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목회자들을 돕고 있는 옥경원 목사를 만났다. 옥 목사는 현재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대표도 맡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수님도 서른에 공생애 시작했는데, 일찍 개척해 보는 건 어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선배 목회자들은 서른둘 후배에게 '광야'를 제안했다. 청년은 "더 늦기 전에 교회를 개척하라"는 선배들의 권면이 싫지 않았다. 자신감은 차고 넘쳤다. 작은 교회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10여 명 정도 되던 중·고등부를 200명 가까이 성장시켰다. 부흥을 '맛본' 전력이 있는 그에게 광야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새 시대로 불리던 2000년, 인천 부평구 한 상가 2층을 임대해 교회를 세웠다. 당시 담임전도사 신분이던 옥경원 목사는 거칠 게 없었다. 머릿속에는 '잘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직접 경험해 보니까, 낭떠러지더라."

전도를 '일과'로 삼았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도를 다녔다. 교회에서 2Km 떨어진 일용직 노동자가 사는 아파트를 수시로 찾았다. 개척 1년이 지났을 때 교인은 청년 10명 정도였다. 옥 목사는 자책했다.

"교회 성장, 부흥에 대한 경험이 나를 교만하게 만들었다. PK(목회자 자녀)도 아닌 내가 가진 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한 것이다."

도심으로 예배당을 옮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1년 만에 교인이 80명으로 늘었다. 중·고등부, 청년이 주를 이뤘다. 교회는 활기와 열정이 넘쳤다. 반주, 드럼, 베이스, 기타를 포함해 청소 봉사자가 넘쳤다. 교회는 말 그대로 잘됐지만, 옥 목사는 날이 갈수록 지쳤다. 은혜의 잔은 흘러 넘쳤지만, 물질의 잔은 마르고 있었다. 들어오는 헌금보다 지출이 훨씬 많았다. 아이 우유 살 돈도 없었다.

"5000만 원으로 (교회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마이너스가 됐다. 월세는 80만 원씩 나가는데, 들어오는 건 없었다. 희망이 안 보였다."

교회를 개척하면 고난이 뒤따를 거라고 생각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돈이 없어서 교인들 몰래 아르바이트를 했다. 녹초가 되어 들어온 날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다음 날 새벽 기도를 나가지 못했다. 사정을 알 리 없는 한 집사는 "담임전도사가 새벽 기도를 안 나왔다. 게으르다"고 대놓고 비난했다.

더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목회를 중단했다.

"목회를 내려놓자 상실감이 컸다. '실패자'라는 생각도 들면서… 무엇보다 하나님께 죄송했다."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다. 옥 목사는 총체적 난국이던 시기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목회자들을 떠올렸다. 교류라도 해 보자는 생각에서 인터넷 카페 '전국개척교회연합회'(전개연)를 만들었다. 2001년 12월 개설한 카페 회원 수는 꾸준히 늘어 현재 2만 3000여 명이 됐다.

목회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한 옥경원 목사의 인생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우연한 기회로 대형 교회에 스카우트됐고, 전반적인 목회 기획을 맡게 됐다.

그것도 잠시.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위 사회복지사들의 권면에, 대형 교회를 나와 지역 아동 센터 일을 시작했다. '복음이 최상의 복지다'라는 모토로 설립된 서울 강동구 지역 아동 센터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옥 목사는 전국 16개 지부, 50여 지회로 구성된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한지연) 대표가 됐다. 회원 기관이 600여 개에 이르며, 총 1만 2000여 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

교회 수는 많지만,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회는 적다. 옥경원 목사는, 목회자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개연 회원 80%가 개척교회 목사
교회 수리부터 쌀 지원까지
"교인 헌금에 의존하지 말아야"

옥경원 목사는 한지연뿐 아니라 전개연 회장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전개연 회원의 80%(1만 8000명 이상)가 목회자다. 전개연은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부동산과 인테리어 쪽에 직업을 가진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낡은 교회를 고쳐 주고, 후원을 받아 개척교회 목사들에게 양복과 각종 물품도 지원한다. 심지어 쌀이 없어 밥을 굶고 있는 목사들도 돕고 있다.

"쌀이 없어서, 금식이 아니라 '굶식'을 하는 목사님도 있다. 전개연에서 매월 교회 10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상가 교회 목회를 하며 '총체적 난국'을 경험한 옥경원 목사는 개척교회 목사들의 고단한 삶을 이해했다.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밀집된 교회'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옥 목사는 상가 교회의 경우,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립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도움도 절실하지만, 그보다 목회자들 인식이 가장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장의자와 강대상 없으면 교인들이 부담 느껴서 안 온다'는 선배들의 말에 제대로 속은 케이스다. 지금 외적 요인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당장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무조건 예배당 먼저 세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2003년 교회리서치연구소에서 교회 자립율을 조사한 적 있다. 당시 자립율이 3%밖에 안 됐다. 아마 지금은 3%도 안 될 거다. 15년 전에도 평균 개척 비용이 4900만 원이었다. 목회자들이 투자한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차라리 (개척 비용을) 섬기는 데 썼으면 어땠을까."

상가 교회 목사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도가 안 된다고 말한다. 대부분 큰 교회로 가지, 상가 교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인력도 자본도 안 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옥경원 목사는 건물을 마련해 사람을 모으기보다는 '작은 모임'을 먼저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 안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했다. 가령 지역 내 아동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주민과 머리를 맞댄다든지, 폐지 줍는 할아버지·할머니를 도울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교회가 지역사회의 작은 일부터 챙겨 나가면서 상생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상생 없이 교회가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봤다.

"오늘날 교회는 산속에 있는 과 같다. 교회는 건물 속에 갇혀 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 있는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교회가 사회와 너무 단절돼 있다. 거기에다 너무 정치 편향적이다. 우익 성향이 짙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반감이 굉장히 크다. 소통하고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옥 목사는 예배당부터 세우려는 욕심을 버리라고 했다. 대신 '작은 모임'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소명 의식을 넓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옥경원 목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목회자 이중직은 금기어였다고 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이중직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교인들이 목회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다시 말해 교인이 낸 헌금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라고 했다.

"대리운전, 목수, 인테리어 일을 하는 목사님이 많다. 바울처럼 생계를 직접 챙겨 가며 목회를 하는 거다. 지금처럼 개척 목회가 어려운 시대에서 목회자가 교인에게 생계를 의존하면 안 된다.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딱 목회만 하는 게 소명일까. 아니다. (목회가 아닌) 다른 일을 해도 소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제난으로 목회를 내려놓았을 때 옥경원 목사는 3개월간 방황했다고 했다. 소명이 사라지고, '실패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목사는 '목회'를 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회 선교사'로 활동하는 지금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회는 교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목회자에게 선교나 목회의 길밖에 없을까. 지역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등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도 목회라고 본다. 삶 자체를 목회로 이해하면 되는데, 교회 안에서 교인을 대상으로 말씀을 전하고 심방하는 것을 목사의 유일한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제한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목회는 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경을 넓혔으면 한다."

옥경원 목사는 지경을 넓히라고 조언했다. 목회는 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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