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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된 교회③] 불나방처럼 뛰어든 목회
가난·욕망·경쟁이 빚어낸 개척교회 자화상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18.07.05 17:13

광명 A 마을에 교회가 밀집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광명 A 마을 상가 교회 목사들은 미리 상의라도 한 것처럼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교회가 많으면 경쟁이 치열하고 견제가 심할 줄 알았지만, 저마다 사명이 달라서 괜찮다고 했다.

목사들 이야기와 달리 실제로는 '괜찮지'가 않았다. 목사들은 빈곤했고 열정도 잘 보이지 않았다. 목사들은 처절한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기도와 전도를 '빡세게' 해 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목사들이 현실을 부정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한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목사들은 모두 소명을 받았고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좁은 지역에 교회 27개가 붙어 있는 현실에서, 지난한 현실을 변하게 할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하나님의 뜻일까. 목회자들은 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걸까.

목회지 기준, 소명 아닌 임대료?
같은 교단 교회 들어서도 교단은 방임
목회자 수급 문제 손봐야

돈이 없는 목사들은 임대료가 싼 지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상가 지하를 사용 중인 한 목사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낸다고 했다. 낡은 상가 3개 층을 통째로 빌려 쓰는 또 다른 목사는 월세로 150만 원을 낸다고 했다. 한 층당 50만 원인 셈이다. 30평이 넘는 반지하를 사용하는 목사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고 있었다. 당장 도로 하나만 건너면 아파트 단지가 펼쳐지지만, 목사들은 A 마을을 고수했다. 아파트 상가는 같은 조건이라도 임대료가 월세 100만 원대로 치솟기 때문이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광명 A 마을 일대에 교회가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목회자들이 소명 의식과 비전을 강조하지만, 사실 목회지를 선정하는 데 임대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아무리 싸다고 해도 웬만한 신도시에 상가 교회를 개척하려면 최소 억 단위가 필요하다. 대형 교회 부목사 출신인 김 아무개 목사는 A 마을 옆 신도시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1억 원에 가까운 돈이 들었다고 했다. 상가 보증금을 내고,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나니 수중에 남는 게 없었다고 했다.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광명 A 마을처럼 특정 지역에 교회가 밀집하는 현상이 2000년대 초반 신도시를 중심으로 유행한 적이 있다. 11년간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돕고 있는 옥경원 목사(전국개척교회연합회 회장)는 "2000~2005년만 해도 신도시 한 건물에 교회가 3~4개씩 들어선 적 있다. 예배당을 세우면 교인들이 알아서 찾아올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금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구도심에 교회가 밀집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돈 교수는 "도심에 개척하는 목회자는 기업에서 은퇴한 노동자가 치킨 가게를 차린 것과 비슷하다. 있는 돈 투자해서 교회와 가게를 세우지만 얼마 가지 못한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다. 소명 받았다는 이유로 남들과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 도시만 집착하지 말고 농어촌 지역도 고려하고, 다방면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우후죽순 들어선 데에는 교단 책임도 있다. 적어도 같은 교단 소속 교회끼리 경쟁하지 않도록 중재해야 하는데,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A 마을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대신,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교회가 많았는데, 이런 교단들에는 소속 교회 위치가 가까워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규정이 있다고 해도 칼같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는 직선거리로 각각 500m, 300m 이내에 같은 교단 교회가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 총회는 좀 더 세분화돼 있다. 대도시 200m, 중소 도시 500m, 농어촌 지역 1km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도 교회끼리 합의하면 굳이 교단이 개입하지 않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임대료와 교단의 방임이 밀집 교회를 양산했다고 봤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목회자 수급에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 교세를 살펴보면, 교인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목사와 교회는 계속 늘고 있다. 

무더기로 목회자를 양산해 내는 수급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10년도 넘게 계속됐지만, 교단들과 신학교들은 말만 하지 현실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조성돈 교수는 "그동안 세를 늘릴 목적으로 교단끼리 경쟁하듯 목회자를 양산해 왔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공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저마다 '비전'은 있지만…
전도 안 되고, 교회 많고, 현상 유지 어려워
"정말 소명 받았나 점검해야"
"소명 아닌 목회 패러다임 문제"

지역 주민은 상가 교회를 잘 찾지 않는다. 전도가 안 되다 보니 어려운 교회가 많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가 밀집해 있는 현상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많은 교회가 각각의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교회 골목'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A 마을 교회 목회자 대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교인 수' 탓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다.

상가 2층에서 7년째 목회를 하는 이 아무개 목사는 기자가 교회를 방문했을 당시 의자에 앉은 채 졸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성경책이 펼쳐져 있었다. 이 목사는 "사람들은 작은 교회에서 부담을 안고 신앙생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교회에 와서 예배당이 자가 건물인지 임대인지 묻기도 하고, 목사가 어느 학교 나왔는지까지 확인한다. 이것저것 따져 가면서 교회를 선택하는데, 상가 교회 목사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마을에서 10년째 목회하는 또 다른 이 목사는 지역 주민은 상가 교회를 찾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전도를 해 봤지만, 주로 큰 교회로 간다. 우리 교회에는 20명 정도 다니는데, 대다수가 외지 사람이다"고 말했다.

개척 2년 차인 김 아무개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른 지역처럼 목회자들 모임도 없어서 마땅한 도움이나 아이디어를 얻기가 쉽지 않다. 교인이 2명밖에 안 돼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고 했다.

지역사회에 아예 무관심한 목사도 있었다. 김 아무개 목사는 "올여름 미전도 종족을 선교하러 나갈 예정이다. 복음을 세계에 전하는 게 비전이다"며 세계 선교에 열을 올렸다. 지역 주민을 위한 사역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목사들은 현실이 어려워도 계속 목회를 이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전도 소개했다. "노인·청소년 급식 사역을 하겠다", "어린이 사역에 매진하겠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청년 선교에 힘쓰겠다"…. 하지만 전도는 안 되고, 교회는 많고, 현상 유지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비전을 이루는 건 요원해 보였다.

지역사회에 관심이 없는 폐쇄적인 교회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옥경원 목사는 밀집 교회 현상과 관련해 목회자들이 소명 의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동네에 십자가가 그렇게 많은데 왜 또 하나의 십자가를 세워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열심히 하면 나아질 거란 믿음으로 버티다가는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옥 목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교회를 세운 목회자가 많다. 저마다 소명 또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임대업자 배만 불리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어떤 소명을 받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15년 넘게 작은 교회들을 지원해 온 한 대형 교회 목사는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중·대형 교회가 작은 교회들을 후원하고 있지만, 자립하는 경우는 30개 중 1개 정도다. 지원을 받다 보니 의존성이 커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있다. 소명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버티는데, 진짜 소명을 받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안 된다고 해서 개인적인 소명까지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교회가 잘되면 소명이 있는 거고, 안되면 없는 거라고 볼 수는 없다. 도심에 교회를 세우면 성장한다는 과거의 패러다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 문제라고 본다. 지금은 성장 패러다임보다 공교회 의식이 중요한 시대다. '교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목회자들이 과연 지역을 위한 목회 계획과 비전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목사는 밀집 교회 현상이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의 총체적 문제가 밀집 교회 현상을 낳았다고 본다. 획일적인 소명 의식과 교회론, 시대에 맞지 않는 전도 방법 등 원인은 다양하다. 복음은 변할 수 없지만, 목회 방법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시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교회를 개척한다고 해서 부흥한다는 보장은 없다. 상가 지하에 있는 예배당 내부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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