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빌 하이벨스(Bill Hybels) 은퇴 이후 윌로우크릭교회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헤더 라슨(Heather Larson) 목사와 스티브 카터(Steve Carter) 목사가 공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은 윌로우크릭교회 설립자이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빌 하이벨스의 성추행과 관련한 것이다. 두 목사는 피해자들이 큰 용기를 내 증언했는데 이를 믿지 않았다며 용서를 구했다.

올해 3월 지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빌 하이벨스 목사에게 여성 교인·사역자 수 명을 성추행한 의혹이 있고, 이를 알게 된 당회 역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고 보도했다. 약 한 달 뒤 빌 하이벨스는 '가족 모임'(Family Gathering)이라 불리는 교회 정기 모임에서 "나를 향한 모든 혐의는 거짓"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헤더 라슨 목사와 스티브 카터 목사는 그때만 해도 빌 하이벨스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이벨스의 입장 발표가 끝난 뒤, 스티브 카터 목사는 무대 위로 하이벨스 가족을 초청했다. 그는 당회와 교인들에게 그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인들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벨스 목사가 떠날 때 눈물로 기도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윌로우크릭교회 스티브 카터 목사와 헤더 라슨 목사가 빌 하이벨스 목사의 성추행과 관련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윌로우크릭TV 동영상 갈무리

빌 하이벨스 은퇴 이후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성추행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교회는 조사를 계속했고, 피해 여성들 증언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윌로우크릭교회 전체 행정과 사역을 관장하는 헤더 라슨 목사는 '가족 모임'을 개최한 것 자체를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6월 30일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입장문에서 "그 모임을 개최하지 말아야 했고 교회는 (빌을 감싸는 듯한) 입장문을 발표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모임 개최를 깊이 후회한다"고 밝혔다.

라슨 목사는 20년 전부터 윌로우크릭교회에서 사역했다. 그 말은 2014년 피해 여성 몇 명이 당회에 직접 증언하고, 당회가 이를 조사하는 과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라슨 목사는 "지난 몇 달이 심히 고통스러웠다. 내가 지난날 저지른 잘못을 인정해야 했다. 나와 교회의 온전함을 위해 빌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한 여성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었다"며 "처음부터 당신들의 아픔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스티브 카터 목사도 6월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역시 빌 하이벨스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 증언했지만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카터 목사는 "피해 여성들이 빌과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해 거짓 증언하고 있다는 말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들의 말을 믿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카터 목사는 피해 여성 몇몇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개인적으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카터 목사 또한 라슨 목사와 마찬가지로 "교회가 피해 여성들을 그렇게 다루면 안 되는 것이었다. '가족 모임'에 올라가 대표로 빌을 위해 기도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윌로우크릭교회 당회는 헤더 라슨 목사와 스티브 카터 목사의 공식 입장문을 지지한다고 했다. 당회는 피해 여성들 증언을 믿지 않았던 것과 빌 하이벨스가 여성들 증언이 자신과 교회를 향한 공격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게 놓아둔 점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당회는 앞으로 피해 여성들 증언을 더 듣고 관련 조사를 이어 가면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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