절에도 문을 열고 쿠키도 만들어 줬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인문학 특강을 열고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다.

김문건 목사는 "지역 섬김 사역은 텃밭 가꾸기와 같다.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다림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따금씩 "목회는 언제하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이럴 때면 김 목사는 "이게 목회다. 만나야 전도하든지, 섬기든지 할 것 아니냐"고 답한다.

교회는 기독교인들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기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실버 사역'을 하는 30대 목사도 있다. 오만종 목사(오빌교회)는 7년째 노인들을 위한 사역을 하고 있다. 50명이 넘는 마을 노인을 대상으로 마음 돌봄, 치매 예방, 정서·건강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오 목사는 "오늘날 노인은 부모를 여의고, 아내나 남편을 먼저 보내고, 이제는 혼자서 나그네와 같은 인생의 마지막을 살아가고 있다. 노인이야말로 성경이 말하는 나그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버 사역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개소해 문화·교육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비량 목회를 위해 카페도 개업했다. 오 목사는 "비즈니스 목회를 하며, 지역 주민을 많이 만나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지역사회 사역이라고 하면 거창한 일들만 생각하는 것 같다. 작은 교회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교회 자원이 없어도 사회적 자본을 통해 할 수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목회 컨퍼런스에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들이 소개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상처와 아픔을 가진 이들을 위해 전문 목회를 하는 사례도 있다. 장진원 목사(도림감리교회)는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생명 목회'를 하고 있다. 장 목사는 기독교 자살 예방 센터 라이프호프 사무총장도 맡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10~30대 사망 원인 1위이며, 40~50대 남성 자살률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자살은 유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남은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 상실감, 죄책감, 분노, 사회적 관계 단절 등에 직면한다.

장 목사는 "주위에 자살자 유가족이 적지 않다. 우리 지역에서만 자살자 유가족 20가정을 만났다. 유가족 중에는 자살을 금기시하는 교회의 인식·문화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자살 문제와 관련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장 목사는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유가족을 위한 모임, 전문 소그룹 및 치유 그룹을 만들 수 있다. 자살 예방 관련 전문 단체와 연계해 교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설교, 교육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주민은 전도 대상 아닌 '섬김 대상',
평범한 주민들 삶 통해 대안 찾아야"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규모가 작으면 작은 일부터 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교회들이 하는 일은 다양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 주민을 바라보는 인식이었다. 박홍래 목사(밀알침례교회)는 "세상 사람을 전도의 대상이 아닌 섬김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기존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주민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박 목사는 "주민들과 의논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필요를 알고 채워 줘야지,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면 100% 실패한다. 사전에 동네를 돌아다니고 주민들 인터뷰도 해 보라"고 했다.

박 목사는 "교회 주위 2~3km는 다 교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회 나오는 사람만 교인이 아니다. 술자리도 찾아가 주민들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계속 섬기고 돌봐야 한다. 행동이 아닌 말로 전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목회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교회를 개척하고 전도하는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맞춤형 목회를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거창한 사명 선언이나 전략적 기획보다, 지역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지역 공동체 운동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전도의 유용한 방법으로 시작했다가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그만둔 경우도 있다. 전도가 아닌 섬김으로 접근해야 지속 가능성이 있다.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교회를 개척하고, 전도하는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지역사회와 호흡해야 한다고 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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